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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대 정두언'으로 상징되는 한나라당내 갈등이 빠르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두언 의원이 12일 측근을 통해 "대통령을 위해 죽으라면 죽겠지만 (인적쇄신 문제는) 끝을 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확전 의사를 내비쳤지만, 오히려 다수 의원들이 정 의원에 비판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까지 정 의원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정 의원이 당내에서 고립되는 양상마저 띄고 있다.

 

이 때문에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사퇴로 탄력을 받았던 '정두언의 난'이 더 이상 지지세를 넓히지 못하고 진압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초선모임 '사태정리' 요청... 홍준표 "해당행위 좌시 않겠다"

 

고승덕 의원(서울 서초을)이 주도하는 '현장경제연구회'의 12일 모임에는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초청돼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정 의원 측이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를 계속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판단한 일부 의원들이 홍 원내대표에게 사태를 정리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고 의원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자꾸 내부싸움을 하면 국민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해 언론에 입장 표명을 할 생각도 있었다"며 "정두언과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의 생각이 다수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석호 의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은 "지난 번에 한 번 얘기했으면 됐지, 또 격한 얘기를 꺼내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철우 의원(경북 김천)도 "당내에 언로가 열려 있으니 얼마든지 내부에서 투쟁할 수 있지 않느냐"며 정 의원 측의 '언론 플레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 의원에게 동정적이었던 수도권의 초선 의원들도 그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서울의 초선 A의원은 "정 의원을 최근 만나 '충정을 이해하지만 자꾸 그러면 대통령만 바보가 된다. 그러지 말라'고 호소했다. 정 의원이 그 자리에서는 '알았다'고 하더니 어제 또 그러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 의원을 따르는 사람은 김용태 의원을 포함해 2~3명밖에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정 의원은 12일 이명박 캠프의 모태가 된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을 만나 이상득 퇴진의 필요성을 설득했지만, 이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국포럼 출신의 후배 의원이 "형이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가 정 의원에게 면박을 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 의원을 만난 백성운 의원(경기 고양일산갑)은 다음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분란을 일으키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도리가 아니다, 좀 더 자숙하고 서로 자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여론이 들끊는 가운데 홍 원내대표가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포문을 열었다.

 

"극히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분란을 증폭시키는 행위는 시기도 뜻도 맞지 않다. 만약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겠다. 엄격하게 처리하도록 하겠다. 해당 당사자들은 자중을 해야 된다."

 

홍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상득 의원을 비판하는)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반성해 봐야 한다"며 "대선에서 승리한 뒤 2인자 행세를 하고 실세 중 실세로 있다가 이제 와서 대통령의 형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인적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박영준 비서관을 넘어 이상득 의원과의 정면승부를 벼르던 정 의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린 셈이다.

 

A 의원도 "이재오·이방호·정두언 트리오가 공천에 개입해서 친박연대까지 만들어진 것 아니냐?"며 "인적쇄신이라는 큰 명분 뒤에서 그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득 다음주 방일... 당내 갈등 피해 체류 연장할 수도

 

홍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며칠 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두언 의원을) 징계해야 하지 않냐는 논의가 나왔는데 내가 막았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 의원을 당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해석됐다.

 

한편으로, 홍 원내대표는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도 "앞으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인사 문제를 포함한 시국 해법을 제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이 의원과 가까운 인물들이 자천타천 청와대 수석 및 장관 후보로 거명되는 것에 대한 경고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자 이 의원도 '잠행'에 들어갔다.

 

전날까지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했던 그가 17일경 일본 부품소재산업의 국내유치를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 의원이 다음 주말에 귀국하겠지만 당내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류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의원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정 의원을 지지하는 그룹이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공론화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의 관계자는 "방미단 '쇠고기 협상' 귀국보고 등 현안들이 있기 때문에 의총을 열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15일쯤 의총 소집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정두언의 난, #이상득,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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