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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뉴라이트전국연합, 국민행동본부 등 극우단체들은 10일 시청 앞 광장을 선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부터 '법질서 수호 및 자유무역협정 비준 촉구를 위한 국민대회'를 열고 촛불을 든 시민들을 '어설픈 양아치', '정신 이상자' 등으로 몰아붙였다. 또 소 내장이 포함된 미국산 소시지 100봉지를 뜯고 시식회를 진행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국민대회를 마친 후에는 구국기도회로 행사를 바꿔 광화문 사거리와 시청 앞 광장에 남아있는 시민들을 축복하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이들은 원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시청 앞 광장을 촛불을 든 시민들로부터 '사수'했고, 가벼운 몸싸움과 언쟁을 통해 촛불시위대가 '불법 폭력 시위'라는 선전을 할 수 있었다. 애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6·10 촛불대행진 행사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5월 31일 집회신고를 할 때부터 이들은 충돌을 원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이들은 극우 단체에 대한 국민의 염증만 더 키웠을 뿐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극우단체에 가장 격렬하게 항의했던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었다.

 

'과학' 들먹이며 '배후론' 주장한 극우단체

 

 

사람들이 극우단체에 염증을 느낀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이 했던 치졸한 해석을 되풀이 했기 때문이었다.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광우병 소라는 단어 자체가 거짓"이라며 "미국에는 광우병 소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광우병 소가 있다면 LA 갈비를 20년 전에 즐겨 먹었던 저나, 미군부대에서 나온 쇠고기 햄 등을 사용한 부대찌개를 먹은 의정부 시민들은 모두 광우병에 걸렸을 것"이라고 나름의 '과학적 근거'까지 제시했다.

 

한 개신교 목사는 "광우병이 제일 많이 발생한 영국에서도 광우병 발병이 점점 줄고 있다. 이번 광우병 사태의 주범은 MBC 'PD수첩'"이라며 "허위 선전에 선량한 국민들이 선동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적화보고서> 저자 김성욱 프리랜서 기자는 "누가 연단을 설치하고 누가 유인물을 나눠주고 누가 쇠파이프를 들었느냐"며 "2002년 미 장갑차 사고, 2004년 탄핵반대 시위, 2005년 평택 폭동, 2006년 한미 FTA반대 집회를 연 이들이 주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은 주한미군 철수 등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주장을 펴는 이들로, 여기에 계신 제정신을 가지신 분은 정신이 나가 촛불시위에 나가고 있는 이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해달라"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자신을 여의도 순복음교회 장로라고 밝힌 한 구국기도회 참석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이명박 정부의 졸렬한 협상에 반대한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좌익 세력에게 조정당하는 것이 안타까워 여기에 나왔다"라며 시민을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과학', '선전·선동론', '배후론'까지 나올 것은 다 나온 셈이다.

 

시민들, "대화가 안 통한다"... 맞불 집회 계속 할 듯

 

정부와 조·중·동에 의해 대응 방법을 충분히 훈련받은 시민들은 비록 마지막에 '빨갱이'라 욕 먹긴 했지만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구국기도회 때는 교인들이 나서 "기도하는데 태극기를 흔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같이 무릎 꿇고 기도하자"라고 신도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설득도 안 통하자 시민들은 그들을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서운재(60)씨는 한 시민이 들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망언' 모음 손 팻말을 읽어 내려가며, "정말 저들이 이런 말까지 했느냐"며 "완전 친일파 아니냐"라고 분개했다.

 

김아무개(30)씨는 "지금 국민이 하나가 되어도 이놈의 정부가 말을 들을지 안 들을지 모르는데 왜 정권에 이용당하고 있느냐"며 한탄했다. 직장인 정륜(46)씨는 "건강을 이야기하는데 지금 이념을 왜 들먹이느냐"며 "내가 장교 출신인데 좌익이냐"라고 소리쳤다.

 

결국 극우 단체의 맞불 전략은 자신들을 '왕따'로 만드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맞불 집회는 계속될 예정이다. 선진한국 국민운동본부는 '다시 뛰자! 대한민국, 나라지키기 국민대회'를 12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성공시대를 약속한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하나로 집결하고  정부의 국정 운영에 절대적 힘을 더하는 한편, 대한민국 국민의 성공을 한 목소리로 다짐하기 위한 열린 국민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태그:#미국산?쇠고기?수입, #촛불집회, #맞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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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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