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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시와 관보게재에 반발하여 서울에서 시민들이 강하게 저항하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고시철회를 주장하며 시민들이 촛불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제주는 장마 기간임에도 오랜만에 햇볕을 구경할 수 있는 날씨였다.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현애자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당원 10명이 제주시 중앙로터리에서 '수입고시 철회'를 주장하며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삼보일배단이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도착한 저녁 7시 40분 시청 앞에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시민들이 집결해 있었다. 시민들은 여름 햇볕에 얼굴이 빨갛게 그을린 삼보일배단을 박수로 맞았다.

 

삼배일보단을 이끈 김영수 민주노동당 제주도 투쟁본부장이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민주노동당은 서울에서 모든 당력을 모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저지를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당도 서울의 투쟁에 발맞춰 도민 여러분과 함께 열심히 투쟁에 나서겠습니다."

 

현애자 의원이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전쟁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국민들이 고시철회를 요구했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고시를 강행했습니다. 이제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국민의 이름으로 정권 심판에 나서야 합니다." 

 

 

 

"관보게재 원천무효!, 한나라당 해체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 제주도민 함께해요!"

 

시민들이 구호를 제창하면서 촛불문화제가 시작되었다. 장관고시와 함께 촛불정국이 새로운 대치국면을 맞게 되어서인지 오랜만에 촛불문화제에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현장에 잘 나오지 않던 방송국 카메라도 현장에서 영상을 담았다.

 

 

사회자는 "국민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정부에 대항해 짓밟힌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더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는 것"이라며 "제주도민 함께해서 전국에서 촛불을 든 시민이 100만, 200만에 이르게 만들자"고 말했다.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소속 회원(ID 마농)이 통기타를 들고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노래를 잘 해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나온 것입니다. 누가 이 세상에 진실과 정의가 존재하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촛불이 진실이고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두운 곳을 잠시 밝히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정의를 되찾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통기타 반주에 맞춰 아리랑을 개사해서 만든 노래를 흥겹게 따라 불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국민을 버리는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 대통령이 아니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대통령

오천만 우리 모두가 원하는 대통령

 

통기타 연주가 끝나자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30대 시민의 발언이 인상에 남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남을 배신하거나 남이 방심하고 뒤돌아서 있는 틈에 공격하는 상황을 두고 등에 칼을 꽂는다고 합니다. 지금 등에 칼을 꽂는다는 말은 이명박 정부에게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해놓고, 돌아서서는 쇠고기 수입 조건을 고시하는가 하면,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무더기로 연행하고 있습니다. 이 정권을 심판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한편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최근 수입고시를 한 이후 서울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폭력을 가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서 분노를 표했다. 특히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촛불시위 참여 도중 경찰에 불법 연행되는 장면이나 경찰이 시민의 손가락을 깨물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을 보면서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제주지역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는 한 공무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 공무원은 "이명박 정부는 협상문에 서명도 하지 않은 채 위생조건을 관보에 게재했는데, 이에 반발해 관보게재를 거부한 양심적인 공무원들에게 징계를 가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소속 여성 회원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이웃이 쇠고기 수입고시 철회를 위해 상경한 소식을 전하며 "이 정부 하에서는 하루도 제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라고 했다.

 

촛불문화제의 마지막은 노래패 '청춘'이 장식했다. 시민들은 노래패 '청춘'의 노래를 흥겹게 따라 부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태그:#삼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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