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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9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국토해양부는 운하 건설을 위한 연구용역을 중단하고 운하사업준비단도 해체키로 했다. 민간에서 대운하 사업을 제안하더라도 접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6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제1공약으로 내세운 뒤 1년 반 남짓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대한 사실상의 포기 선언이다.

 

지난 1년여간 활동해온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대운하 건설을 반대해왔던 국민들이 쟁취한 승리"로 받아들였다. 맞는 말이다. 종교계와 학계·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운하 반대 목소리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민 80% 운하반대' 여론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처음에는 '물류운하'라고 했다가 '관광운하', 급기야 '하천정비사업'이라고 말을 바꾸면서까지 운하에 대한 병적인 집착증을 벌여왔다. 하지만 국민의 반대 여론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급기야 운하반대 여론이 전국의 뒤덮은 '광우병 촛불'과 함께 타오르자 더 이상 운하를 추진할 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기 정치에 등돌린 국민들의 신뢰 회복하는 길은?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제1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를 국토해양부의 간부가 나서서 발표하는 모양새도 찜찜하다. 굳이 항복문서를 받자는 건 아니다. 그런데 적어도 책임있는 관계자가 나서서 그간의 과정을 사과하고 "이명박 정부 임기 중에는 운하를 포기하겠다"고 못박아야 한다. 뭇매를 맞더라도 그게 바로 '오기의 정치'에 등을 돌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인적쇄신이다. 그동안 국민과의 소통을 막아왔던 인사들, 잘못된 정책을 추진했던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번 청와대 쇄신 인사에 적어도 청와대의 한반도대운하 '3인방', 즉 류우익 대통령실장, 곽승준 정책기획수석,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또 대운하를 적극 추진하려 했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국토부 국장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의 저급한 환경인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이만의 환경부장관도 예외일 수 없다. 국토 대개조 사업을 아마추어식으로 밀어붙이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진케한 인사들이다. 이들에 대한 인적 쇄신이야말로 '운하 포기'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후속조치이다. 

 

[류우익 실장] 대운하의 구상자 "10년 내 물류량 2배 늘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우선 경질이 확실시되는 류우익 대통령 실장이 청와대로 입성할 때 대부분의 언론은 그를 '대운하의 구상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TV토론자로 나서서 한반도대운하를 적극 지지했다.

 

'운하 구상자'답게 그는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된 뒤 지난 2월1일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10년 이내에 대략 물류·유통량이 두 배로 늘어나고, 컨테이너로 하면 세배 정도"라면서 "철도·고속도로·수로를 더 개설하지 않고는 늘어나는 물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운하를 밀어붙이는 데 앞장서 온 것이다.

 

하지만 운하 동력이 사실상 소진된 지금, 청와대 실세인 그는 정책적 오판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져야할 위치에 있다.    

 

[추부길 비서관] "교수들이 정치적" 비판부터 "촛불 사탄" 발언까지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매한 국민'들에게 운하를 홍보하면 여론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은 정작 소신없이 정치권을 기웃거렸으면서 막상 운하반대서울대 교수모임 등 전문가 그룹을 향해 '정치적 행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촛불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사탄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런 인사가 청와대의 소통을 계속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온당키나 한 일인가. 
 
 

[곽승준 수석] 대운하는 100원 넣으면 230원 나오는 사업?

 

곽승준 정책기획 수석은 '한반도대운하는 물류 혁명'이라는 장밋빛 구호를 그럴 듯 하게 포장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대학교수 시절 경부운하의 비용대비편익 분석(B/C)에서 2.3이라는 수치를 발표했다. 즉 100원을 투입하면 230원이 나오는 사업이라고 분석한 인사이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도 사실상 운하의 경제성에 대해 포기한 상태다. 막판에는 하천정비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았던가. 이런 정책적 오류를 제공한 인사가 청와대의 정책기획 수석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종환 장관] 과학자의 영혼을 빼앗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운하 건설 밀실추진의 주체다. 한국 건설기술 연구원의 김이태 박사의 양심선언으로 명백해졌다. "비밀 군사작전을 벌이듯" "과학자의 영혼을 빼앗은" 인사이다.

 

또 이 대통령은 운하에 "국민 세금을 한푼도 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정 장관은 국토해양부 내에 운하사업단을 비밀스럽게 운영하다가 들통나고, 국민 혈세 30억원을 들여 국책연구기관에 용역을 주기도 했다. 국민을 사실상 기만한 것이다.

 

[이만의 장관] 환경부 맞어? 국토부 국장 아냐?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환경부 장관은 국토 환경 보전의 수장이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환경 가치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환경재앙'이 불보듯 한 대운하 사업을 사실상 적극 지지해왔다. 그는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 등을 향해 "국민을 설득할만한 구체적인 전문지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서울대 교수 모임으로부터 "환경부 장관은 자기 부서의 조사연구 결과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보고만 준비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얼마나 전문적 판단을 무시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옳을 것"이라고 면박당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국민들이 운하를 반대하는 것은 운하를 모르기 때문이다, 운하는 친환경적인 물류수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환경부내에서도 운하 TF팀을 비밀스럽게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 80%가 환경을 지키자고 하는 상황에서 환경의 보루여야 할 위치에 있는 인사의 환경인식이 이 정도여서야 되겠는가.

 

불통 대통령의 불통 보좌진, 대운하와 함께 퇴장하시라

 

이런 인사들이 계속 남아있는데 운하에 대한 국정운영의 기조가 바뀌겠는가. '불통 대통령'의 귀를 계속 막고 있는 '불통 보좌진'들이 계속 청와대와 내각에 남아있는데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겠는가.

 

'대운하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하에 대해 집착을 보여온 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둬선 안된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있는 정치를 새롭게 선보인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도 이들은 인적 쇄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게 바로 '촛불'의 명령이다.

 


태그:#한반도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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