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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솔방울 엑기스를 담근 것을 숙성시켜서 잘 먹어 왔다. 거의 매일 차를 마시는 시간이나 식사를 끝내고 나면 언제나 식탁 위엔 과일 주스 혹은 솔방울 엑기스를 올린다. 짙은 갈색으로 잘 숙성된 솔방울 엑기스를 시원한 생수에 타서 얼음을 띄워 마시면 속이 상쾌해지면서 온 몸에 그 독특한 맛과 향기가 번지는 듯하다.

 

가끔 집에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우리는 집에서 담근 솔방울 엑기스나 매실 주스 등을 대접하곤 한다. 그리고 선물로 들어온 음료수 유리병 같은 것을 버리지 않고 씻어 말려두었다가 가끔 지인들을 만날 때 집에서 만든 솔방울 엑기스를 담아 맛을 보라며 권하곤 했다.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들 가운데 허리가 아픈 고모부와 연로하신 어머님에게 냉장보관해 놓은 엑기스를 다 주고 나니, 정작 우리가 마실 게 없어 허전하고 아쉬웠다.

 

최근에 담근 솔방울 엑기스는 적어도 6개월 정도 숙성시켜야 먹을 수 있는데 그때까지 참아야 한다. 있을 땐 별로 귀중한 줄 몰랐는데 막상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주고 보니 괜시리 냉장고 문만 열었다 닫았다 한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음료수를 즐기지 않은 까닭에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매실엑기스 병 앞을 빙빙 돌다가 덜 숙성된 매실차를 얼음물에 타서 먹어보기도 했다. 이렇게 야금야금 먹다보면 정작 잘 숙성될 즈음엔 거의 동이 나지 않을까 모르겠다.

 

솔방울 엑기스는 매실 담글 때와 비슷한 때에 담갔는데 양이 많지 않아 아쉽지만 우리가 먹기도 하고 또 가끔 정다운 손님이 찾아오면 대접할 것을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담갔다.

 

솔방울 엑기스는 매실 담그는 시기와 비슷하며 방법도 같다. 솔방울은 따 온 것을 물에 넣어 1시간 정도 두었다가 깨끗이 손질하여 항아리나 유리병에 담는다. 솔방울과 설탕 비율은 보통 1:1이나 설탕을 더 많이 넣기도 한다. 흙설탕이나 노란 설탕으로 담그기도 하는데 나는 흰설탕을 이용했다. 소나무에서 얻은 솔방울 열매를 엑기스로 담기에 좋은 시기는 보통 5~6월이다.

 

 

소나무는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에 유익을 주는 나무인 것 같다. 옛날엔 송진으로 불을 밝혀 글을 읽거나 바느질을 했고, 먹거리가 궁할 때 껍질, 혹은 송화를 먹었던 때도 있지 않았던가. 요즘도 솔잎 엑기스를 담그기도 하고 솔방울 또한 엑기스로 담글 만큼 소나무는 유용한 식물이다. 

 

솔방울은 변비와 풍으로 인한 마비를 낫게 하고 골절풍과 어지럼증을 고치며 죽은 살을 없앤다고 한다. 테르펜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고 고혈압과 동맥경화예방에 효과가 있고, 또한 위장병, 중풍, 류머티즘, 천식, 소화불량 등에도 좋다고 한다. 또 있다. 백발예방에도 좋고 두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볍게 차로 마시면서 건강에도 좋으니 버릴 것이 없는 것 같다.

 

 

솔방울 엑기스를 담근 투명한 통에는 지금 설탕이 거의 다 녹고 조금씩 숙성되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이 좋은 것으로 솔방울 엑기스가 잘 숙성되면, 정다운 이와 함께 이야기보따리 풀어놓으며 차 한 잔 할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태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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