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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역 촛불 집회 6월 10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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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보는 광경입니다.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20여년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느낌에 기분마저 묘해 집니다. 10일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대전역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간단하게 진행된 식전 행사에서 사회자의 안내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던 사람들이 일어섭니다. 대통령을 잘 못 뽑은 유권자로서 참회의 절을 하자는 제의에 선뜻 절들을 합니다. 

 

숨어 있다가 나오기라도 하는 양 행사가 시작되는 7시가 되니 조금은 허전했던 행사장이 인파로 가득합니다. 행사장을 넘어선 인파로 택시 승강장도 잠시 폐쇄됩니다. 20여년 만에 대전역광장이 뜨거운 열기와 인파로 가득 채워지는 광경입니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둘레에 둘러섭니다. 행사시간에는 늦었지만 울타리가 되어주겠다는 듯 행사장 둘레에 빙 둘러서니 인의 울타리가 됩니다.

 

무대에 올라 선 사람들이 자유발언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여학생이 말을 더듬으니 사람들은 ‘괜찮아'를 연호하며 위로합니다. 사람들의 구호,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결의는 굳건한데 행사 분위기는 완연한 축제입니다.

 

촛불시위 현장에 답도 대책도 다 있는 듯

 

전 국토가 들썩거릴 만큼 엄청난 국민이 성난 촛불을 밝히고 있는데 위정자들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론조사를 할 필요도 없고,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를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 나가니 답이 거기에 다 있습니다.

 

현장에 가서 직접 들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답과 대책이 보이고 들립니다. 이미 터진 둑인데 이제야 호미로 막아보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것은 아닌가가 염려됩니다. 들려오던 함성에 가슴은 쿵쾅거리고, 철제 컨테이너에 의지해 당장의 민심을 외면하려는 대통령의 모습에 머리가 멍해집니다.

 

내일이라도 광화문 사거리에 나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보십시오. 그런 다음 꼼수부리지 말고 느낌 그대로 답하고 대책을 강구해 보십시오. 그것만이 터진 둑을 막아 줄 컨테어너가 될듯 합니다.   

 

대전역 광장을 가득 메웠던 인파가 중앙로로 들어서 가두행진을 시작합니다. 다시 광장으로 가보니 사람들이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를 줍는 모자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아름답고 성숙한 모습입니다. 

 

축제 같은 집회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엄마가 아들에게 학습하는 현장일 수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대물림되는 그런 순간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시민들은 이렇게 성숙해 졌는데…'하는 말이 푸념처럼 쏟아집니다.


태그:#대전역, #촛불,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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