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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한나라당의 윤리위원장이 위원장직을 물러나며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국민에게 져야 한다"고 했던 직언이 지금에 와서 가슴에 닿는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 말을 귓등으로 들은 듯하다.

 

미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는데 여전히 대통령과 여당은 '재협상 불가'만 되뇌이고 있다. 그러면서 가끔씩 배후 발언과 같은 뻘소리로 국민들 화만 돋우고 있고, 자율규제니 하면서 변죽만 울리고 있다. 기어이 국민과 싸워서 이기겠다는 것인가 보다.

 

그러나 MB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결코 국민을 이길 수 없다. 그 이유 10가지는 다음과 같다(촛불부대는 촛불을 든, 또는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방패부대는 이를 막으려는 MB 대통령과 정부, 경찰 등을 의미함).

 

① 병력수 부족 : '10만 촛불부대' vs. '1만 방패부대'

광우병 우려 미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면서 촛불을 드는 촛불부대는 지난 72시간 릴레이 집회 기간 동안 수만명씩 모였고 연인원은 50만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막으려는 방패부대는 기껏 만에서 2만을 넘기 힘들다. 특히 아고라를 중심으로 한 100만의 촛불부대까지 생각하면, 방패부대원들은 병력수에서도 전투력에서도 이미 촛불부대의 상대가 안 된다.

 

② 예비군 부족 : 4800만 촛불 예비군 vs. 지원병 0명인 방패부대

당장 거리에 나온 촛불 부대와 방패 부대의 숫자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지만 더 큰 차이는 예비군 부대의 병력수다. 촛불 부대는 극소수 1% 강부자 국민을 제외한 4800만이 예비군이자 지원병이지만 방패 부대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초라한 상비군뿐이다. 그래서 촛불 부대는 언제든지 멤버 체인지를 하면서 재충전을 하는데 방패부대는 어제 나왔던 병력이 옷도 못 갈아입고 오늘 또 나오고 내일 또 나와야 한다.

 

더욱 슬픈 것은 그나마 방패부대의 예비군이 되어 줄만한 유일한 세력인 예비역 방패부대, 예비역 군인들도 배신(?)을 때리고 모두 촛불 부대 편으로 돌아서 버렸는데 어떻게 촛불 부대에게 상대가 될까?

 

③ 군수품의 절대 열세 : 화수분 촛불 부대 vs. 있는 자원도 쓰기 힘든 방패 부대

병력 수가 안 되면 군수 물자라도 넉넉해야 할 텐데 군수 물자는 더 차이가 난다. 무안에서 오이가 올라오고, 충청도에서는 수박이 올라오고, 주부들은 김밥을 싸서 보낸다.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초코파이로 정을 나누고, 촛불로 온기를 나눈다. 그야말로 촛불부대는 퍼도 퍼도 끝이 없는 화수분이다.

 

그러나 방패 부대는 방패도, 진압봉도, 물대포도, 있는 자원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어느 기업, 어느 시민 하나 이들에게 군수 물자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그나마 진압봉이나 물대포라도 쓸라치면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국민의 따가운 항의뿐이다. 그래서 그들 방패 부대는 결코 촛불 부대를 이길 수 없다.

 

④ 병기의 화력 : 물대포도 꼼짝 못한 세계 최강 유모차

방패부대는 방패뿐 아니라 진압봉, 군화발, 살수차, 소화기 등 다양한 실전 병기뿐 아니라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최루탄과 특공대도 가지고 있다. 그냥 보기에 병기의 화력으로는 촛불부대가 상대가 안 되어 보인다. 그러나 촛불 부대에게는 그 어떤 비바람에도, 눈보라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이 있다.

 

게다가 이번 촛불집회 때 등장한 세계 최강의 전투 병기가 있다. 탱크보다 더 강하고, 핵무기에도 전혀 그 위력이 뒤지지 않고, 그 어떤 방패부대의 특공대보다 강한 촛불 부대의 비밀 병기는 유모차 부대이다.

