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소년에 대한 통합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지난 3월 1일자로 재단법인 충남청소년육성센터(이사장 김동완 충남도 행정부지사)가 태동했다. 충남청소년육성센터는 논산에 소재한 충남청소년활동진흥센터와 천안의 충남청소년상담지원센터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두 기관의 통합으로 몸집이 커진 청소년육성센터는 현재 사무공간 확충을 위해 법인 정관상 소재지로 명시된 천안시 원성동이 아닌 다른 장소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지 후보지로는 천안과 공주가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소년육성센터의 천안 밖 이전은 '안될 말'이라며 센터의 천안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지역은 물론 청소년육성센터 내부에서도 강력히 불거지고 있다.

충남청소년육성센터 이전 후보지로 천안, 공주 물망에 올라

통합 사무공간도 없이 출범한 충남청소년육성센터는 구 충남청소년상담지원센터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통합 사무공간도 없이 출범한 충남청소년육성센터는 구 충남청소년상담지원센터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 윤평호

관련사진보기


충남청소년육성센터는 두 기관의 통합으로 탄생했지만 현재 사무소는 통합기관의 기존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여 명의 육성센터 직원들은 논산시 공설운동장 내 위치한 구 충남청소년활동진흥센터 사무실과 천안시 원성동의 구 충남청소년상담지원센터 사무실로 각각 분산 출근하고 있다. 사무공간의 이원화와 인력 분산이 몇 달째 이어지며 기관 통합의 취지나 효과도 반감되고 있는 상황.

여건 개선을 위해 육성센터는 826.45㎡(250평) 규모의 통합공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 16개 시·군에 육성센터의 통합공간 제공을 의뢰한 결과 천안시와 공주시가 유치의사를 밝혔다. 육성센터는 지난 5월 두 자치단체에 충남청소년육성센터의 유치시 자치단체가 제공하는 행·재정 지원사항을 답변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육성센터가 이전경비로 자체 편성한 예산은 5000만원이 전부.

지난 5일 공문 접수를 마감한 결과 천안시는 추경예산에 1억5000만원을 반영해 도심권에 495.87㎡(150평) 규모의 공간을 시가 빌려 충남청소년육성센터에 재임대 사용토록 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애초 천안시는 충남교육청 소유의 폐교인 봉성분교(병천면 매성리)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매입 및 임대비용이 과다하고 외곽인 점 등을 고려해 답변에서 제외했다.

공주시는 시가 교육청에서 매입해 소유한 공주시 장기면 금벽초등학교의 무상임대를 제시했다. 금벽초의 규모는 부지면적 9122㎡(2461평)에 건물면적 452㎡(137평). 금벽초는 지난 1999년 9월 1일 폐교됐다. 공주시는 건물과 부지의 무상임대와 함께 리모델링 비용 등으로 3억원의 재정지원까지 약속했다.

두 자치단체의 답변을 토대로 육성센터는 6월 중 이사회를 개최해 이전 장소를 결정한다는 방침. 김동완 충남도 행정부지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충남청소년육성센터는 도의원과 교수, 관계 공무원 등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사 중에서 주소지를 기준해 천안 인사는 박진규 호서대 교수 1명. 주소지가 공주인 이사는 공주시청소년자원봉사센터 소장과 충남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장 등 2명이다.

육성센터 관계자는 "청소년 수, 지역균형발전 등을 감안해 이사회에서 천안과 공주를 놓고 이전부지를 판단할 것"이라며 "공주시는 시장과 도의원 등이 충남청소년육성센터 유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청소년육성센터 최적지는 천안, 천안 밖 이전은 지역 손실

충남청소년육성센터 유치를 놓고 공주시와 경쟁하고 있는 천안시 모습.
 충남청소년육성센터 유치를 놓고 공주시와 경쟁하고 있는 천안시 모습.
ⓒ 윤평호

관련사진보기


충남청소년육성센터의 이전부지로 천안 외 지역이 검토되는 것과 관련해 육성센터 안팎으로 반발 여론이 높다. 천안 존속론의 근거로는 몇 가지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서비스 수요나 자원이 가장 많은 곳에 육성센터가 위치해야 한다는 것. 2007년 12월 기준 10~24세의 충남지역 청소년 인구는 38만8784명. 이 가운데 29.5%, 11만4671명이 천안에 거주하고 있다. 인근 아산지역 청소년 인구 4만2639명을 합산하면 천안·아산지역이 도내 청소년 인구의 40.4%를 차지한다.

