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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최종: 11일 밤 10시 25분]
 
"재협상 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투쟁하자"
 
"이제 끝장을 봅시다."
 
밤 9시 종로거리 한 빌딩에서 뿌려진 수백 장의 종이가루에 쓰여 있던 말이다. 붉은 색과 노란 색의 종이엔 '제2차 6월항쟁본부(cafe.daum.net/2MBOUT)' 명의로 "재협상 될 때까지 전 국민이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투쟁을 합시다"라고 적혔다.
 
이에 시민들은 환호성을 울렸다. 21년 전 6월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할 때 넥타이부대들이 시민들의 행진에 공감한다는 의미로 종이가루를 뿌렸던 그 모습이 재현된 것이다.
 
거리 행진 중에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외쳤다. 박상진(40)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끝내 자기 스타일을 버리지 않을 것 같다, 어제 100만명이나 모였으니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알 텐데, 국민의 뜻을 듣지 않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결을 선언한 것"이라며 "이제 이명박 정부는 정책을 이끌어나갈 능력을 상실한 '식물 정부'다, 시민사회에서 그 대안을 준비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교 1학년인 박아무개(19)씨 역시 "세종로 사거리에 세워진 컨테이너 박스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이제 쇠고기 문제가 해결돼도 총체적인 문제 해결은 안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들은 행진 중에 <조선일보> 앞에 멈춰 "<조선일보>는 꺼져라"는 구호를 외쳤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만간 '<조선일보> 홈페이지 다운의 날 - 네티즌 모여라!'를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저녁 8시 30분께 서울광장을 출발해, 명동-을지로-종로-세종로 사거리를 거쳐 밤 9시 30분께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와 촛불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많은 시민들은 가족, 친구, 연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앉아 오랫동안 촛불을 지켰다.
 

[1신 : 11일 밤 9시 15분]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함께 어김없기 켜진 촛불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6월 11일 저녁 7시 30분 서울광장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노랫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촛불은 켜졌다.

 

무대에 '심판 이명박! 국민 불복종' 펼침막이 내걸린 35번째 촛불문화제에는 1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자유발언대에 올라 100만명이 모여도 꿈적하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이전보다 더욱 고조돼 있었다.

 

최영철(25)씨는 "국민 100만명이 거리로 나와 '재협상 하라'고 해도 들은 채 만 채한다, 어제 새벽엔 많은 시민들이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다쳤고 20명 넘는 시민이 연행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서 모두 함께 이명박을 끌어내자"고 외쳤다. 박복영(64)씨도 "시민들의 분노가 더해지고 있다, 한계점에 다다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오는 14일 광주 망월동 묘역에 묻히는 고 이병렬씨를 추모하기 위해 오세진(64)씨가 내뱉은 상엿소리가 광장에 흘렀다.

 

단순한 상엿소리가 아니었다. 의미심장한 말들이 가득했다. 오씨는 기자에게 "상엿소리로 시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번 들어보자.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쥐 잡으러 나는 간다. 어이~ 어이~ 어노어노 어너리 넘자 어노~

하늘에다 서울팔고 지 맘대로 꿀꺽. 이제는 물도 팔아 지 맘대로 꿀꺽 할라.

 

이왕이면 공기업도 네 맘대로 꿀꺽할까? 우리 생명 팔아넘긴 이명박을 소환하라.

자본독재 몰아내고 민생 경제 살려 내라. 죄송하다 조아리며 그 자리서 뒤통수다."

 

상엿소리 다음에는 흥겨운 기타소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촛불로 밝혀진 어두운 광장의 적막을 깨트리는 가수 손병휘씨의 <삶에 감사해>라는 노래였다. 시민들은 노래에 맞춰 촛불을 좌우로 흔들었다.

 

"젊은 경찰이여, 그댄 나의 형제, 우리의 아우, 함께 노래해요.

대운하는 싫소, 0교시도 싫소, 미친 쇠고기는 너나 즐쳐드셈.

삶에 감사해, 삶에 감사해, 삶에 감사해

함께 노래하며 함께 춤을 추며 함께 웃으며 함께 달립시다."

 

자유발언이 끝난 후, 시민들은 저녁 8시 40분께 소공로·명동·을지로·종로를 거치는 거리행진에 나섰다.


태그:#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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