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12조의 내용이다. 이 당연한 내용을 글로 썼다가 검찰 내부에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 있다.
금태섭 변호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그는 2006년 9월,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기획으로 10회 연재를 시작했다. 첫 번째 글은 '피의자가 됐을 때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였다.
이 글은 독자들로부터 '고맙다' '신선하다'라는 반응을 얻었지만, 검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받았고 결국 1회를 끝으로 연재를 중단해야 했다. 당시 금태섭 검사는 검찰총장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고 서울중앙지검 총무부로 발령받은 데 이어 12년 동안 일했던 검사직을 내놓았다.
최근 그는 <디케의 눈: 금태섭 변호사의 법으로 세상읽기>라는 책을 내놓으면서 또 한 번 주목의 대상이 됐다. '법은 현실이며,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법은 비현실적이고 무미건조하다'라는 지은이의 말에서 법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그의 욕망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다.
참여연대는 오는 6월 18일,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라는 강연을 준비했다. 그에 앞서 지난 4일, 변호사 사무실에서 가진 짧은 인터뷰를 통해 금태섭 변호사를 먼저 만나 보았다.
다음은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해결책이 무엇이라 보나."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지난 토요일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이미 언론에서 지적했듯,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소통의 부재가 아닌가 싶다. 새 정부가 미국・중국 방문을 하는 도중 급하게 성과를 내고자 했다. 8일 만에 협상을 타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설마 미국인들이 몸에 나쁜 것을 먹겠냐'는 말로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현재 정부는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출업자의 자율규제를 통한) 월령표시를 요청한 상태이고 수입은 일단 중단되었다. 재협상밖에 해결책이 없다. 그러나 그로 인한 손해 역시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문제는 다른 사안과는 다르다.
이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이렇게 큰 반대에 직면하리라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재협상과 같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책 결정을 한 관료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의 동물성사료 완화조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의사결정을 내린 것은 누구인지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 얼마 전 <디케의 눈>이라는 책을 냈다. 부제가 '금태섭 변호사의 법으로 세상읽기'이다. 법에서 보는 진실은 어떤 것인지 알려 달라."실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법은 증거에서 인정되는 것만을 진실로 본다. 직접 그 사건을 겪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증이 간다고 해서 처벌한다면 자칫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고 차선책을 생각하다 보면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지은 죄와 조금만 틀려도 승복하기 어렵다. 실체적 진실의 추구와 적정절차의 원리 모두가 필요한 이유이다."
-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사형제도의 존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늘 따라나오는 것이 '사형제가 실제 범죄예방의 기능이 있는가'하는 물음이다. 폐지론자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 지능적 범죄에 한해서는 그 형벌을 의식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사실 나는 폐지를 찬성한다. 존치론에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존재한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 보면 과반수 정도는 사형제에 찬성한다.
특히 흉악범죄가 터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현대 사회에서 형벌의 기능을 크게 '일반예방주의'(범죄예방) '특별예방주의'(교화)로 구분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여전히 '응보'의 정서가 깔려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에는 상당한 진리가 담겨있다'는 말을 어렸을 적 나의 아버지에게 들었다(고인이신 금태섭 변호사의 아버지 역시 법조인 출신이다).
그러나 사형제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오판 가능성'이다. 이 점은 존치론자 역시 반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멀지 않은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일어났었다. 사형제도는 위헌적 요소나 비인간적인 면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 6월 18일 강연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법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실제 현실에서는 그 반대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법의 원래 목적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법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하는지 실제 사건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설명할 생각이다. 재미있어야 할 텐데.(웃음) 이러한 작동방식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시행된다. 이러한 배심재판이 시작되면 재판 자체가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 '재미있다'라는 것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보다 쉽게 알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 재판은 서류상으로 이루어진다. 법정에서 말을 많이 하면 판사들이 오히려 싫어한다. 물론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이런 제도를 통해 법에 대해 좀 더 친숙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참여연대 6월 회원한마당 :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
일 시 2008년 6월 18일 (수) 저녁 7시 반
장 소 참여연대 느티나무홀(1부), 옥상(2부)
참가비 1부(오천원), 2부(칠천원), 1+2부(만원)
참가신청을 미리 받습니다. 성함과 연락처를 적어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선착순 다섯 분께는 기념품을 증정합니다.
문 의 시민참여팀 이진영 간사 02) 723-4251 regina@pspd.org
* 6월 회원한마당 2부 순서로 참여연대 옥상에서 진행하는 ‘작은 음악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별이 보이는 5층 옥상에서 클래식 기타와 오카리나의 선율이 함께 하는 음악회에도 빠지지 말고 참가해 주세요.
** 참여연대 회원한마당은 시민, 회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와 인물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 같이 생각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