 

간디도 울고 갈 이들의 무저항, 비폭력 무기는 방패부대의 모든 무기와 기존의 병기들을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유모차 부대를 방패막이로 활용하자는 뜻이 아니며, 아기들과 어머니들의 간절함과 비폭력을 상징하는 것임). 이들에게 당한 방패부대는 인류 역사상 없으며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⑤ 부대의 정신력과 사기 : '저요저요 촛불군 vs '마지 못해 진압군'

똑같은 병력과 똑같은 무기라고 하더라도 병사들의 사기는 전투의 승패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이다. 촛불부대에는 시간이 있는 사람은 촛불을 들고 직접 현장으로 나오고,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보내고, 힘이 있는 사람은 군복을 입고 지킴이로 나선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의료 지킴이로 나서고, 청소년들은 스스로 남아 뒷정리를 하는 청소부대를 자원한다. 이도 저도 못하면 인터넷 상에서 사이버 전사가 되어 이들을 도우는 것이 촛불부대이다. 무슨 일이든 서로 하겠다고 여기저기서 지원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나 방패부대는 제발 이번만은 당번으로 걸리지 않았으면 하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사기가 땅바닥이다. 그래도 상부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이 현장에 나가지만 여전히 그러고 서서 촛불이 꺼지기만 기다리는 듯하다.

 

 

⑥ 자금의 차이 : 지갑을 털어서라도 기꺼이 배후가 되는 이들

끝없이 이어지는 촛불의 행렬에 뿔이난 MB는 촛불 집회 자금이 어디서 나오는지 조사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촛불 시위 자금을 대는 사람들이 촛불 집회의 배후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를 비웃었다. 스스로 내가 배후가 되겠다고 지갑을 열었고, 주머니를 털었다.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옆 사람에게 빚을 내서라도 배후 자금을 냈다.

 

방패 부대는 뿔이 났고 군수 자금은 바닥이다. 아무도 음료수 하나도 사다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비를 맞고, 잠을 못 자고 방패를 들고 서 있어도 남는 것은 쏟아지는 피로와 잠뿐이다. 일요일이나 야간에 근무를 하면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것은 간부들 뿐이고 대부분의 방패 부대원들은 생수 한잔도 제대로 못 마시면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한다.

 

⑦ 전술과 구성의 차이 : 각양각색 무지개 촛불부대 vs. 천편일률 방패부대

촛불 부대는 유모차를 탄 아기에서부터 중절모를 쓴 70대 할아버지까지 무지개 부대이다. 초중고 학생들이 나오면 선생님들도 나오고, 대학생들이 나오면 교수들이 나오고, 노동자들이 나오고 농민들이 나오고 시민들이 나오고, 가끔은 외국인도 나오는 다국적 군이다.

 

낮에는 사이버공간에, 저녁에는 시청에, 밤에는 광화문에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팔색조 부대이다. 어떤 때에는 마우스를 잡고, 어떤 때에는 촛불을 잡고, 또 어떤 때에는 유모차를끌고, 어떤 때는 선전지를 무기로 들고 나타난다. 그런데 방패부대는 낮에도 방패에 진압봉, 밤에도 방패에 진압봉밖에 없다. 그들이 나타나면 무엇을 들고 어디를 막고 어떻게 할지 뻔히 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데 어찌 촛불 부대가 방패부대에 패할 수 있겠는가?

 

⑧ 진화하는 촛불 부대 vs. 퇴보하는 방패부대

촛불 부대는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10만을 넘어 100만으로 향해 가고 있다. 하나로 뭉쳤다가 둘로 나누어졌다가 다시 넷으로 나누어졌다가 하나로 뭉쳤다가 다시 수만개로 흩어진다. 비바람이 불면 전기불로 바뀌고, 막히면 돌아간다. 서대문에 있었는데 종로에 나타나고, 또 어느 새 안국동에 나타난다. 물대포를 쏜 다음 날이면 장난감 물총이 나타나 이들을 조롱한다. 중고생에서 시작하여 대학생, 교사, 대학생, 노동자, 시민, 주부로 계속 커지고 있다.

 

닭장 차가 막으면 '불법 주차' 딱지를 붙이고, '견인해'를 외친다. 채증을 위해, 진압을 위해 방패부대가 나타나면 '노래해'를 외친다. 닭장차에 잡혀가면 '닭장투어'를 즐기고, 풀어주면 다시 촛불이 되어 나타난다. 어느 때는 촛불 부대였다가 또 어느 때에는 깃발부대가 되었다가 피켓 부대가 된다. 촛불은 끝없이 진화한다.

 

그러나, 방패부대는 다람쥐 쳇바퀴 아니면 퇴보하고 있다. 80년대 군사정권 시절도 돌아가서 방패로, 물대포로 국민들을 탄압하고, 교사들과 장학사들을 동원하여 촛불 소년 소녀들을 가로막고 있다. 진화하는 촛불부대와 퇴보하는 방패부대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었다.

