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하면 KBS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장으로 유명해진 문경새재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문경에 촬영장이 그 곳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이맘 때 종방을 한 SBS <연개소문> 촬영장도 있다. 석탄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데 촬영장으로 가려면 휴게소 왼쪽 옆에 난 길로 가면 된다. 걸어서 올라가도 되지만, 모노레일을 이용하여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모노레일은 1인당 5000원으로 촬영장까지 왕복가능하며 근처에 있는 석탄박물관도 입장할 수 있다.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의 느낌을 주는 레몬색 모노레일은 출발지에서 촬영장까지 약 5분정도 걸린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작은 문을 지나면 고구려 궁인 인정전을 볼 수 있다. 깃발을 든 군사들이 서서 그곳은 지키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촬영이 끝난 지 좀 되어서 그런지 안에 들어가면 딱히 볼 것은 없다. 장군이 앉을 법한 의자 하나와 조그마한 탁자, 그리고 의자 뒤에 병풍이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장군의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인정전을 나와 문 앞에 서면, 군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이 상상되는 마당이 있다.
마당 흙바닥 위에 십 자 모양으로 인도가 깔려 있어, 그 위로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블록을 자세히 보았는데 <주몽>에 나오는 삼족오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어떤 그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세트장이고, 지붕 밑까지 자세하게 카메라에 잡히지 않으니까 대충 했겠거니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아니었다. 단청 하나하나에도 정성들여 화려하게 색을 입혀 놓았다. 문경시청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고구려의 역동적인 색채감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고 한다. 이런 작은 곳까지 기울인 정성이 드라마를 더욱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문으로 나가면, 서민들의 생활이 담긴 세트들이 있다. 짚으로 만든 지붕들이 먼저 눈에 띈다. 건물의 내부는 볼 수 없고, 흙벽에 곡식을 거르는 키나 곡식 모형, 여러 가지 농기구들이 걸려있어 민속촌에 온 느낌을 준다.
성문도 있다. 전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성문은 아니었지만 깃발도 꽂혀있고 컸다. 그러나 올라가 볼 수는 없다. 회색빛이 돌아 진짜 돌처럼 보이지만 정교하게 쌓여 있는 그 세트는 돌이 아니라 스티로폼이다.
성문을 지나면 큰 공터가 있고, 공터 둘레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한쪽 옆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나지막한 정자가 있고, 연개소문 제 2, 3촬영장과 연결된 길이 있다. 내려가지 않고, 정자 쪽으로 가면 제 2, 3 촬영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시간이 없어서 제 2, 3 촬영장은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문경의 이 <연개소문> 세트장은 역사적 고증을 참고하여 반영구적으로 세웠다고 한다. 다음에 이곳에서 어떤 드라마를 촬영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