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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기사를 작성한 지 3년 반이 지났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 삶에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글을 통해서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내가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맺은 관계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제주의소리(www.jejusori.net)'라는 인터넷 신문의 가족이 되었다는 것이다. 제주의소리는 오마이뉴스와 기사 제휴협정을 맺고 있는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인터넷 언론사다.

제주에 살고 계신 시민기자들이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는 대부분 제주의소리에도 중복으로 실린다. 기사제휴 협정을 맺기 이전에는 '중복송고' 방식을 통했고, 협정이 맺어진 다음에는 '제휴' 방식을 통한다.

누구에게든 늘 삶에 굴곡과 역경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시간을 쪼개 글을 쓰다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역경이 찾아오면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펜을 잠시 놓게 된다. 대개 그렇게 쉬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서너 달은 지나기 마련이다.

이재홍 국장과 안현준 팀장 왼쪽이 이재홍 국장이고 오른쪽이 안현준 팀장이다.
▲ 이재홍 국장과 안현준 팀장 왼쪽이 이재홍 국장이고 오른쪽이 안현준 팀장이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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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우 먼저 연락이 오는 곳은 <제주의소리>다. <오마이뉴스>처럼 다수의 시민기자를 확보한 것이 아니므로 어떤 경우는 오랜 기간 취재기자들의 기사로만 지면을 채워야 한다.

“요즘 왜 무슨 일이 있습니까? 통 기사를 안 올리시니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귤 수확 철이라 너무 바쁩니다. 올해는 시세도 너무 안 좋아서 판로까지 신경 써야 할 판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나는 대로 한 편 써올리겠습니다.”

김봉현 기자 이날 MC역을 잘 소화했다.
▲ 김봉현 기자 이날 MC역을 잘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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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제주의소리> 이재홍 편집국장님과 나눈 대화다. 취재 기자가 6명이니 제주지역의 웬만한 현안을 다 처리하지만 그래도 시민기자가 쓴 기사도 가끔 섞여 있어야 지면 구색이 맞는 모양이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취재기자와 시민기자 사이에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오가게 되고 시민기자들 입장에서 언론사의 경영 실적도 관심을 갖게 된다. 제주라는 사회가 사람이 많지 않고, 지역이 좁게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승록 기자 스스로 얼굴이 동안이라고 자랑한다. 현장에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승록 기자 스스로 얼굴이 동안이라고 자랑한다. 현장에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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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미국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리고부터 시청 앞 촛불 행사에 매번 참여하게 되었다. 오마이뉴스가 제주에 취재기자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민기자로서 부족하지만 제주의 소식을 전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5월 6일 촛불문화제가 처음 열린 날 시청 앞 행사장에서 많은 기자들 틈 속에서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촛불문화제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언론사의 관심은 줄어들었다. 어떤 날은 취재기자가 거의 없는 상태로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좌용철 기자와 양미순 기자 현장 상황을 스케치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모니터하고 있다.
▲ 좌용철 기자와 양미순 기자 현장 상황을 스케치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모니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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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서도 제주의소리는 당일 당직 취재기자를 보내 거의 모든 촛불문화제를 취재했다. 어떤 날은 나와 제주의소리 취재기자 두 명만 행사장을 취재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어떤 시민은 농담 삼아 “다른 언론사에서는 왜 기자를 안 보내고 제주의소리에서만 기자 두 명을 보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아프리카방송, 칼라TV, 민중의소리 등 진보개혁언론들이 촛불문화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도한 것처럼, 제주에서는 제주의소리라는 인터넷 언론이 촛불문화제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종훈 팀장 인원이 부족해서 영업팀장이 현장에 카메라맨으로 배치되었다.
▲ 이종훈 팀장 인원이 부족해서 영업팀장이 현장에 카메라맨으로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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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면서 오마이뉴스와 제주의소리가 기사제휴협정을 맺게 된 것이 단순히 서로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오마이뉴스가 촛불문화제를 현장에서 생중계한 것처럼 6월 10일 제주에서는 제주의소리가 현장을 생중계했다.

회식 자리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식구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회식 자리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식구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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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달리 지방에는 ‘와이브로’라는 이름의 초고속무선인터넷이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이동하는 상태에서 생중계하지는 못했다. 제주의소리는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현장에 취재역량을 총집중해서 생중계했다.

대신 시민들이 촛불문화제가 끝나서 거리행진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현장을 녹화한 녹화화면을 상영하는 방식을 취했다. 발로 뛰면서 지역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번 생중계는 시스템을 도입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한 것이다. 생중계를 결정한 지도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준비가 부족했다. 게다가 인원도 부족했다. 이재홍 편집국장을 포함한 6명의 기자는 물론 영업을 담당하는 영업팀장이 현장에 나오고도 인원이 모자라 시민단체에서 카메라맨 한 명을 지원받았다.

소리TV '제주의소리'가 6.10 촛불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 소리TV '제주의소리'가 6.10 촛불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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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진행된 생중계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6월 10일 4시 관덕정에서 열린 시국토론회를 시작으로 진행된 제주의소리 생중계는 행사가 끝나는 12시까지 이어졌다. 그날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지 못한 많은 시민들은 집에서 동영상을 통해 현장을 지켜봤는데, 시민들은 1000여 개의 댓글을 남기며 인터넷 생중계에 관심을 표했다.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 제주의소리 식구들이 인근 음식점에 모였을 때, 다른 테이블에서 “제주의소리,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시민이 있었다. 고생한다고 막걸리 몇 병을 보내주는 시민도 있었다. 기자들 표정이 기쁨에 넘쳐 있었다.

제주 지역은 한 다리 건너면 친척과 친구가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로 좁은 지역이다. 관계가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엮이다 보니 공론이 소통하기 무척 어려운 환경이다. 게다가 시장이 좁아 언론사는 열악한 경영환경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기위해 애쓰는 제주의소리에 박수를 보낸다.  


#제주의소리#인터넷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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