 

⑨ 부대의 전술 능력 : 지능적인 촛불부대와 병기 용도도 모르는 방패부대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뿜는다. 남대문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촛불 부대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방패 부대의 이야기이다. 살수차와 소화기는 불을 끄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초등학생도 아는데 딱 하나 저 방패부대의 지휘관들과 방패 부대원들만 그 용도를 몰랐다. 자기들이 가진 병기의 용도도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현명한 촛불 부대를 이길 수 있겠는가?

 

특공대도 등장했다. 간첩을 잡거나 대테러 진압 부대라는 특공대가 촛불 부대에게 투입된 것이다. 자기 나라 국민들, 그것도 아무 무기도 가지지 않고 평화롭게 자신들의 요구를 외치고 있는 촛불 부대에게 특공대를 투입한 것이다. 특공대가 뭐하러 있는지도 모르고, 적군과 아군도 구별 못하는 방패 부대가 촛불 부대를 이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⑩ 상황판단력의 차이 : 촌철살인 촛불부대 vs. 헛발질 방패부대

미국축산협회를 대신하여 '미국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일간지에 광고를 내는 정부에게 "미친 소 너나 먹어"라고 촛불 부대는 한방 먹인다. 살인적 학습시간과 입시지옥을 몰고 올 0교시, 강제야자, 우열반에 대해서 "잠좀 자자, 밥좀 먹자!"라면서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한다. 배후 어쩌고 하는 발언에 "우리들의 배후는 이명박이다", "우리들의 배후는 우리들이다"라면서 그들을 조롱했다. 사이버 촛불 부대원들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촌철살인이다.

 

그러나 방패부대의 선전원들은 헛발질의 연속이다. '촛불 부대의 배후'가 어떠니,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되고', '사탄아 물러가라', '한총련이 걱정이다'라면서 연일 헛발질을 해대면서 성난 촛불에 기름을 붓고 있으며, 연일 해명하기에 바쁘다. 촛철살인 촛불부대와 헛발질 방패부대의 맞대결의 승자는 이미 정해졌다.

 

촛불 부대의 자발성과 창조성

 

한손에는 촛불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대한민국 헌법을 들었다. 그들은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실천으로 증명하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못 먹겠다는 사람은 지천에 깔렸지만 광우병 쇠고기 안 먹으면 죽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0교시, 강제야자 안 시켜 주면 죽겠다는 학생은 없지만 그것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먹는다고 사생결단인 초중고생들이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광장에 나오고, 어느 누구도 돈을 대주지 않아도 자기 돈을 쓰가면서, 심지어 다른 사람몫까지 내면서 촛불을 들고, 집에 들아가라고 하는데도 스스로 밤샘을 하겠다고 하고, 아무도 안 나온다고 뭐라고 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촛불 부대원이 되어 사이버 전사가 되고, 광장의 촛불 부대원이 된다.

 

심지어 스스로 닭장 투어까지 자진하고 나선다. 이렇게 촛불 부대는 진화하여 그 어느 지역에서도, 그 어느 시대에도 존재한 적이 없는 자발성과 창조성, 그리고 역동성으로 무장한 불패의 촛불부대가 되어 버렸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대이다. 이로써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고,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는 탄핵이 이루어졌다. 노동자들은 대한민국 주식회사에서 이미 MB의 해고를 예고했고, 교사들은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선 이 학생의 퇴학을 고민하면서 마지막으로 참회의 기회를 줄까말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 해고 통보와 퇴학에 대한 고민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이땅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확인한 87년 6월 항쟁 21주년이 되는 6월 10일이다. 이날은 촛불 부대원들 100만이 광장에 나설 것이라 한다.

 

이 날은 촛불부대와 방패부대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날이 될 것이며, 동시에 민국 공화국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만천하에 선언하는 날이 될 것이다. 과연, 6월 10일 100만의 촛불 부대는 이 행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촛불부대와 방패부대의 대결은 이미 승패가 결정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싸움을 무척 싫어해서 무슨 일을 전쟁에 비유하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이 글도이 글에 나오는 어떤 이들을 폄하하거나 하려는 의도는 아니니 참고하여 읽어주십시오.


태그:#촛불부대, #6.10 백만,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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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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