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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프렌들리' 원칙의 이면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내세운 원칙에는 '프렌들리'라는 표현이 자주 붙는다. 대표적인 것은 '비지니스 프렌들리'와 '프레스 프렌들리'다. '프렌들리(Friendly)'가 지닌 사전적인 의미를 돌아보자.

 

1. 친한, 친구다운, 정다운, 친절한

2. 자기편의, (~에게) 호의 있는, (~에) 찬성하는
3.(물건이) 쓸모 있는, 마음에 드는, (~에) 도움이 되는

4. (~에) 우호적인, (~가) 사용하기 편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의미를 새삼 돌아보는 이유, 그것은 아마도 이명박 정부가 특정한 대상에 '프렌들리'를 내세울 경우에는 "이명박 정부가 '적대관계'나 '장악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되는 이들도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입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입장을 내세우는 세력과 지나칠 정도로 '프렌들리'를 표하게 될 경우, 그렇다면 그와 상반되는 세력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리고 그 '프렌들리' 원칙이 적용되는 세력이 과연 이 사회의 공익을 제대로 반영하는 세력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프렌들리' 원칙을 공언한 '비지니스'나 '프레스'가 이 사회가 마땅히 견지해야 할 원칙이나 공익을 제대로 반영하는 세력인지, 그리고 그 '프렌들리'가 오히려 '언프렌들리(unfriendly)'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의 여부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프렌들리' 원칙의 허실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과 조치를 판단해 본다면, 그네들 나름대로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원칙이 발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렵지 않다. 그네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모든 정책과 반대로 행하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공부라는 것을 제대로 하지 않은 티를 그대로 드러낸다.

 

김대중 정권이 '햇볕정책'을 내세워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한미공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노무현 정권이 '햇볕정책 유지 및 동북아균형자론 제시'와 '한미FTA 및 미국의 요구에 따른 각종 해외 파병'이라는 양극단의 외교적 사안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자 했는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

 

그 역학관계를 모른 채 무조건 반대로 나가다 보니 파문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약해졌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미공조 강화'를 내세우며 골프카트를 운전해가면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선택했다가, 오히려 '추가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미공조가 더욱 불편해지는 상황이 됐다.

 

외교 문제를 그렇듯 당파성의 입장에서 '선동 구호'라는 자신들의 상상 속 매트릭스를 현실로 만들다 보니 악순환을 거듭한 것이 이명박 정부 외교정책의 현실이다.

 

이른바 '보수의 미션'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작전권 재협상 논의'는 오히려 말조차도 꺼내보지 못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시작전권 문제'는 오히려 미국 측에서 자신들의 군제전략 변화에 따라 요청한 것이니까.

 

일명 '프레스 프렌들리'라고 하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관이나 언론정책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면서 그 '프레스'의 정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람들은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뻔히 알고 있다. '조중동'과 경제신문과 같이 자신들을 지지하거나 우호적 입장을 내세우는 언론과의 프렌들리가 아니던가. 그러면서 노무현 정권이 왜 '기자실 폐쇄'에 나섰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채 고민없이 '부활'을 추진했다. 

 

"모든 것을 김대중·노무현과 반대로", 이것을 이해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왜'라는 고민은 필요하지 않다. '선동 구호'와 '상상 속 매트릭스'를 현실로 만들기만 하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그들을 뒷받침하는 '조중동'과 기득권세력의 이익은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리할 땐 '친분' 앞세워 전화통화, 이것이 프레스 프렌들리?

 

 

17일에 방영된 <PD수첩>은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를 정조준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땅투기 의혹 보도 과정에서 <국민일보> 편집국장과의 전화통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 첫순서였다.

 

이미 많은 보도가 있었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이동관 대변인이 <국민일보> 편집국장과의 전화에서 했다는 말만 봐도 사태의 본질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잘 좀 봐달라."

"내가 잘못했다. 이번 건만 넘어가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

 

참고로, 이동관 대변인과 <국민일보> 편집국장의 관계는 이동관 대변인 본인이 실토했듯이 '언론사 입사동기로 상당히 친한 사이'다. "친구끼리 하는 말로 '상식에 맞게' 좀 봐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한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도 지적했듯이, "사실은 (그 해명이) 더 문제"다. 사태의 본질을 본인의 입으로 해명해 버리는 꼴이 연출된 것이다. 언론이 '공익'에 따라 공직자의 부정 의혹을 보도하는 것도 '친구끼리'라는 인정에 호소해 막아달라고 부탁하는 것, 이것이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이야기일까?

 

이동관 대변인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는 보통 '전화통화'로 표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한 '언프렌들리'가 표출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프렌들리'와 '언프렌들리'를 나누는 기준은 아주 쉽다. 이명박 정부와 그 구성원, 그리고 그들이 시도하는 정책의 유불리에 따라 나눠지는 것이다. 

