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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열린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13일 열린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이주빈
촛불과 아이스크림 고 미선, 효순 학생이 사망 6주기에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여중생들이 자신의 촛불을 낮게 들어보이고 있다. 촛불 옆으로 학생들이 저녁 대신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사랑스럽다. 15살, 그럴 나이다. 그 꽃다운 나이에 미선, 효순 학생은 고인이 됐다.
촛불과 아이스크림고 미선, 효순 학생이 사망 6주기에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여중생들이 자신의 촛불을 낮게 들어보이고 있다. 촛불 옆으로 학생들이 저녁 대신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사랑스럽다. 15살, 그럴 나이다. 그 꽃다운 나이에 미선, 효순 학생은 고인이 됐다. ⓒ 이주빈

광주 금남로에서 하늘에 있는 ‘고 미선·효순이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송되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중생도, 지나가는 시민들도 시큰해진 코를 매만졌다. 13일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 광주 촛불집회는 그렇게 6년 전 미군 장갑차로 목숨을 잃은 고 미선·효순양 추모집회가 되었다.

 

시민, 학생 약 300여 명이 모인 금남로. "전남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촛불은 든 한 대학생 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학생이 고 미선·효순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그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다고 했다.

 

"2002년 그 해 그 여름을 기억해. 월드컵 4강이라는 초유의 기록 앞에 온 국민이 들썩거렸던 그때, 온 국민이 기뻐하던 그 순간에, 아무도 모르게 공포에 떨며 미군 궤도차에 무참히 짓이겨진 너희들을….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너희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지만 촛불을 들지 못했어. 그때 나는 어렸고, 용기가 없었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안타까워하는 것밖에 없었던 같다.

 

6년 전 나는 못 들었던 촛불을 지금의 중고생들이 먼저 나서서 촛불을 들었고, 대학생도, 아기엄마도, 아저씨도, 아줌마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촛불을 들었어. 그리고 나도 6년 전과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어.

 

미선아, 효순아. 하늘에서도 이 촛불의 행렬이 보이니? 다시는 너희와 같은 억울한 죽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촛불을 들 거야. 그러니 혹시라도 이 촛불을 보고 있다면 우리를 믿고 응원해주겠니? 평화로운 저 하늘에서 편히 쉬길 바라며 촛불을 든 한 대학생 언니가..."

 

하남중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동효 학생은 "미선·효순 6주기 추모일인데 이명박 대통령 욕하러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했다. 송도화·이명기·박태민 학생은 동효 학생과 마찬가지로 옷이며 가방에 미국 쇠고기 반대 스티커를 붙이고 나와선 "이름을 꼭 밝혀 달라"고 했다. "다음 주가 시험이지만 이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나왔기 때문"이라며 "여자 친구도 함께 왔다"고 해맑게들 웃었다.

 

 광주 하남중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옷이며 가방에 '미국 쇠고기 반대' 스티커를 붙이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광주 하남중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옷이며 가방에 '미국 쇠고기 반대' 스티커를 붙이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이주빈

 

고 효순·미선 학생이 사망할 당시 나이인 15세라고 자신의 나이를 밝힌 한 중학생은 "대통령님이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며 "우리 학생들은 급식을 먹는데 급식에서 미친 소를 먹으란 말에 놀라서 나왔다"고 했다.

 

이 학생의 말에 촛불집회를 사회를 보던 이가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을 여중생들이 죽을 걱정을 하며 이 자리에 나와 있다니 안타깝다"고 말해 시민들을 숙연케 했다.

 

즉석 삼행시가 시민들의 박수를 받아 선물을 받게 된 김송이(고2) 학생은 삼행시보다 더 간결하고 상징적인 수상소감을 해 다시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촛불문화제를 보고 내리는 눈은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중에 다 쓸어버리면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나요, 저희는 만년설이라 절대 녹지 않거든요."

 

한편 14일 광주 촛불집회는 지난 5월 25일 분신한 고 이병렬씨 노제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5.18민주광장에서 노제를 지낼 고 이병렬씨는 망월동 묘지에 영면할 예정이다.


#광주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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