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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일극장 앞 중앙로에 모인 시민들
 대구 한일극장 앞 중앙로에 모인 시민들
ⓒ 이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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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다양한 시민참여

7천여 명의 대구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지난달 3일 집회를 시작한 이후  최대 인원이 한일극장 앞 중앙로에 모인 것이다. 무대 앞에서 시작한 파도타기가 뒤쪽까지 가는 데 10초가 걸릴 정도였다. 무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넥타이를 멘 직장인들과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 등등 남녀노소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한반도 대운하'와 '공공부분 민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꼬마 아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꼬마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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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에 참여한 모녀.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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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엔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 단체,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교대 등 대구 지역 대학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다양한 단체들도 같이 자리했다. 기독교생명연대,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KNCC대구인권위원회,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화물연대, 전국농협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지부경북지회, 공공노조한국가스공사지부경북지회, 대구녹색소비자연맹, 버스노동자협의회, 민주노총대구경북지역본부 등등. '몸자보'를 달고 깃발을 든 여러 단체의 사람들도 함께 했다.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단체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단체들도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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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과 연령을 막론하고 다양한 대구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계층과 연령을 막론하고 다양한 대구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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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그을린 밀짚모사를 쓴 농민들도 보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로 20여 명이 상복을 입었고 상여를 들고 나왔다. 상여에는 '고시 철회, 재협상 실시'라는 문구를 달았다. 상복을 입은 농민들은 상여를 이고 행진하면서 "아이고, 아이고"하며 곡을 하기도 했다.

'촛불 소녀들'도 집회에 참여해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촛불 소녀들'도 집회에 참여해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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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극장 앞에서는 물, 전기, 가시, 의료 민영화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그 옆 건물 주차장 입구엔 예비군복을 입은 한 자원봉사자가 나오는 차에 시민들이 다치지 않게 "차 나갑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경찰인권침해감시단도 집회 장소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었다.

자유발언을 통한 다양한 요구들

촛불 행진 전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사람들이 무대로 올라와 자기 생각을 말했다. 6살 꼬마 남자아이가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여기 오신 분들 사랑해요"하자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즐거워하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이어 12살 최현정양은 "(이번 사태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 들어 고상하게 죽고 싶으니 2MB는 책임지고 다 드시던지 재협상을 해주세요!"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그 다음으로 오른 이득재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조선일보 구내식당에는 호주산 쇠고기 쓰면서 국민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강요한다"며 "대구 경북 지역 축산업은 붕괴 직전이다. 3조 6천억 규모 쇠고기 시장을 허락도 없이 부시에게 넘겨주는 것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은 노동자를 탄압하는 코오롱에 머물고 있고(이상득 의원은 코오롱 고문으로 있다), 이 그룹이 물 산업을 장악하게 된다"며 수도 민영화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또 변영민 대구교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1000만 원을 벌기 위해 지금 대학생들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살인적인 등록금 때문에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할 수가 없다"고 대학생들이 당면한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말했다.

고령에서 온 한 농사꾼은 "농민이 죽었다. 식량 주권이 빼았겼다. 식량주권을 지켜자"라며 농민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병렬 씨 영정을 앞세우고 촛불행진에 나서다
 이병렬 씨 영정을 앞세우고 촛불행진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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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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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행진과 자유토론

자유발언을 마치고 저녁 8시 25분쯤 풍물패를 앞세운 행진이 시작됐다. 촛불 행진은 공평네거리를 지나 봉산육거리와 반월당을 거쳐 한일극장 앞으로 한 시간 걸려 돌아왔다. 시민들은 400~500m에 달하는 행렬을 유지하며 약 2.3Km의 거리를 걸었다.

"대구시민 함께해요, 이명박은 물러가라, 재협상해라"라며 촛불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외치자 길가의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응원하거나 행진에 합류해 같이 걷기도 했다. 버스에 탄 시민들도 호응의 몸짓을 시위대에 보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참여자들이 상복을 입고, 꽃상여를 메고 곡을 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참여자들이 상복을 입고, 꽃상여를 메고 곡을 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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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명박, 개념은 외박, 관상은 쥐박, 경제는 쪽박, 언행은 경박"
 "이름은 명박, 개념은 외박, 관상은 쥐박, 경제는 쪽박, 언행은 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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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재미있는 피켓들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재미있는 피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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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50분쯤 행진하던 중  봉산육거리에서 우측으로 돌던 시위대 일부가 "한나라당 사무실로 가자"며 좌측으로 방향을 돌리자 행진 행렬이 잠시 멈칫했다. 그 사이 육거리를 오가던 차들이 엉키고 여기저기서 "빵빵"댔다.

결국 시위대 중 일부인 100여 명의 사람들이 육거리 한복판에서 약 5분 동안 연좌해 농성을 벌였다. "우(반월당)로 가봐야 별것 없잖아" "우로 갈 사람은 가고 좌로 갈 사람은 알아서 갑시다"라고 하는 사람들과 "좌측으로 갑시다"라는 사람들이 갈렸다. 하지만 이내 갈렸던 시위대는 우측으로 향하던 사람들과 합류해 행진을 마쳤다.

9시 10분쯤 경북사대부고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가 않을 정도로 길었다.
 9시 10분쯤 경북사대부고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가 않을 정도로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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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25분 행진이 끝나고 대책위가 준비한 공연을 하던 중 많은 시민들이 빠져나갔다. 밤 11시 20분쯤 공식 문화제는 마쳤지만 그 전인 10시 50분부터 100여 명이 한일 극장 앞에서 자유토론을 벌였다. 이날 집회는 최대 인원이 모이는 성과도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대책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먼저 "집회 양끝 무대에서 울리는 소리 때문에 자유토론과 자율적인 문화제가 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대구 집회가 획일적으로 흘러간다, 서울은 피 터지게 외치는데 이렇게 문화집회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말이 안 된다, 시간이 되면 정리하는 집회는 안 된다, (행진만 하고 끝내는) 뺑뺑이는 이제 그만 하자"며 언성이 높아졌다.

문화제 공식일정이 끝난 뒤, 대구 집회의 방향에 대해 시민들이 자유토론을 벌이고 있다.
 문화제 공식일정이 끝난 뒤, 대구 집회의 방향에 대해 시민들이 자유토론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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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자발성과 향후 집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오늘 이후 (대구 지역에서) 어떻게 싸워 나갈 것인가 고민하고 질문을 해야 한다, 토론도 있어야 한다, 큰 앰프 앞에 우리의 목소리가 수그러든다"며 "대중의 자발성과 창발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도 쏟아져 나왔다. "큰 무대 쪽에서는 관객이 되고, 여기서는 주체가 된다"며 자신의 소회를 밝힌 한 여성은 "투쟁의 내용을 무엇으로 채울지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입에서 "먼저 촛불이 수그러들 곳이 대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대책위는 앞으로의 집회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 대구 "제2의 6.10 항쟁으로 거듭나자!" 10일 촛불집회 현장
ⓒ 장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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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쇠고기, #이명박, #촛불문화제, #대구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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