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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서 밤을 새우고 오늘 아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그제 이틀 동안 촛불집회에서 밤을 지키느라 몸은 천근처럼 무겁지만 마음은 묵은 체증이 내려앉은 것처럼 가볍습니다. 

 

그동안 거의 매일 같이 촛불집회에 참석했지만 가슴에 단 국회의원 배지가 부담스러워 차마 시민들 앞에 나서질 못했습니다. 기실 고백하건데 시민들께서 주시는 꾸지람이 너무도 부끄럽고 가슴 아팠습니다.

 

“ 사진 찍으러 왔느냐! ” “ 민주당은 한나라당 2중대다” “ 쇼 끝났으면 집에 가라!” 

 

매서운 시민들의 질타에 시민들을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 민망스러워 감히 시민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물대포와 방패 앞에 맨몸 하나로 마주하는 시민들을 더 이상 구경만 할 순 없었습니다. 선량한 시민을 폭도로 몰아가는 폭력정권 앞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온 몸으로라도 막아내야 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저를 비롯한 일곱 명의 동료의원들과 손을 맞잡고 전경들 맨 앞에 섰습니다. 여기저기서 많은 지청구가 들려옵니다. 주시는 꾸중이 아팠지만 우리가 잡은 손을 놓을 순 없었습니다. 우리가 맞잡은 손이 시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산 자여 따르라” 는 노랫소리가 광화문의 밤하늘에 울려퍼집니다. 이 십여 년 전, 저는 거리에서 목이 쉬게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민주화 이후 다시는 거리에서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믿음은 분노로 변해 있습니다. 멀리 청와대 뒷산이 보입니다. 저 뒷산에서 국민들이 합창하는 아침이슬을 들으며 뼈아프게 반성했다는 대통령은 이제 그 국민을 폭도로 몰아갑니다. 국민의 외침을 불순분자의 선동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전경들이 우리 일곱 명을 에워 쌓습니다. 시민의 방패막이던 우리를 시민과 분리시키려는 것입니다. 연이어 물대포가 터졌습니다. 이에 항의하던 안민석 의원은 결국 전경들에게 질질 끌려가 집단 린치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분에 겨워 움켜 쥔 주먹이 떨려왔습니다.   

 

그렇게 새벽이 가고 있었습니다. 시민들께서 우리에게 물과 음료수를 건네주십니다. 경계하던 눈빛들이, 니들이 얼마나 하나 보자, 탐색하던 얼굴들이 비로소 부드러워졌습니다. 

 

 “진작부터 좀 이러시지 그러셨어요.” “지금이라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을 열고 주시는 말씀에 비로소 시민들의 눈을 바라 볼 용기가 생깁니다. 국민과 함께 한 그 자리에서 저는 국민이 우리에게 원한 것은 진실한 마음과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 우리 뒤에 서 있던 한 분이 외칩니다.

 

“다리 아프죠. 의원님 이제 그만 앉아요.” 그러고 보니 새벽이 될 때가지 우리는 서 있었습니다. 그 말씀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어느덧 동이 트고 날이 밝았습니다. 오늘의 집회가 끝났습니다. 우리가 돌아서는 발길에 시민들께서 박수를 주십니다. 우리가 정말 이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자 부끄러웠습니다. 한 여성분이 제게 다가와 손을 잡고 말씀하십니다.

 

“의원님들 덕분에 연행자가 많이 줄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 분의 손을 잡고 차마 아무 말씀도 드릴 수 없었던 이유는  헛된 약속보다는 몸으로 실천하겠다는 다짐 때문입니다. 국민은 결코 폭도가 아닙니다. 국민은 결코 불순세력도 아닙니다. 국민을 폭도로, 국민을 불순세력으로 만드는 것은 독재정권 뿐입니다.

 

저는 우리의 정의에 대한 외침과 행동이 더 나은 세상, 모두 더불어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평화와 정의의 촛불이 하나의 믿음으로 타오르는 동안 바람에 촛불의 흔들림을 막는 바람막이가 되겠습니다. 광화문에서 뵙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상희 기자는 지난 30여년간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시민운동가 출신의 국회의원으로서 18대국회 비례대표로 선출되었다. 현재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으며 '미쇠고기재협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김상희#민주당#인간띠#스크럼#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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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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