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 보수단체가 전국 초중고에 뿌린 수백만 부의 반공 만화책이 교육계를 혼란으로 내몰고 있다.

 

서울·광주 등지 일부 학교는 학부모 항의를 받고서야 나눠 준 책을 회수하는 소동을 벌였다. 또 지난 24일엔 이 책을 만든 재향군인회 소속 회원이 전교조 충북지부로 쳐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일도 터졌다.

 

뒷짐진 교과부, 학교는 '책 회수' 망신살

 

사정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25일, "재향군인회가 학교로 직접 보낸 책이기 때문에 학교 자율화시대에 간섭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향군인회가 욕설과 맥아더 찬양, 그리고 반공 내용을 담은 <6·25 전쟁 바로 알리기>란 책을 각 학교에 무차별 배포한 때는 6월 초다. 서울, 청주, 광주지역 교사들에 따르면 박스포장으로 묶인 책이 초중고 교장에게 학생 수대로 배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학교장은 이 책을 각 반에 보내 담임으로 하여금 배포토록 지시했지만, 책 내용을 살펴본 일부 교사들은 배포를 거부했다. 조아무개(서울 ㅇ초) 교사는 "초등학생들 정서에 맞지 않고 역사도 왜곡한 반교육적인 책이란 생각에 나눠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들 손에 들려온 책을 받아본 학부모들이 거칠게 항의하면서 학교가 망신을 사기도 했다. 결국 서울 ㅇ초, 광주 ㅅ초 등 서울과 광주지역 일부 학교들은 나눠준 책을 다시 걷어 폐기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지난 24일에는 이 만화책을 비판한 전교조의 발언에 반감을 품은 한 재향군인회 충북지회 소속 회원이 전교조 충북지부 사무실에 들어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 불구속 입건됐다. 이 인사는 "이 빨갱이 ××야" 등의 욕설을 퍼부으면서 최아무개 전교조 간부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향군인회는 불간섭, 민주노총은 간섭?

 

이에 대해 박태동 전교조 통일위원장은 "화해와 평화통일을 배워야 할 아이들에게 70년대식 욕설 반공만화를 나눠주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면서 "민주노총이 '미국소'에 대한 만화책을 만들어 각 학교에 돌렸어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과부 중견관리는 "교과부가 학교에서 배포되는 책에 대해서 일일이 간섭할 수 없지 않느냐. 간섭하면 또 다른 논란이 생긴다"면서도 "민주노총이 '미국소'에 대한 만화를 배포할 경우에는 교육청이 손을 댈 것"이라고 앞뒤가 다른 말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재향군인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