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양말에 'the dog days of summer'라는 구절이 매우 더운 날을 뜻하기까지 하니, 더운 날에 혀 내밀고 헉헉거리기도 바쁜데 게슴츠레한 눈으로 힐끔거리는 눈초리까지 피하느라 이래저래 '개같은 날들'을 보내는 게 복날 개팔자인가 보다.

   보신탕, 사철탕으로 불리는 개장국.  보신탕집 특유 분위기가 있다. '난닝구'바람으로 먹거나 바지 걷어 올리고 먹는 모습, 음식될 동안 즐기시라고 군용담요와 화투는 필수다.
▲ 동대문 먹자골목 보신탕집. 보신탕, 사철탕으로 불리는 개장국. 보신탕집 특유 분위기가 있다. '난닝구'바람으로 먹거나 바지 걷어 올리고 먹는 모습, 음식될 동안 즐기시라고 군용담요와 화투는 필수다.
ⓒ 이덕은

관련사진보기


복날은 아니지만 4명이 모여 보신탕을 먹자하니  ㅁ ㅁ ㅁ ㅁ  犬, 바로 器 아닌가? 동대문 종합상가 건너편 먹자골목 안에는 보신탕집 둘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하나는 추억의 장날 '개장국'이란 작은 휘장을, 또 하나는 보신 사이에 고무신을 그려놓은 집이다. 먹어 본 바로는 두 집 모두 비슷한 것 같다.

   양념장에 들깨, 생강, 참기름, 식초, 겨자 기호에 따라 후추와 소금을 넣고,,,
▲ 준비 끝. 양념장에 들깨, 생강, 참기름, 식초, 겨자 기호에 따라 후추와 소금을 넣고,,,
ⓒ 이덕은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어찌 지들끼리만 먹을 수 있는가? 찢어 먹든 발라 먹든 여자들 손맛이 들어가야 제 맛나지. 그러니 맛있는 배받이와 껍질은 남정네가 먹고 아낙네들은 가마솥 걸어놓고 고기를 푸욱 익힌 다음 대파를 숭숭 썰어 된장 풀고 고춧가루 넣어 푹 골 정도로 끓여 땀을 뻘뻘 흘려가며 시끌벅적 가족과 이웃간에 멍석 깔고 차양치고 나눠 먹으면 '난닝구' 사이로 더운 바람만 들어와도 고마움을 느끼니 바로 이것이 개장국 먹는 맛이 아니겠는가?

   짠-  건배를 한 후...  어! 한 사람 잔에는 거품이 이네.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하는 친구를 위하여 칠성쏘주로.
▲ 건배! 짠- 건배를 한 후... 어! 한 사람 잔에는 거품이 이네.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하는 친구를 위하여 칠성쏘주로.
ⓒ 이덕은

관련사진보기


나는 원래 보신탕을 먹지 않았으나 그림과 클래식 기타를 잘 치는 친구의 걸찍한 꼬임에 넘어가 입에 대게 되었다. 대학 시절 농촌의료봉사를 가면 부식 공수는 하급생이 맡을 수밖에.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그 친구와 둘이서 읍내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려니, 기와집 대문 사이로 대청마루에 웬 사람들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고 있는게 보인다. 배도 출출한 김에 무엇인가 보니 수육무침이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우리도 용기를 내어 먹어보니 장조림살 같은 육질이 먹을 만하다.

이래저래 둘이서 소주 두 병 까고 일어서 진료캠프로 돌아오니 난리가 났다. 늦은 것도 늦은 것이려니와 구멍 뚫은 박스에 넣어두었던 닭들이 사망을 해 버린 것이었다. 주눅이 들어버린 우리가 애처로웠던지 봉사활동을 열심히 해서 그랬던지 자초지종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개를 하나 잡아 연필 반 토막 만한 굵은 대파를 넣은 개장국을 끓여 주었는데 흑백TV에 나오는 배삼룡을 보며 낄낄대며 먹었던 추억이 새롭다.

   3인분을 시켜먹고 약간 모자란듯하여 1인분 더 시키니 덤까지 나온다.
 3인분을 시켜먹고 약간 모자란듯하여 1인분 더 시키니 덤까지 나온다.
ⓒ 이덕은

관련사진보기


식당에 들어서니 자리가 없다. 선창가 술집을 연상시키는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니 그림이 그럴 듯하다. 밥상에 번호 대신 붙은 화투짝이 그렇고, 옆자리에 허벅지를 걷어올린 채 먹고 있는 손님들이 그렇고 벽에 붙은 싸구려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그렇고 비키니 입은 양조회사 달력이 그렇다.

   자아 이제는 우리가 볶아 먹어야 할 시간....
▲ 마무리. 자아 이제는 우리가 볶아 먹어야 할 시간....
ⓒ 이덕은

관련사진보기


"이거 중국에서 들어온거, 미친 개 아니야?"

친구가 슬쩍 꼰다.

"중국에서 들어 왔으면 차라리 미친 개가 없을 껄, 비싼 사료 먹이겠어? 잔밥을 먹이겠지."

양이 괜찮다. 3인분을 먹고 1인분을 추가하니 서비스로 야채 위에 족을 덤으로 얹어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닥다리즈(연세56치과)포토갤러리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보신탕, #개장국, #동대문먹자골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