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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이다. 유제성 기자(변호사)께서 쓰신 '집단지성이여, 더 많은 헌법을 노래하자' 는 기사를 잘 읽었다. 이에 현직에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의 한사람으로서 이에 대해 짧은 소견을 밝힌다.

 

먼저 유제성 기자님은 현재 변호사인지라 법적 지식이 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쓴 기사 곳곳에서 법의 객관적인 해석이나 설명보다는 감성에 치우쳐 주장하고 있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먼저 시위대 관련 내용이다. 어느 신문사 기자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지금 시위대를 취재하고 있다'고 말하자 현장에 있던 시민 한 분이 흥분해 항의했다고 했다. 유 기자님은 '아마도 그분은 자신이 집회·시위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집회·시위는 불온하고 과격하고 순수하지 못하고 정치적이며 폭력적인, 그래서 불법인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했다.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당시 무단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불법적으로 앉아 있던 시민은 자신의 행위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 물론 그보다 더 순수했던 시민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현장에는 순수한 시민들만 있었던 것이 결코 아니다. 최근 불법행위로 구속된 시위대만 봐도 그렇다.

 

또한 유 기자님은 "바닥에 모여 앉아 가수의 공연과 시민의 자유발언을 듣는 행위를 시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맞다. 그것은 시위가 아닌 게 맞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이어서 세종로와 을지로, 서대문로 등을 행진했고,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 진입을 막았다. 이것은 시위다. 그날 벌어진 전체 과정을 보고서 시위라고 한 것이지, 단순히 공연 듣고 자유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시위라고 한 것이 아님을 아셨으면 좋겠다.

 

'시위'에 대한 집회및시위에 관한법률(이하 집시법)에서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다중이 공동의 목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위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기자님께선 기사에서 행진하거나 앞 내용을 빠트렸다.

 

집시법의 목적은 적법한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모든 시위를 보장하는 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사에선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단적 형태로 정치적 의사를 표명할 수 있도록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적 인권이다'고 했다. 역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느 헌법 조항 가운데도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가 기본적 인권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없다. 헌법에서의 보장은 적법한 행위를 동반할 때 기본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가운데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번 촛불집회에서처럼 어떤 국가 정책이나 일에 대한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갖고 거리에 나와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게 문제라는 뜻이다. 단적으로 지난 촛불집회의 초기 단계에서 진행됐던 청계광장 문화제와 불법 시위대로 돌변해 청와대 진격을 시도하면서 경찰에 폭력을 행사할 때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법이어야지 이를 침해하는 법이어서는 안 된다'고 한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적법과 불법을 구분 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집시법은 시위대와 일반 국민을 적절하게 조화하면서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아울러 유기자님은 이번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대해 '명백한 불법이다'고 단정 지었는데 이는 옳지 않다. 물론 이 가운데 여대생에게 과잉 제압을 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고 해당 여대생에게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모든 경찰의 시위 진압에 대해 불법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

 

또한 과잉 제압을 두고 불법이라고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반 과실이나 중과실의 문제는 법에 따라 판단하고 해석해야 한다. 이는 법률에서도 엄격하게 나누고 있지 않은가.

 

경찰관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대신 차벽을 설치하고 컨테이너까지 동원한 것에 대해서도 불법이라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와 제5조 '위험발생의 방지' 그리고 제6조 '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근거해 설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컨테이너의 경우에는 51대의 경찰 버스가 파손되는 상황에서 대체한 측면이 있다.

 

기사의 끝부분에서 언급한 '집단지성이 노동자를 향한 연대의식으로 발전할 때'라고 말한 뒤 '우리도 노동자다. 파업하는 노동자도 시민이기 때문이다'는 이유를 붙였는데 노동자라는 단어의 동일성을 들어 집단행동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위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근 화물연대나 건설노조 등 모든 노동자들은 각자가 주장하고 요구하는 사항이 다름을 인정해 줘야 한다.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집단지성이나 연합적인 행동을 말해서는 안 된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나 '교육을 받을 권리' 그리고 '근로의 권리', '노동3권', '환경권' 그 외에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데 필요한 모든 조항들을 불러내자고 했는데 옳은 얘기다. 유 기자님께서 말한대로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 또한 헌법에서 규정하는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헌법은 국가의 근본법으로 국가의 통치구조와 통치 작용의 범위를 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역시 법질서를 통한 국가 창설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위도 좋고 집회도 좋다. 그래도 안 될 때는 헌법에서 따로 명시한 기본권 보장을 통한 사회통합 기능 부분에서 헌법재판이라는 권리를 말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태그:#경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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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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