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에 접시꽃이 많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러나 거리의 도로변에도 골목길에도 텃밭에도 붉은 접시꽃, 하얀 접시꽃, 연분홍 접시꽃이 함박웃음처럼 구석구석 피었습니다.
접시꽃이 이토록 대중적으로 알려진 꽃이 된 것은 아무래도 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80년대 어느 가정의 서재에서나 도종환 시인의 시집 '접시꽃 당신'이 꽂혀 있을 정도였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물론 누나들도 시에 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웠지만, 이 시집을 사서 읽으시면서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새삼 납니다.
그리고 누나들과 어머니까지 모시고, 도 시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접시꽃 당신>도 함께 보았는데, 어찌나 눈물을 펑펑 흘리시면서 우시는지, 저는 솔직히 민망했습니다.
아마도 죽은 아내에게 평소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아파도 약 한 첩 제대로 해 주지 못하고, 옷 한 벌 해 주지 못했는데, 죽은 아내에게 처음으로 삼베옷(수의)을 지어준 시인의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누나와 어머니는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인의 조강지처에 대한 마음이, 어쩜 이 세상의 모든 가난한 남편들의 '조강지처'에 대한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하얀 접시꽃은, 특히 약재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접시꽃 싹은 나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튀겨서 먹거나 국을 끓여서 먹는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먹으면 몸에 해가 된다고 합니다. 접시꽃의 꽃과 잎, 그리고 뿌리 모두 약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상처에도 좋다고 합니다. 접시꽃의 씨앗은 임질 등에 좋다고 하는데, 종기 등도 치료한다고 합니다.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옆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중략)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중략)
남은 날들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 도종환, 접시꽃 당신 중
접시꽃의 뿌리는 여성들에게 특히 좋은 약재라고 합니다. 대하증, 자궁염 등 효험이 좋다고 합니다. 붉은 꽃과 흰꽃에 따라 쓰임새도 다르다고 합니다. 그러나 몸이 찬 여성들에게는 권할 만한 것이 못된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민간약재이기 때문에 함부로 약재로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겠습니다.
접시꽃은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정말 아내를 닮은 푸근한 꽃입니다. 한분의 아내였던, 어머니 당신, 이 유월의 태양 아래 활짝 핀 접시꽃 속에서 당신의 향기를 느낍니다.
정말 살아계실 때, 어머니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왜 그 흔한 말 한마디 못해드렸을까요? 가만히 생각하면, 어머니에게 나야말로 '삼베옷' 한 벌이 마지막 어머니에게 대한 선물이었다 생각하니 후회가 앞을 가립니다.
내게는 항상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까칠한(?) 친구 같은 아내보다는, 푸근하고 언제나 자식의 사랑을 치마폭처럼 다 안아주는 어머니 당신의 미소를 느끼게 하는, 관음보살의 미소와 같은 꽃입니다. 사실 우리의 정서에서는 '카네이션'보다 이 접시꽃이, 한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더욱 느끼게 하는 하늘도 다 담을 수 있는, 우리 꽃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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