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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불과 수백명의 학생들이 모여 광우병 쇠고기는 먹을 수 없다고 촛불을 밝힌 이래 14일, 38번째 촛불문화제가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지난 10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난 뒤 내심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평화의 촛불을 밝혀들었는데 정부가 근본적인 잘못을 돌이키려 들지 않을 때 나를 비롯하여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감당할 절망의 몫이 너무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비폭력 평화집회를 끝까지 무시한다면 더 강력한 방식으로 시민의 의지를 드러내 보여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 집회가 강성으로 흐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촛불을 밝혀 든 시민들은 나보다 훨씬 현명하고 이성적이며 인내심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4일 대학로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전국노동자 대회'를  마친 사람들이 청계 광장까지 가두행진을 하였다. 길을 지나던 많은 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이들은 바라보며 사진을 찍거나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이따금 "빨갱이", "나라 말아먹는 것들" 운운하며 시비를 걸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어이없는 시비에 어느 하나 얼굴을 붉히며 따지지 않았다. 이후 청계광장에 도착한 대열은 집회를 마무리한 뒤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시청 앞 광장으로 향했다.

 

 

시청 앞 광장에 가까이 갔을 때, 광장이 비좁은 듯 주변도로에 앉아 촛불을 밝히고 있는 사람들의 행렬이 보였고, 그것을 보는 순간 저절로 눈물이 고였다. 이명박 대통령이여 제발 단 하루라도 광장에 나와 저 끝없는 촛불들의 흔들림을 보라! 하루 이틀도 아니고 38번의 밤, 무려 7번의 황금 주말을 광장에 나와 평화의 촛불을 밝혀 든 저들은 과연 누구일 것인가?

 

 

그들은 바로 이 땅의 주인이며 나의 어머니, 아버지요, 언니 동생이며, 딸과 아들이고, 사랑스런 조카요 벗이며 이웃이 아니던가!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올곧은 자들이며 더디기만 한 세상의 변화에 결코 낙담하지 않는 이들. 바로 저들이 있기에 정부가 끊임없이 시민을 기만하고 속일지라도, 컨테이너 박스로 명박산성을 쌓고, 길목마다 바리케이드를 치고 방패와 물대포로 위협을 가할지라도, 그래도 평화의 촛불은 꺼지지 않고 타오른다!


태그:#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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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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