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대전지부 창립 19주년 기념 홍세화씨(한겨례 신문 기획위원) 초청 강연회가 18일 오후 7시 대전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대전 지역 2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교육공공성확보를 위한 대전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교사 및 학부모 250여 명이 참석해 강의를 경청했다.
인사말에 나선 전교조 대전지부 전양구 지부장은 “우리가 독재 정권의 탄압에 맞서 이루어온 민주주의가 오히려 위협을 받고 있다”며 “참교육에 대한 열정을 잊지 말고 우리가 세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굳게 다짐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초청 강연회를 주관한 김경희 상임 대표는 “교육 문제에 대해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서열화된 대학에 진입하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광란의 교육현장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강연회로 ‘무엇을’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초청 강연을 주관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다음은 홍세화씨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강연이라 내용이 많은 편인데, 필자의 주관대로 엮었음을 밝힌다.
조중동 실체가 밝혀지고 있는 요즘, 기분 좋다
홍세화씨는 “기분이 좋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조중동 찌라시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 기분을 좋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씨는 “오늘날 이 (촛불) 상황은 획기적이다. 이번 촛불 항쟁이 이명박 정권이나 국회 구성까지 바꿀 수는 없겠으나 언론, 교육 공공성 등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이명박 정권의 기조가 공공성과 거리가 먼 것이라서 촛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촛불의 중대한 의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된 구성원들이 몸의 주권, 생명권, 건강권을 박탈당하면서 조중동의 실체를 알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또 시민적 주체성을 형성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몸의 주체성, 생명권 건강권을 넘어서 이웃과 타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확장으로 승화되었다. 파업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사회적 연대의식을 낳은 계기가 되었다.”
질서가 사회 정의에 우선한다고?
“공화국의 반대였던 군주국 시절에는 신분 질서를 우선시했다. 질서, 안보 등을 강조하며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기존 체제에 대한 자발적 복종을 내면화시켰다. 그것이 바로 작금 우리들의 학교다. 지금 학교는 민주 공화국의 구성원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 공화국을 배반하는 꼴이다. 질서 체제에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여 자유와 평등 이념이 상실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밀리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일본 제국주의식 황국신민화처럼 국익이나 질서 따위를 강조하며 민주 공화국이 실종되고 있다. 사회 정의가 이루어지면 질서는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질서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사회 정의가 억압되기 마련이다.”
사회 공공성 문제에 비판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긴 학습 노동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한국. 그런데 우리에게는 왜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이 부족할까? 왜 우리는 인간에 대한 물음은 하지 않는가? 왜 우리는 사회 문화적 소양이 그리도 부박한가? 홍씨는 다양한 의문을 제시했다.
홍씨는 유럽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지닌 사고의 차이를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사적 욕망에 있어서는 영리하고 영악하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안목이 없다. 인간에 대한 물음 또한 별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유럽의 젊은이들은 사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 사회 공공성 문제에 비판적 안목을 소유하고 있다.”
홍씨는 거침이 없었다.
“나는 내 두 아이에 비하면 사회 문화적 소양이 별 볼일 없다. 왜 그럴까? 가령 100점 만점에 80점을 받으면 우리는 ‘몇 등인데?’부터 묻는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20점 만점에 10점을 맞으면 대학에 합격한다. 그리고 나서 독서하고 여행하고 연애한다. 우리는 80점을 맞고도 만족하지 않는다.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야 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이런 구조가 문제다.
우리는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지적 인종주의자들이다. 학업 성적의 차이에 따라 사회적 차별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골수 지적 인종주의자들이다. 석차순에 우열반까지 일찍부터 가슴에 못질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창조성을 기대할 수 없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
홍씨는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를 고민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폭넓은 독서, 열린 자세로 토론하기, 직접 견문 쌓기 등을 강조한다.
“우리의 공교육이 인간화 교육을 도모하여 자기 생각이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서와 토론과 경험이나 견문을 갖추어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나 유럽의 경우를 보라. 개인의 자유, 개성, 창조성을 얼마나 중시하는가. 그들이 자아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제때부터 시작된 국익이니 질서니 하는 것들을 강조하고, 서열화를 강조하면서 지배 세력의 요구를 그대로 관철시키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교육비는 우리들 스스로 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 자기 돈 들여서 자기를 배반하는 의식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물신주의 가득한 폭력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홍씨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물신주의 가치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가령 ‘부자되세요’라든가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를 보며 계급 측면과 인간 측면에서 인간성을 배반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이어서 홍씨는 “정말 아름다운 존재를 위하여 소유는 존재를 위한 아주 작은 기본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열정과 욕망의 차이는 무엇일까? 욕망은 사적인 것이고 열정은 삶의 의미와 보람을 주는 것이다. 과연 우리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전범을 보여주고 있는가 성찰해야 한다”라며 “교사들이 참교육의 전범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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