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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희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도 24일로 200일을 맞았다. 사고 발생 초기, 100만이란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적극적으로 방제작업을 벌이면서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기름들은 제거했지만, 해안가 모래 및 자갈층, 방파제 사이에 스며든 기름이 제거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의 한숨은 늘어만 가고 있다.

 

또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기온이 상승해 항·포 방파제 석축과 콘크리트 구조물(일명 삼발이) 틈 사이로 유입된 기름이 녹아내리면서 인근 해역에 유막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방제당국은 6월 말까지 응급방제를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일 기름 직격탄은 맞은 태안 모항항. 많은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방제복과 방제장비를 챙겨 자신이 맡고 있는 복구작업 현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방파제 하단부로 이동해 석축 틈사이로 유입된 기름 제거 작업을 하는 주민들은 가느다란 사다리나 밧줄 등을 이용해 작업을 진행했는데, 자칫 방심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인 듯했다.

 

기온 상승으로 방파제 사이에 유입된 기름 흘러나와

 

주민들은 양수기를 이용해 바닷물을 끌어올려 호스를 이용, 석축 틈 사이로 유입된 기름을 제거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기름량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파도에 의한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 쌓은 방파제 콘크리트 구조물(일명 삼발이) 틈 사이도 상황은 마찬가지. 수개월에 걸쳐 방제업체가 고압세척기를 이용해 기름 제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기름을 다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금 문제로 철수했다. 현재는 주민들이 동원돼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고압세척기를 이용해 방제작업을 하던 좌용현(43·선장)씨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석축과 삼발이 틈 사이에 유입된 기름이 녹아내려 방파제 둘레 인근에 기름 유막이 형성됐다"며 "주민들이 매일 같이 고압세척기와 양수기를 이용해 틈 사이마다 유입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방제당국이 이달 말까지 방제를 종료한다고 하는데 피해정도와 규모, 실상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며 "피해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시한 생색내기 식 전시행정은 피해 주민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피해복구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모항 주민들도 하루라도 빨리 방제작업을 마치고 조업을 재개하거나 식당 문을 여는 등 활기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방제 완료하기엔 이르다, 전문방제 필요"

 

홍순자(63·어민)씨는 "매일 기름 냄새에 머리 아픈데 이 짓을 계속 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어민들도 배를 끌고 나가 조업을 하고 싶지만 이렇게 기름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조업을 나가겠냐? 완전히 방제가 될 때까지 조업은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씨의 염원과 달리 방제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고압세척기의 경우 장시간 모터를 가동할 경우 고장의 우려가 있어 수시로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또 몇 대 안되는 양수기 또한 넓은 방파제를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이외에도 물때 및 기상 변화로 인한 작업불가 등 외부 영향에 의한 작업량에 변화가 커 실제 방제작업 일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복구작업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방제를 완료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이제부턴 오히려 전문방제가 필요한 시점"이라 설명했다.

 

이에 이기재 재난관리 과장은 "원칙적으로 방제종료 선언은 민·관 합동위원회에서 합의를 거쳐 결정을 하는 사항이나 태안군은 이달 말까지 응급방제를 완료하고 해수욕장을 개장하는 방향으로 잠정 결정됐다"며 "허나 기름이 나오는 지역의 방제작업은 환경부의 생태계 복원 작업을 통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안군은 오는 27일 만리포 해수욕장 개장을 시작으로 10개 해수욕장을 우선 개장하고 일부 문제가 지적된 나머지 5개 해수욕장은 추가 방제 작업을 거친 후 개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그:#기름유출, #방제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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