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강남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레포츠 센터에서는 재치발랄 선생님과 꼬마요정들의 리듬체조 수업이 진행되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수업. 하지만 이들의 수업은 밤하늘의 작은 별처럼 빛이난다.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비타민 강사(?)의 마지막 수업, 꼬마요정들을 감동시키다
리듬체조 선수를 꿈꾸는 개성만점, 성격 밝디밝은 어린 꼬마요정들. 그런데 그런 꼬마요정들 단번에 휘어잡는 카리스마 만점의 리듬체조 선생님이 있다. 바로 이재림(27)씨다. 강사경력 5년차에 접어든 그녀의 노하우는 꼬마요정들을 시선고정. 동기유발 시키기에 충분하다.
처음에는 말도 잘 안듣고, 리듬체조를 귀찮아 하던 개구장이 아이들. 하지만 그녀의 환상적인 리듬체조 기술을 보자마자 말 잘듣는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리듬체조라는 종목을 사랑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자신들의 우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멋진 선생님이 되는 방법은, 아이들의 우상이 되는거예요. 항상 예쁜모습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건 기본이고요. 가끔 신기한 동작을 해주면 아이들이 깜짝 놀라면서 다시 보여달라고 하는데 안보여줘요. 왜냐하면 (웃음) 힘들거든요. 그렇게 가끔 신기한 동작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제가 진짜 잘하는 줄 알아요. 사실 선수시절에 비해 실력이 많이 줄었는데도 말이죠"
꼬마요정들이 그녀에게 붙여준 별명은 '비타민 선생님'이다. KBS의 비타민 프로그램에 나와 요가 강사로 활동한 경력 때문이다. TV에서 그녀를 본 꼬마요정들의 놀란 표정을 상상해보시라. 하지만 그녀의 특별한 이력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현재 요가. 째즈댄스강사. 모델, 워쉽, 무용 공연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1인 5역의 직업을 가지고 맹활약하는 그녀,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어떤 직업보다 아이들을 가르쳤는 일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어릴적부터 너무 좋아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게 너무 좋아요. 특히 운동을 싫어하는 여자아이들이 리듬체조를 하면서 운동을 좋아하게 되고 활달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모습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또 한해에 한두번 리듬체조 아마추어 대회를 나가서 1,2등을 차지하는 모습은 저와 아이들에게 많은 추억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이재림씨는 6월 수업을 끝으로 꼬마요정들과 이별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오랜기간 준비한 꿈 때문이다. 최근 그녀는 리듬체조와 무술을 결합한 <점프> 공연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꿈을 위해 다른 일들은 잠시 뒤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몇 달동안 기본 훈련을 해야 하기에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어 부득이하게 리듬체조 수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있다하더라도 5년 동안 쌓았던 꼬마요정들과의 정을 떼어내기란 결코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서운한 마음을 모르는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리듬체조 수업을 보채고, 그렇게 마지막 수업은 진행돠어갔다.
"선생님. 뭐하세요? 어서 수업해요""빨리빨리 오세요"천진난만 꼬마요정들의 마지막 수업
그들의 우상인 선생님이 곁에 있어서일까? 천진난만한 표정의 꼬마요정들은 고된 스트레칭도 밝은 표정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선생님께 배우는 동작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재밌는 모양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기대에 부푼 꼬마요정들에게 감춰두었던 한마디 말을 꺼낸다.
"여러분. 그동안 정말 수고했어요. 앞으로도 연습 게을리 안하는것 알죠? 선생님은 이번 6월이 마지막 수업이에요"
갑작스런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것은 당연한 일.
"선생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엥? 선생님 그만두세요? 앞으로 안 나오시는 거에요?"그제서야 선생님이 그만 둔다는 상황을 알게 된 아이들은 놀란 표정이다. TV에서 선생님을 보고, 선생님이 좋아 리듬체조를 좋아하게 된 꼬마요정들의 섭섭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듯하다. 하지만 꼬마요정들은 성숙한 자세로 마지막 수업을 해낸다. 비타민 선생님이 연극무대 도전을 위해 일을 그만둔다는 이유를 알자 착한 아이들이 울음을 꾹 참은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영화 <호로비츠를위하여>에서 지수(엄정화)와 경민(신의재)의 이별이 생각난다. 그 영화처럼 비타민 선생님과 꼬마 요정들의 헤어짐도 슬픔이 가득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처럼 멋진 결말을 기대하며 그들은 밝게 웃는다. 영화 속 경민이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어 스승앞에 선 그 결말 말이다.
"리듬체조로 스트레스를 풀었었는데 이제는 뭘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그래도 선생님! 연극무대에서 스타되시는 거니깐 무대에 서면 꼭 응원갈게요. 저희도 멋진 리듬체조 선수가 되서 선생님께 보여드릴게요"꼬마 요정들은 선생님과의 이별이 못내 아쉽지만 아쉬움은 곧 새로운 출발, 새 꿈을 찾아 떠나는 선생님을 응원한다. 아이들의 응원의 말에 힘을 얻은 비타민 선생님 또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특별한 그들의 마지막 리듬체조 수업은 작은 감동을 남기며 끝이 나고 있다.
이렇듯 비타민 선생님과 꼬마요정들의 마지막 수업이 특별한 이유는 꿈을 향한 '열정' 때문일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꿈을 향해 전진하는 그들, 지금 그들은 짧은 이별을 뒤로 한채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