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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미친소는 싫다"며 울먹이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미친소는 싫다"며 울먹이고 있다 ⓒ 박석철

 

"뒤에 서 계신 경찰 아저씨, 배후 세력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자유발언대에 올라오자 울산청년회 회원인 20대 여성 사회자는 이같이 말했다.

 

14일 오후 7시부터 울산대공원 동문 광장에서 열린 울산촛불문화제는 인터넷과 방송의 역할을 새삼 느끼게 했다. 1000여 명이 모인 이날 촛불집회에는 가족과 친구들과 온 초등학생들이 많았다.

 

취미 '인터넷' 및 'TV보기'인 한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은 "너의 배후세력이 누구냐"고 물어보는 어른들을 무색케 했다.

 

14일 울산촛불집회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자유발언이 유독 이어졌다. 그것도 2학년생들이 주를 이뤘다.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은 "미친소를 학교급식에서 먹기 싫어요"라고 말한 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괜찮아"를 연발했지만 더 이상 발언을 하지 못했다. 뒤이어 엄마가 올라왔다. 엄마는 "제 딸 잘 키웠지요?"라고 청중들에게 물어 박수를 받았다.

 

 10대 청소년들이 촛불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고 잇다
10대 청소년들이 촛불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고 잇다 ⓒ 박석철

 

여기에 고무돼 발언대에 올라온 또 다른 초등 2학년 여학생은 "아빠 엄마 언니와 함께 촛불집회에 자주 온다"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 들어올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한 40대 남성이 자유발언을 하며 "대통령이 초등학교 여학생과 싸우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뿐일 것"이라며 "권력, 보수 관치, 소망교회 3가지를 버리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들이 촛불을 흔들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촛불을 흔들고 있다 ⓒ 박석철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은 "오늘 의료민영화 이야기를 하려 나왔는 데 초등학생들의 발언을 듣고 쇠고기 문제로 바꿨다"라며 "어머니가 어린이집 조리산데 '쇠고기 싼 것 먹이면 좋다'고 하시기에 어머니로 인해 죄책감을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이 학생은 이어 "인터넷 동영상을 보니 이번 촛불집회 진압이 5·18과 같더라"며 "아빠도 전경 출신인데 아빠가 폭력진압하는 상상을 하니 괴롭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촛불을 처음 든 이들은 10대 학생들이다. '그들이 왜 촛불을 들었을까'라는 의문은 이날 자유발언에서 풀렸다.

 

여고생과 남고생, 중학생이 잇따라 자유발언을 하며 "0교시와 야간 자율학습을 없애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에 앞서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4·15 학교자율화 정책이 학생들에게 반발을 불러온 것.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강제가 동원된 자율이 어떻게 자율이냐"며 "0교시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거리행진을 하지 않고 <식코> 영화를 보고 삼삼오오 모여 '이후 촛불을 어떻게 들 것인가'에 대한 자유토론을 이어갔다. 

 

 울산시민이 든 촛불이 휘황찬란하다
울산시민이 든 촛불이 휘황찬란하다 ⓒ 박석철

 

 14일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14일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 박석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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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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