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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9시 뉴스> 화면캡처
KBS <9시 뉴스> 화면캡처 ⓒ KBS

지난달 말 정부가 미국 도축장 위생상태 점검을 다녀온 뒤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안전하다고 발표한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KBS는 14일 저녁 <9시 뉴스>를 통해 "보름동안 미국 도축장 30곳의 위생 상태를 둘러보고 온 정부 점검단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은 완전히 제거되고 있고, 30개월 이상 소는 철저히 구분 도축되고 있으며, 교차오염 등의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KBS가 입수한 '현지 점검단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도축장에서는 30개월 미만 쇠고기와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냉장과정에서 접촉할 수 있어 교차오염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되어있다.

또한, 일부 도축장의 경우에는 소의 나이를 판별하는 치아 감별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월령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점검단이 이같은 내용은 모두 누락한 채 미국 도축장 위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점은 큰 문제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손찬준 정부 특별점검단장은 "(미국정부에) 시정조치 요청을 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지적했다는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주장은 변명이나 핑계에 불과하다"며 "현장점검 당시 문제가 될 만한 점들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적시된대로 공개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한국의 검역관들이 미국에 갈 때 많은 사람들이 '쇼를 하고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느낌"이라며 "미국이 짜준 프로그램대로 돌아보고 올 것이라는 예상에 그마저도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조작했다면 정부의 위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의 심판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 무효화의 근거로 충분하다"

이 같은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소가 웃을 일이라는 박 실장은 "다시 한번 쇠고기 재협상의 필요성이 드러난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홍하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대표는 "도축의 마지막 단계인 냉장과정에서 교차오염 가능성이 있어 미국 정부에 시정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어리석인 일"이라며 "미국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은 곳의 위생상태가 이 정도라면 승인받지 않은 도축장의 현실은 어느 정도일지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우려했다.

홍 대표는 "광우병 위험소지가 있는 도축장의 현실이 드러난 만큼 이것은 새 수입위생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무효화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실하다"며 "협정위반으로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치아감별사 부족으로 월령감별 불가능 ▲30개월 이상과 미만 구분불가로 인한 냉장보관과정의 교차오염 가능성 등을 정부가 알고도 누락발표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중대 하자"라며 "다시 한번 지난 한미간 쇠고기 협상은 원천무효라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 국장은 "미국에서 가장 시설이 좋다는 곳을 고르고 골라 30군데 다녀온 건대 그 가운데서도 이 지경이라면 나머지 760여개의 도축시설의 위생상태는 어느 정도겠냐"며 "미국의 도축장 모든 곳이 한국에 수출가능한 길이 뚫린 상황에서 절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그는 "현재의 수입위생조건은 물론이고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도 불가능하며 민간자율결의는 더욱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2주간의 짧은 기간동안에도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미국 검역시스템이 이 정도로 엉망이라면 이 상태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는 과연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정부냐"고 개탄했다.

우 국장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며 "2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 수입과 도축장 승인권 확보 등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지적한 '최소한의 7가지 조건'을 정부는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9시 뉴스> 화면 캡처
KBS <9시 뉴스> 화면 캡처 ⓒ KBS

이에 앞서 손찬준 방미 특별점검단장은 지난달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5월 12일부터 26일까지 미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은 14개 주 30개 작업장을 점검한 결과, 특정위험물질 제거 등 미 수출작업장의 위생관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손 단장은 지난달 30일 농림수산식품부 기자브리핑에서 "30개 작업장 점검 결과 위생과 운영 관리 상태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판단했다"며 "30개월 미만과 이상 소는 치아감별이나 출생기록으로 구별하고 있었고 30개월 이상 된 도축 소의 몸체는 색소표시나 꼬리표 부착으로 구분 관리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광우병특정위험물질 SRM은 도축이나 가공과정에서 안전하게 제거되고 있었다"며 "30개월 이상 소를 절단한 도구는 전용으로 사용되거나 세척해 사용되고 있었다"고 피력했다.

일명 '주저앉는 소'인 다우너는 도축 금지 상태였고, 광우병 증상 의심 소는 동식물검역청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외부시설에 보관되고 있다고 전했다.


#광우병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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