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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엄청난 소나기가 내렸다. 그리고는 빗방울은 금방 잦아 들었다. 6월 17일 생명평화탁발순례는 연청군청에서 부군수를 만나 지역 설명을 듣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부군수는 '연천이 서울의 1.4배나 되는 광활한 지역이지만 99%가 군사 작전지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어려웠다'면서 앞으로 생태 중심의 도시를 만들어가며 특히 30만년 전 구석기시대 유물이 발굴된 선사유적지 주변 개발에 대해 설명했다.

 

오늘의 탁발순례단은 도법 스님, 김민해 목사와 하루 참여자인 성공회 김경일 신부, 원불교 홍현두 교무, 필자를 포함한 종교인 5명 등 10여명이다. 진행을 맡은 앞잡이는 50여일 강 순례를 함께 했던 장경훈씨, 뒷몰이는 100일 순례 지원팀에 참여했던 김창환씨가 수고를 한다. 그 밖에도 촬영과 인터넷 홍보를 맡은 이 각 1명과 분당 이우학교를 다니다 말고 강 순례를 하다 따라붙은 이도담양 등 봉고차 한대로 운영하는 단출한 살림이다.

 

오전 순례는 빗길에 1시간여 동안 연천읍을 돌았다. 그리고 연천성당 신부님이 사주는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쉰 다음 한탄강과 지천을 따라가는 도로를 따라 철원 쪽으로 북상하며 1시간 반 동안 걸었다. 모두 12km 정도 걸은 셈이다. 오늘의 도착지 대광리에 도착하니 역시 100일 생명의 강 순례에 참여했던 김규봉 신부가 반갑게 맞아준다. 김 신부는 이곳에서 의정부교구 농촌환경 사목 신부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은 6월17일 연천지역을 걸었다
ⓒ 이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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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은 휴전선과 맞닿은 군사지역답게 군사훈련이 한창이다. 오가는 차는 대부분이 군용차량이고 가는 곳마다 소총 사격장 소리와 대포 사격장 소리, 그리고 헬리콥터 소리로 요란하다. 여러 차례 탱크부대가 도로를 지나갔다. 생명평화의 가치를 주장하며 5년째 전국을 걷고 있는 도법스님은 저 많은 군사 장비들을 지나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야말로 온 세상에 생명평화의 소리는 높아져만 가는 데 한쪽에서 여전히 나라 지키는 군사 장비와 병사들로 가득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깊은 명상, 곧이어 탁발순례단의 100배가 시작되었다. 불교의 108배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100배로 정하였단다. 서로를 모시면서 미리 녹음된 기도 제목에 따라 100배를 한다. 필자는 평소 아픈 무릎 탓에 두꺼운 방석을 깔고 반 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겨우 따라 할 수 있었다. 100배를 마치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왠지 대단히 기분이 상쾌하고 맑다. 벽에 걸린 십자가와 입구의 성모상이 빙그레 웃어준다.

 

둘러앉아 차 한잔 나누고 담소하며 쉬다가 이곳 김 신부와 함께 농사짓는 분들이 마련한 식탁을 대한다. 조기, 삼치구이에 순전한 자연산 나물로 정겨운 식탁이다. 쪄낸 야콘 잎에 고추장 덜고 밥을 싸 먹으니 정말 맛있다. 텃밭엔 온갖 채소들이 가지런히 넘쳐나게 심겨져 있다. 가뭄 중에도 오이가 제법 많이 달렸다.

 

김 신부와 함께 거둬내니 그득하다. 상추도 넘쳐나고 쑥갓도 넘쳐나고 배추도 속이 찼다. 무조건 거둬가라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저녁 7시 출발 서울 집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다. 탁발순례단은 이날 밤 지역의 천주교 신부들과 대화 마당을 나누고 있겠지. 7월 1일 쯤엔 김포로 해서 강화를 순례할 예정이라는 데 다음엔 며칠 계획으로 참여해야겠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은

애초에 지리산생명연대로 출발한 생명평화결사 탁발 순례단은 2004년 200여명이 모인 지리산 위령제를 마치고 나서 생명평화 사상의 기치를 걸고 노고단을 출발해 경기, 서울 지역을 제외한 전국을 4년동안 순례하였다. 생명의 강 100일 순례로 잠시 쉬었다가 지난 6월 1일부터 여주를 출발 100일 동안 경기지역을 순례하며 또다시 서울 지역을 강연회도 겸하면서 100일 걸을 예정이다.

 

단장은 실상사 주지를 벗어낸 도법스님이며 현재는 김민해 목사가 함께 걷고 있다. 생명평화 탁발 순례는 특정 종교를 넘어서서 신부도 함께 걷고 목사도 함께 걷는다 이들은 함께 가든 이들과 뜻에 동참하는 이들을 '등불'이라 부른다.

덧붙이는 글 | 참가 문의 018-256-3997 생명평화결사 사무국장 수지행 

이 기사는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탁발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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