 

 

'불리할 경우'에는 전화로써 "봐 달라"고 하소연하거나, 보도나 방송을 막으려 한다. 하다하다 안될 경우엔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 이것은 EBS의 <지식채널e> 파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영국에서의 아이러니한 사례를 통해 인간 광우병의 위험을 보도했던 이 프로그램, 담당PD가 사내 게시판에 관련글을 올리면서 파문이 일어난 것이다.

 

EBS 노조에 따르면, 이런 일까지 벌어진 과정에서도 이동관 대변인의 경우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누군가가 '친분'을 앞세워 EBS의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한 후에 EBS가 발칵 뒤집혀 회사 경영진이 재방송 편성을 당장 취소했고, 해당 프로그램이 '모두 내리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의 대상이 되고자 한다면, '친분'을 앞세워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 일이 없게 '알아서 기어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프레스 프렌들리'의 또다른 원칙, 동시다발적 낙하산 인사

 

주로 세종로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여의도 KBS 본관도 주요 시위 장소로 삼은 이유 중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계 낙하산 인사를 막으려는 것이다. 이른바 '땡이 뉴스'는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파문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의 본질을 알게 된 시민들이다. 임기가 아직 남은 사장을 갈아치우면서 이명박 대통령 측의 영향력으로 새로운 사장이 부임할 경우, '땡이뉴스'는 보나마나 한 일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PD수첩>이 다룬 사안 중 하나는 이 '낙하산 인사'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YTN의 예를 들을 수 있다. 언론노조 YTN 지부가 이명박 후보 방송상임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 내정에 반발하면서 '촛불시위'에 합류하거나 저지에 나서려는 YTN의 내부구성원들이 많아졌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계 낙하산 인사' 움직임은 동시다발적이다. YTN 뿐만이 아니다. 아리랑TV·스카이라이프·한국방송광고공사 등에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사장으로 임명돼 배치됐다. 이제 남은 것은 KBS다. 정연주 사장은 그래서 흔들리고 있고, 시민들은 "정연주 사장 개인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를 막으려는 것"이라는 논리 아래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신문·방송 겸업 허용 움직임'과 함께 KBS2와 MBC가 민영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위 참가자들이 KBS와 MBC 등 방송기관에 자리를 잡고 시위를 벌이는 것, 그런 움직임을 막아내야 한다는 이유가 있다. 최문순 의원이 이야기했듯이 시민들이 "본질은 '언론'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예고돼 있다는 것에서 더 큰 심각함이 엿보인다. 2007년 4월에,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 상임위원이었던 강동순씨와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당시부터 공정방송노조 설립을 추진해 위원장을 맡고 있던 윤명식씨가 술자리에 모여 '한나라당 대선 전략' 모의와 함께 '한나라당 집권을 위한 KBS 제2 노조'를 설립한다는 식의 대화를 했던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어난 것이다.

 

최근 'KBS 사장 내정설'의 주인공으로 김인규씨가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명박 선대위의 방송전략실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특유의 '손바닥 뒤집기'를 선보였다. 서동구·정연주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규탄하고 '정권의 방송장악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그들, 그런 그들은 왜 더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

 

시민과 이명박 정권의 '언론쟁탈전'

 

영향력있는 미디어에 사고를 의존하는 사람들도 많다. 유난히 언론계에 '낙하산 인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시도하거나 '조중동'이라는 특정언론을 편애하는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 본질을 제대로 관통하면서 시위에 나섰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블로그나 인터넷 방송 생중계와 같은 인터넷 대안매체에 의해 그 본질을 낱낱히 지적당하고 있다.

 

나우콤 문용식 대표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긴급구속'됐다는 것에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나선 이유,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매체까지 탄압하려고 한다"는 인식 아래에 생성된 반발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은 시민과 이명박 정부의 '언론쟁탈전'이 벌어졌다. 장악 의혹을 내뿜는 정권과 그것을 막으려는 시민, 그야말로 '쟁탈전'이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세상이 변했음'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시민들은 언론을 자발적으로 감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권의 낙하산 움직임을 직접 저지하려고 나설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시국에서 20~30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수단으로 대처하려 한다면, 더 큰 반발과 투쟁 의지를 유발할 뿐이다.

 

더이상 '역린'을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명분으로 '정권퇴진시위'를 예고한 시점(20일)도 이제 2일이 남았다. 시위현장에서 '이명박 하야'는 아주 자연스러운 구호로 자리잡았으며, "이명박 하야가 가장 실용적"이라는 주장도 전폭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역린'을 건드린다? 제아무리 '장마'가 와도 '촛불'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장마비'는 우산과 우비가 막아줄 수 있다. 하지만 '언론계 낙하산 인사'가 이명박 정부의 임기동안 뿌리를 내린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상식은 회복 불능의 단계까지 나아갈 것이다. '장마비'가 내려도 촛불이 꺼지지 않을 가장 확실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KBS지키기, #촛불 대 명박산성, #이명박,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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