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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신고 및 검증을 둘러싸고 막판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곧 중국에게 핵 신고서를 제출할 것이고, 부시 대통령은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김숙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시 "이 달 안으로 신고가 되지 않겠나 기대한다"고 말해, 핵 신고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한미 양국 정부의 설명을 종합해 볼 때, 6월 말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의회 통보→ 6자회담 재개 및 검증 방안 집중 논의→ 북핵 검증 등의 순서를 밟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북핵 신고를 둘러싼 갈등으로 6개월간 지체된 2단계 합의 이행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암초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핵 검증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6월 18일(현지시각)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한 라이스의 연설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이뤄진 이날 연설은 대부분 대북정책, 그것도 검증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한편으로는 '업적난'에 시달리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라도 해결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시 임기 내 북핵 해결'이 간단치 않다는 미국 행정부 내 기류를 보여준다.

 

북한, 핵무기 포기할까?

 

라이스는 "북한이 핵무기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길 원치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매우 높은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의도를 시험해봐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6자회담을 통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라이스는 북한의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를 목표로 하는 3단계로의 이행 여부의 핵심적인 관건은 '플루토늄 보유량 문제'에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을 만들었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될 때" 핵무기 폐기와 관련된 3단계 협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플루토늄 보유량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검증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원자로와 핵폐기물 저장소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북한은 접근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검증 결과 북한이 신고한 내용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미국은 그에 상응해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스는 북한의 협력이 불충분할 경우, 대북 제재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대북제재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재실행을 비롯해 새로운 제재도 추진할 수 있다며, 미국에게는 '채찍'이 있다고 강조했다.

 

"92년 이전 핵활동 검증 불가능할 듯"

 

결국 향후 북미관계 및 6자회담의 최대 변수는 '플루토늄 문제'로 모아지는 분위기이다. 특히 1992년 이전에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 분량이 다시 관건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미국에 제출한 핵시설 가동일지에는 1992년 이전에 북한이 대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는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해 왔다. 참고로 미국 정보기관은 1992년 이전에 북한이 10kg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1992년 이전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여부를 검증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해 강정민 핵공학 박사는 필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이 2003년 이후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을 재가동하고 다시 불능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에 와서 1992년 이전의 핵활동에 대한 샘플을 채취해 검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자칫 북한의 1992년 이전의 플루토늄 생산 여부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 박사의 주장처럼 1992년 이전 핵활동에 대한 검증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관건은 북한과 미국이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강경파로부터 '우라늄 농축 및 핵확산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양보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부시 행정부로서는 결코 넘어가기 힘든 문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 문제에 집착할 경우, 3단계는 고사하고 2단계 마무리도 쉽지 않게 된다. 부시 행정부의 선택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플루토늄,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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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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