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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가 정치권의 논란거리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7대 마지막 국회에서 최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논의된 지 근 4주만의 일이다.

 

이명박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특보들이 방송사 또는 언론관계사 사장에 속속 임명되고, 정부가 촛불시위의 '발화점' 역할을 한 인터넷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최 위원장이 일련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이 의장을 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가 열린 코엑스 앞에서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네티즌 시위가 연일 열리는 것도 범상치 않은 조짐이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개회식에서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정부의 인터넷 통제' 논란을 촉발시켰다.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이 지금처럼 대통령 옆에 붙어 다니고, 각종 대책회의와 국무회의에 참여해 언론정책을 지휘한 선례가 없다"며 "1987년 이후 어렵게 지켜낸 방송의 독립성이 최시중 한 사람에 의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재추진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야3당중에서는 민주당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 대책본부'(본부장 천정배 의원)는 17일 당 소속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비상회의에서 최 위원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을 추진하고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19일 오전 KBS 외주제작사를 세무 조사하는 국세청을 항의 방문하고, 다음달 1일에는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를 규탄하는 토론회도 열기로 했다.

 

헌법 65조에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법률을 위반한 공무원에 대해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민주당은 원내 1당이었던 17대 마지막 국회(4월25일~5월 29일)에서도 최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를 검토한 바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최 위원장이 '방통위 부위원장을 야당 추천인사로 임명한다'는 여야간 합의를 어긴 것은 법 위반"이라며 탄핵을 추진했지만, 당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당시 민주당 간사였던 정청래 전 의원에 따르면, "최 위원장이 국회 속기록에 기재된 합의 사항을 어긴 것을 명백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온건파'와 "정연주 KBS 사장에게 퇴진 압력을 가한 것만으로도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는 '강경파'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탄핵까지 할 필요 있냐"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당 지도부도 "최 위원장이 정부 차원의 언론 장악을 노골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향적으로 돌아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서울광장 촛불시위가 최근 들어 여의도 KBS 앞 시위로 옮겨 붙은 것도 민주당이 언론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만든 요인이다.

 

그럼에도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의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최 위원장에 비판적인 민주당(81명)과 호남 무소속(6명), 민주노동당(5명), 창조한국당(2명)을 전부 끌어모아도 탄핵안 발의 정족수(100명)조차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수적으로 우세했던 17대 국회에서 최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밀어붙였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회 차원의 사퇴촉구결의안과 탄핵소추안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야당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효과는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다. 최 위원장을 옹호하는 입장에 있는 한나라당이 탄핵 논의 자체를 거부하려고 할 경우 여야의 대치 지형이 뚜렷해지고 한나라당에 여론의 압력이 많이 가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탄핵이라니? 뚱딴지 같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최 위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분명하다. 아무 증거도 없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공세를 자행하고 있다는 논리다.

 

3선의 심재철 의원은 "정연주 KBS 사장을 구하려고 (KBS 앞 촛불시위에 간) 최문순 의원 같은 분의 시각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왜 그런 얘기(최시중 탄핵)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뚱딴지 같은 행동들을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회 차원의 탄핵이 불가능한 만큼 야당 추천으로 방통위에 들어간 상임위원들(이경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이 최 위원장의 월권을 저지할 1차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문제 제기도 함께 나오고 있다.

 

최민희씨는 "야당소속 방통위 상임위원의 수가 적더라도 이들이 힘을 합쳐 위원장의 오판이나 잘못을 계속 지적하면 위원장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위원회 내부에서 최 위원장을 견제해야 할 위원들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며 야당 상임위원들의 '책임 방기'를 질책했다.


태그:#최시중, #탄핵,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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