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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이전의 어떤 선거에서도

 

.. 이전의 어떤 선거에서도 이러한 질문이 지금처럼 중요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된 적이 없었다 ..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환경 선언문>(니콜라 윌로 재단 환경감시위원회/김선미 옮김, 북갤럽, 2003) 17쪽

 

'해결(解決)해야'는 ‘풀어야’로 손보고, ‘질문(質問)’은 ‘물음’으로 손봅니다. ‘시급(時急)한’은 ‘서두를’이나 ‘바쁜’으로 손볼 수 있어요. ‘대두(擡頭)된’은 ‘떠오른’으로 손보고요.

 

 ┌ 이전(以前)

 │  (1) 이제보다 전

 │   - 이전부터 그래 온 관습이었다 / 이전에는 참 살기 좋은 곳이었다

 │  (2)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여 그 전

 │   - 산업 혁명 이전 / 서양에선 유사 이전부터 완구가 있었고

 │

 ├ 이전의 어떤 선거에서도

 │→ 이제까지 어떤 선거에서도

 │→ 지난 어떤 선거에서도

 │→ 지난날 어떤 선거에서도

 │→ 지금까지 어떤 선거에서도

 │→ 그동안 어떤 선거에서도

 │→ 여태껏 어떤 선거에서도

 └ …

 

‘이제까지’라고 적어도 어울립니다. 때때로 ‘예전’이라는 말로 걸러낼 수 있습니다. ‘앞서’를 넣어야 알맞는 자리도 있군요. 보기글은 여러 가지로 풀어낼 수 있는데, ‘이전’이라는 말은 곳에 따라 달리 쓰던 우리 말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그때그때 알맞고 살갑게 쓰던 우리 말이 ‘이전-이후’ 같은 말에 밀리고 눌리고 밟히고 있어요.

 

ㄴ. 이전의 나

 

.. 마음을 다잡는 일이 더 걱정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이전의 나’를 둘러싸고 있던 껍질부터 버려야 했다 ..  <섬에 홀로 필름에 미쳐>(김영갑, 하날오름, 1996) 129쪽

 

“그러기 위(爲)해선”은 “그렇게 하자면”이나 “그러자면”으로 다듬습니다.

 

 ┌ 이전의 나

 │

 │→ 어제까지 살던 나

 │→ 예전 나

 │→ 예전 내 모습

 └ …

 

‘以前’을 다듬어도 “예전의 나”처럼 적는다면 헛물 켜는 셈입니다. 지금과 예전에 ‘어떠했는가’를 사이에 넣어서 밝혀 줄 때, 두 때를 왜 어떻게 견주려고 하는가가 제대로 드러나리라 봅니다.

 

 ― 지나온 나 / 지금 나 / 앞으로 나

 

또는, “지나온 나”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토씨 ‘-의’를 넣지 않고 “이제까지 나”나 “예전 나”나 “옛 나”로 적어도 좋아요.

 

 ― 옛 나 / 지금 나 / 새 나

 

“옛 모습”과 “새 모습”으로 적어도 어울립니다. 어제까지 사람들한테 보여지던 모습은 벗어던지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ㄷ. 있느냐 없느냐 이전의 문제

 

.. 배움이라는 것은, 가르친다는 것은, 좋은 장비가 있느냐 없느냐 이전의 문제다 ..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편해문, 소나무, 2007) 154쪽

 

“배움이라는 것은”은 “배움이란”으로 다듬고, “가르친다는 것은”은 “가르침이란”으로 다듬습니다. 또는 “배움과 가르침이란”으로 다듬어 줍니다.

 

 ┌ 있느냐 없느냐 이전의 문제다

 │

 │→ 있느냐 없느냐에 앞서는 문제다

 │→ 있느냐 없느냐보다 큰 문제다

 │→ 있느냐 없느냐보다 먼저 생각할 일이다

 └ …

 

좋다고 하는 장비가 있다고 해서 잘 가르치거나 알뜰히 배울 수 있지는 않습니다.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는 한편, 도움이 안 되기도 합니다. 안 좋다고 하는 장비로도 너끈히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습니다. 안 좋다고 하는 장비마저 없어도 살뜰히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습니다.

 

가르치는 이한테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더 잘 가르치지는 않아요. 가르치는 이한테 자격증이나 졸업증이 없다고 해서 더 못 가르치지는 않아요. 대학교까지 나온 어머니가 아이를 더 잘 낳을까요. 고등학교만 마친 어머니는 아이를 엇나가게 가르칠까요.

 

책을 많이 읽었거나 지식을 많이 쌓았다고 해서 말을 더 잘하지는 않습니다. 글을 더 잘 쓰지도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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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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