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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소비자 운동인가 아니면 불법적인 영업 방해인가?

 

누리꾼들의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이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생협연대 등은 24일 성명서를 내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조선·중앙·동아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이것만은 안 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며 "이러한 의사표시는 소비자의 권리 중 '의사를 반영할 권리'와 '소비자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 측면에서 당연히 보고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원의 본질적인 내용은 무시한 채 단순히 표현상의 무리한 점만 지적해 문제를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무부와 검·경이 나서서 소비자의 자발적인 의사표시 행위를위축시킬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에 공문을 보낸 경제5단체들에도 쓴소리를 했다. 경실련 등은 "'고객 만족 경영',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겠다' 등을 표방했던 기업들의 이면에 있는 고객은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경제5단체는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의 영업이익에 타격을 줘 기업의 정책을 변화하도록 추동하는 시장에서의 긍정적인 힘이다"라며 "사적 시장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소비자의 권리행사가 시장에서 갖는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단지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구매를 선택하지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도덕적 기반을 눈여겨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최근 조중동의 편향보도, 말 바꾸기 행태에 대응해 움직이고 있는 것. 도덕적, 사회적 인식이 부재한 기업의 상품이라면 신뢰가 덜 갈 수밖에 없다.

 

국내 소비자운동의 권위자인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광고기업 불매운동은 한 주체가 시민이자 소비자로서 시민권과 구매권을 동시에 활용하는 더욱 진전되고 발전된 형식의 소비자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옹졸해 보인다"며 "국제적인 기준으로 봐도 창피한 일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막강 소비자운동

 

도덕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구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있어왔다.

 

지난 2002년 개봉한 <007 어나더데이>는 서울을 낙후된 도시로 묘사하고 비무장지대를 미국이 지킨다는 등의 내용으로 한국과 북한의 실상을 왜곡했고, 이는 '영화 안 보기 운동'으로 이어져 국내흥행에 실패했다. 2003년에는 적대적 노조정책을 펼치는 한국 네슬레에 대한 '초이스 커피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2005년에는 일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역사교과서 개악에 반대, 이를 후원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미쯔비시, 카와사키, 후지쯔, 이스즈 등이 한국 소비자들은 물론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외면을 당했다. 후원기업 중 하나로 알려진 캐논은 홈쇼핑 판매가 중단돼 판매금액과 판매량에서 큰 하락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세계 많은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나이키 같은 다국적기업이 노동착취, 아동노동, 환경오염 등을 일으키지 않는지 엄중히 감시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우리나라에도 시민들의 불매운동이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1996년 공연기획사 태원예능이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 추진 과정에서 불매운동을 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당시 시민단체 등은 '마이클잭슨이 아동을 성추행 했다'는 이유를 들어 불매운동을 벌였는데, 이 불똥이 공연 티켓 판매 대행을 맡은 서울은행에까지 튄 것. 시민단체 등의 압박에 못 이긴 서울은행이 판매대행 계약을 파기했고 이후 공연기획사는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당시 1,2심 재판부는 "시민단체들이 은행들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사용한 불매운동은 시민단체가 취할 수 있는 전형적인 운동방법의 하나인 만큼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김남근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 판결은 불매운동 자체를 위법하다고 본 게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하는 행위가 있었을 때만 위법이라는 취지로, 형사가 아닌 민사 책임을 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중동 뒤봐주기에 급급한 검찰이 혹시라도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검찰이 신경을 써야할 곳은 윤리적 구매를 원하는 국민들의 소비주권이지 반성할 줄 모르는 조중동의 엉뚱한 투정이 아니다.


#소비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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