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다음주 농촌공사 아산지사 현판이 뜯기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게 됐다. 농민들이 자신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단편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일이 발생한 것.

 

최근 한국농촌공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여론을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해 인터넷 댓글 달기 등에 직원들을 동원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아산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아산 전업농 회원들이 지난 5월 15일 농촌공사 웹메일 주소가 찍힌 '미 쇠고기 수입 옹호 메일'을 받은 것. 아산농민회(회장 장석현)가 증거로 제시한 메일 내용을 보면 문답 형식으로 돼 있으며, 광우병 발생 우려에 대해 안전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와 관련 아산농민회는 분노하며 17일 농촌공사 아산지사(지사장 김일구)를 항의 방문했다. 이날 항의 방문은 아산농민회가 옹호 메일과 관련해 농촌공사를 두 번째 찾은 것으로, 앞서 지난 12일에는 충남지역본부를 항의 방문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일구 지사장은 "아산지사에서 보낸 메일이 아니냐"는 농민회의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절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충남지역본부 등 상부 기관으로부터 '미 쇠고기 수입 옹호 지침'이 담겨져 있는 공문형식의 메일을 받은 적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팀장급 직원 2명이 메일을 받은 적은 있다. 하지만 평소 개인적인 메일로 판단, 확인하지 않고 지운 사실은 있지만 지침이 담겨져 있는 공식 메일은 받은 적이 없다. 지사장직을 걸고 얘기할 수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공적으로는 상부의 지시가 있을 경우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임을 피력하며 미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국가정책을 지지하는 뉘앙스를 전했다.

 

이에 대해 농민회 관계자들은 성토를 쏟아내며 "충남지역본부에서는 보냈다고 하는데 왜 아산지사에서는 못 받았다고 하느냐.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일단 덮어두겠지만 같은 기관으로서 상급기관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표명하라"며 신문광고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국가가 국민을 죽이는 일에 동조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질책한 뒤 "박약한 국가정책에 동조하지 말고 농민들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문제를 같이 제기하고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이들은 "진짜 중요한 것은 '옹호 메일을 보냈느냐'가 아니고 그 어느 기관보다 농민을 보호해야 할 기관이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방기하려는 듯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회는 이날 항의 방문에서 공식적인 사과 답변을 받아내지 못하는 등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집단행동을 불사키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회 관계자는 다음주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24일) 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할 경우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며, 이는 농촌공사 아산지사의 현판을 뜯어내는 행동과 요구사항을 적은 플래카드를 아산시청에 거는 등 집단행동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말 언론보도에 따르면 농지개발과 농업시설 관리가 주업무인 한국농촌공사가 지난달 초 열린 청와대 주재의 농림수산식품부 관계기관 긴급회의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여론대응 지침서'를 만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악화된 여론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또한 이 언론은 임직원 5000명이 모두 홍보 요원이 돼 '유언비어' 확산을 차단하고, 인터넷 댓글 달기와 홍보물 퍼나르기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사내 전산망을 통해 이른바 행동요령까지 배포했으며, 이 안에는 쇠고기 토론이 활발한 인터넷 사이트들을 집중적으로 방문해 긍정적인 의견만을 제시하라며 구체적인 예문까지 제시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미 쇠고기, #농촌공사, #아산, #농민, #촛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