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충남 연기군 서면,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여느 때와 달리 색다르게 펼쳐져 있다.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고 두꺼운 구름으로 하늘을 가리더니 오늘은 그 구름이 바삐 흐트러지며 시선을 잡아끈다.
산등성이로 해가 점점 기울기 시작한다. 구름사이로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들판을 가로질러 산등성이로 향하는 전깃줄에서 갑자기 섬광이 터진다. 금세 하늘은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산불처럼 번지며 불바다가 되고 만다. 아! 이럴 수가! 구름을 모두 불태우고 하늘에 전쟁이 일어 난 듯 야단스럽고 정신이 없다.
그 광경이 어찌 강열하고 황홀한지 나도 모르게 주변의 높은 언덕으로 뛰어 올라갔다. 하늘은 금세 재앙이 닥쳐온 듯 점점 더 강열하게 불타오른다. 마치 구름이 전기에 감전되어 폭탄 터지듯 말이다. 온 세상이 다 타버릴 듯 숨이 막혀온다. 이 불타는 하늘빛은 땅으로 쏟아져 벼가 무럭무럭 자라는 논바닥으로 번져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