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Carnival). 대한민국에서 조금은 생경스러운 단어인가? 사육제(謝肉祭)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그런데, 토종이 아니라 원래의 맛이 살지 않는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거리 축제다. 한 마디로 야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잔치가 카니발이다. 농촌에서는 봄을 맞아 풍작과 축복을 빈다. 도시에서는 함께 즐기며 생활의 활력소로 삼는다.
카니발은 모두가 주인공이다. 행사에 직접 참여한 무희도 함께 어울려 춤추는 여행객도 있다. 구경하며 박수치는 구경꾼도 있다. 행사가 진행되는 마당에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있다. 때로는 축제에 열광한 사람들에 의한 가벼운 폭력도 있다. 그래서 경찰도 안전 제일주의로 긴장한다. 하지만, 함께 어울려 즐기는 일이 우선이다.
그 혈기 발랄한 카니발이 2008년 6월 대한민국에서 열리고 있다. 수도 서울의 가장 넓은 거리인 12차선 세종로에서 매일 저녁 열기가 넘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 특별히 광고하지도 않았다. 이심전심으로 하나 둘 모이다 보니 날이 가면서 숫자가 늘어났다.
처음은 미약했다. 100여 명 소프라노 소녀들이 주도했다. 행여나 먹게 될지도 모를 미친 쇠고기가 싫다고. 1000명이 되고 1만명이 되었다. 친구에게 권하기도 한다.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전달된다. 모이는 곳마다 웃음이다. 모이는 곳마다 노래다. 모이는곳 마다 담론이다. 그렇게 자꾸 자꾸 모이다 보니 10만을 넘었다. 이제는 100만이 모일 거란다. 왁자지껄 남녀노소 한 바탕 난장이 벌어질 판이다.
사람이 많다 보니 배가 고프리라. 만두 장사도 등장했다. 입이 심심하리라. 솜사탕 장사도 자리를 잡았다. 밤을 밝히라고 양초장사도 있네. 여기저기서 기념 촬영도 한다. 남녀노소 온 가족이 밤 늦도록 즐긴다. 아빠 엄마는 손에 손잡고 마주 흔들며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밤새워 즐겼더니 조금은 시들하다. 그래서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에게 장난 삼아 물병을 던져 봤다. 헬멧에 방패로 중무장하고 밤잠을 설치다 보니 짜증이 났나? 장난으로 보지 않았나 보다. 애띤 여학생의 머리를 구둣발로 우악스레 짓밟았다. "장난이 아니었네....." 열 받아 앞으로 뛰쳐 나가다 물대포도 맞았다. 온 몸이 서늘하다 못해 찢어지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쇠파이프도 등장했다.
"끝날 때가 되었는데....." 이제 끝내자는 심사도 일부는 있다. 그래서 더욱 마지막 피날레를 기다린다. 무대에 오른 사람도 구경꾼도 함께 손잡고 함성 지르기를 원한다. "오오호 ~ 필승 코리아." 축제를 만들어 준 푸른집의 큰머슴이 하루 빨리 어지려진 세종로를 깔끔히 치워 주기를 기대한다.
그 카니발을 촛불문화제라 한다. 혹자는 촛불시위라고도 한다. 마귀의 작동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일의 일류 국가 대한민국을 위한 축제라는 목표가 있기에 기대를 가지고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인다는 점이다. 100만이 모이면 어떻게 즐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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