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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의원이 24일 홈페이지에 '서울 2008-아이들만은 안 됩니다'라는 글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들은 안 된다고 우리 부모부터 말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최소치 - 그것은 '질서' '공권력 회복'이었습니다. 이제 그 절절하고 절박한 민심의 소리를 우리 '아이들만은 안 된다'는 부모의 목소리로, 어머니의 목소리로 확실히 말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 2008년 - 우리가 일어서야 합니다. '아이들만은 안 된다!'고-"

 

이게 결론의 글이다.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건 그렇다고 치고, 국민들이 언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권력 회복을 기대했는지.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때 경제회복을 부르짖었지 공권력 회복을 내걸진 않았는데.
 
아이들 끝장토론 막자는 국회의원

 

더 문제는 전 의원의 교육관이다.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전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요즘 교실 풍경에 대해서 이렇게 개탄했다.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쇠고기 문제를 둘러싸고 편이 갈리고 있다고 합니다. 부모의 성향에 따라, 혹은 특정한 목적을 지닌 일부 선생님들의 특별지도(?)에 따라 갑론을박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아이들끼리 '끝장토론'을 벌이는 교실풍경-이를 보고 '우리 아들 잘한다'고 할 부모가 기뻐할 부모가 과연 있을지--"

 

드라마 <대왕세종>이 생각난다. <대왕세종>에서 충녕대군이 어렸을 때 제왕학과 관련된 책을 읽고 국가경영에 관심을 가지자 태종이 그것을 가로막는다.

 

왜냐하면 왕조 시절 국가통치는 오직 왕이 하는 것이었는데 그 왕은 세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대군은 왕의 통치를 고분고분 받아야지 그 자신이 국가경영의 주체가 되선 안 된다. 그것은 왕의 주권을 침해하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사극에선 천민의 자식이 지나치게 똑똑하거나 서책을 가까이 하면 주위 사람들이 그 아이의 장래를 염려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천민은 가나다 정도의 지식이면 되지 그 이상 알면 다친다. 아예 까막눈인 게 차라리 더 나을 수도 있다. 머리가 트이면 지배에 고분고분 복종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국가대사, 정치사안을 놓고 끝장토론을 벌이는 풍경이 조선시대 때 있었다고 치자. 그 아이가 세자라면 모두가 기뻐했을 것이다. 영특한 군주가 났다고 대신들이 춤을 췄을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천민이라면? 그 아이의 총기가 불길하다고, 혹은 불경하다고 지우려 했을 것이다. 그 부모부터 자식의 입을 막으려 했을 것이다.

 

아이들의 끝장토론을 막자는 전여옥 의원은 우리 국민들을 천민으로 보고 있는 것인가? 우리 국민의 자식들은 끝장토론을 해선 안 되나?

 

전 의원은 초등학교 교실에서조차 편이 갈리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 편갈림이 증오, 대립, 물리력행사로 나가는 건 교육적 지도로 막아야 한다. 그러나 '끝장토론'은 권장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공화국 공교육의 목표는 모든 국민의 자식을 '세자'로 키우는 데 있다. 공화국엔 대군도 없고 천민도 없다. 오직 세자만 있을 뿐이다. 모두가 주권의 소유자다.

 

세자가 어렸을 때부터 제왕학을 배우듯이 공화국의 시민은 어렸을 때부터 국가를 통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참여하기 위해선 정치적 판단능력과 의사개진-의사소통 즉 토론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정치바보' 교육이 위험한 이유

 

스웨덴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교육이 이루어지고 초등학생들이 선거철에 정치인 인터뷰를 다닌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다.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건 영어몰입교육이 아니라 정치몰입교육이다. 제왕학이다. 일국의 주인이 되어 국가를 경영하려면 '영어천재 정치바보'가 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교육은 '정치바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쇠고기 정국을 맞아 모처럼 학교에서 정치적 관심이 고양됐다면 이것을 공화국 공교육이 바로잡힐 호재로 여기는 것이 맞다. 토론이 시작된 김에 지식암기 수업 줄이고 아예 공식적으로 토론을 수업시간을 배치하자고 나와야 시민다운 자세다. 전 의원은 거꾸로 나왔다.

 

이것은 주인교육이 아닌 노예교육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들이 국가대사에 관심 가지는 걸 불경스러워하고 단순지식암기에나 치중하는 걸 기특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예들 데리고 창의적 지식창조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까?

 

시민은 까칠하고 노예는 양순하다. 시민은 말이 많고 노예는 묵묵하게 시키는 일만 한다.

 

이 차이가 초등학교 교육에서부터 갈라진다. 우리 학생들이 수십년 만에 국가대사에 관심을 가지고 토론을 시작하자 기득권 집단은 그것을 막기에 여념이 없다. '너희들은 참고서에나 코 박고 있어라'로. 아이들만은 안 된단다.  아이들 때부터 정치의식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장차 노예가 아닌 '까칠한 시민' 으로 큰다.

 

전여옥 의원의 교육관은 봉건시대의 타임캡슐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사극에서나 보던 교육관을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설파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부터 학교에서 토론하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


태그:#전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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