반면 공주시의 청소년 인구는 2만5654명으로 충남도 내 비율이 6.6%에 머무른다. 단순히 청소년 수뿐만 아니라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위기청소년도 천안지역이 가장 많다. 구 충남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조사결과 지난해 말 충남지역 위기청소년은 8만6214명. 지역별 분포는 천안이 43.5%(37520명), 공주가 1.8%(1555명)이다.

학교 수에서도 공주와 천안은 차이가 현격하다. 천안의 초·중·고교는 112개 교에 이르지만 공주의 초·중·고교는 59개 교로 천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천안이 공주에 비해 청소년 수나 학교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천안은 육성센터의 활동에 도움되는 자원도 풍부하다.

육성센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구 충남청소년상담지원센터는 지난 1994년 7월 원성동에 문을 연 뒤 천안을 거점으로 10여 년 넘게 줄곧 청소년 사업을 전개했다. 사업 성과로 학습 및 법률 의료건강, 진로취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네트워크 체계가 구축됐다. 천안에 밀집한 10여 개 대학의 청소년 관련학과는 물론 자문위원 및 자원봉사단 등 인적자원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충남청소년육성센터가 천안 외 지역으로 이전하면 그동안 구축된 네트워크 체계와 인적자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2002년부터 구 충남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있는 이모씨는 "공주까지 가서 자원봉사를 하기에는 어렵다"며 "다른 봉사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충남청소년육성센터의 천안 밖 이전 불가를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현실적인 계산도 한몫하고 있다. 국고 보조금 44.3%와 도비 보조금 55.7%로 운영되는 충남청소년육성센터의 올해 예산은 17억4196만원. 여기에는 2억3000만원이 투입돼 올해 설치되는 성 체험관 운영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충남청소년육성센터가 천안에 존속하면 매년 육성센터 사업비의 상당액이 천안지역에 투자되고 성 체험관도 신설되는 잇점을 누릴 수 있다. 천안 밖으로 이전하면 수혜 효과는 고스란히 이전 지역으로 옮겨간다.

정순평 충남도의회 의원은 "이전 후보지로 공주가 제시한 지역은 변두리로, 육성센터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서비스 대상과 자원이 가장 밀집한 곳에 위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장기수 천안시의회 의원은 "청소년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표방한 천안시가 청소년복지와 밀접한 시설인 충남청소년육성센터를 다른 지역으로 뺏겨서는 안 된다"며 "존속을 위해 시가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시 청소년팀 관계자는 "육성센터의 천안 존속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예산상의 한계로 어려움도 따른다"고 밝혔다.

통합 사무실 없이 출범한 충남청소년육성센터
설립 뒤 이전 추진으로 직원들 뒤숭숭, 이전해도 불씨 남아
충남청소년육성센터가 통합 사무실도 없이 출범하면서 직원들의 불편 및 갈등도 야기하고 있다.

두 기관이 합쳐져 탄생한 육성센터는 통합 후 직제를 재정기획실, 상담지원실, 활동지원실로 바꿨다. 직원도 일부 재배치했지만 통합사무 공간 없이 천안과 논산에 사무실이 양분되며 몇몇 직원들은 원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다.

육성센터의 전신인 충남청소년상담지원센터와 충남청소년활동진흥센터가 각각 천안과 논산에 소재했던 탓에 육성센터의 이전부지를 놓고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청소년활동진흥센터 출신 직원들은 논산과 가까운 공주를 선호하는 반면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출신 직원들은 주거지인 천안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직원간 다른 이해관계는 두 기관 통합의 시너지가 발휘되는 데에도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육성센터가 출범하기 전 통합사무 공간 확보가 완결됐다면 겪지 않았을 문제. 하지만 육성센터 출범을 계획하고 주도한 충남도의 입장은 다르다.

곽근수 충남도 청소년담당은 "육성센터 운영을 담당할 사람들의 결정권을 보장하고 두 기관 통합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청소년육성센터는 이번에 이전문제를 매듭짓더라도 불씨가 남는다. 도는 장기적으로 신도청 이전지에 청소년지구를 조성하고 그곳에 육성센터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몇해 뒤 충남청소년육성센터는 또 한 번 이전홍역을 치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83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태그:#충남청소년육성센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