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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시청 앞에서 오후 3시부터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보수 단체가 주도한 집회가 열렸습니다. 시작할 당시에는 상당한 인원이 있었다고 하지만 5시 30분 경에는 그야말로 파장 분위기였습니다. 시청 앞 한쪽 구석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2백명도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나머지 시청 앞 광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이 모두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주도한 집회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촛불집회의 피켓을 들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반대편에는 이번 쇠고기 협상을 반대하다가 죽은 이병렬씨를 위한 애도의 장소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시청은 보수와 진보가 뒤죽박죽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보수 기독교 단체는 그동안 반북 친미 집회 때 보여준 응집력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반북이나 친미에는 동감할지 모르나, 광우병 쇠고기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그들의 오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집회 때 무슨 이야기를 하나 궁금했는데, 이미 5시 30분이 되었을 때는 그들의 영원한 스타인 조갑제 선생의 연설이 끝났고 마무리 기도회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기도회를 주도하는 사람은 그럴듯한 말솜씨로 기도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하나님의 귀한 자녀입니다. 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붙잡아 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축복을 빌어주어야 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의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땅에 떨어져 있는 그들의 구호가 적힌 인쇄물은 촛불집회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과연 그들은 지금 무엇을 기도하고 있었을까요? 그들이 배포한 인쇄물에는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좌경이고 용공세력이며 대한민국을 빨갱이들에게 넘겨주는 불온한 세력이라고 써놓았으면서 그들이 한 기도는 전혀 반대의 내용이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인쇄물의 내용은 그야말로 ‘조갑제+김홍도+추부길’의 합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음 속으로는 증오를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진 것처럼 내세우는 그들이 어쩌면 바리새인들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U포터뉴스, 티스토리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라이트,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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