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촛불시위대와 '조중동'에 대한 광고중단을 요구한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방침을 밝히는 등 '반촛불 공세'가 본격화 하는 가운데, 통합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본부(본부장 천정배)의 이미경·김재윤·우윤근·최문순·김유정 의원이 24일 오후 김경한 법무부 장관을 항의방문했다.
법무부는 면담 시작에 앞서 잠시 촬영시간을 준 뒤 바로 비공개로 전환해, 언론노출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약 1시간의 면담이 끝난 뒤, 민주당 의원들이 면담내용을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 촛불집회를 생중계한 나우콤의 문용식 사장 구속 ▲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소환 방침 ▲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 ▲조중동 광고주들에 대한 광고중단을 요구한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 ▲ '광우병 대책회의'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등 5개 사안에 대해 김 장관에게 따졌다.
이미경 의원은 정연주 사장의 소환방침에 대해 "감사원 감사,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검찰조사까지 사장기관이 총동원돼 압박하고 있는데 오비이락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검찰과 권력기관의 중립성과 권위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KBS와 국세청은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였던 것인데, 한쪽 당사자인 국세청장도 소환조사해야 형평이 맞는데, 국세청장도 소환했느냐"고 물었다.
김경한 장관이 "정연주 사장건은 KBS 전 직원의 내부고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사건종결을 위해 피고발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러면 대통령도, 조중동 사장도 고발하면 다 조사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고소고발도 없는데 검찰의 과잉친절"... "업체들에서 전화 많아"
'광고중단 요구'사건에 대해서도 논박이 이어졌다. 이미경 의원은 "고소고발도 없는데, 검찰이 과잉친절 베풀어서 조중동을 보호하려는 것이냐, 조중동을 너무 사랑하는 거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김 장관은 "(광고중단을 요구받은) 업체들로부터 '고통 겪고 있는데 뭐하고 있느냐'는 전화가 많이 오는데, 특히 '(여름상품 홍보를 해야하는) 여행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선은 실태파악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윤 의원이 "광고중단 요구는 주로 주부들이 많이 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 운동과 비교하면 오히려 점잖은 것이다"라고 거들자, 홍만표 법무부 대변인은 "광고중단 요구가 생각보다 계획적이고 집중적이다. 소비자운동 범위를 넘어선 시장질서 교란 아니냐"면서 "조중동에 대한 불매운동은 괜찮지만, 큰 신문에 광고를 싣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경제활동 자유도 인정돼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변호사인 우윤근 의원은 검찰이 광고중단요구 네티즌들에 대해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허위사실도 아니고 위계, 사기, 위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데 처벌할 수 있느냐"며 "일부 틀에서 벗어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소비자주권 확대라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검찰이 그동안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서는 것도 오해받을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정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모토에 맞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 MBC 사장 최문순 "황우석사태 때도 광고중단 압박 있었지만 검찰 안 도와줬다"
특히 '황우석 사태' 때 MBC 사장이었던 최문순 의원은 "당시 저도 광고 압박 피해를 받았다. 그때 검찰이 지켜주지 않았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PD수첩' 수사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배당만 해둔 상태"라고 답했으며, '광우병 대책회의' 간부들 수사에 대해서도 "아직 (검찰에) 영장신청이 되지 않았는데, 무조건 다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이날 "참여정부에서 지켜온 검찰의 중립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
김 장관은 "정치적 고려 같은 것은 없다"면서 "법질서가 무너졌다, 법질서를 다 세우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질서가 무너졌다는 시각이 걱정된다"고 일갈했다.
천정배 "최시중 형사 고발 방침"
한편, 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본부장인 천정배 의원은 이날 오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 위원장이 국무회의와 정권 내부 대책회의 참석하고 KBS 정연주 사장 사퇴를 추진하는 등 정치중립의무를 위반하면서 언론장악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민주당은 언론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각종 움직임의 배후에 최 위원장이 있다고 보고, 국회에 등원할 경우 다른 야당들과 함께 최 위원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과 탄핵을 추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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