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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장맛비가 내린다. 누군가는 간절하게 기다리는 비였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딱드려야 하는 현실을 맞이할 때가 있다. 그것이 원하던 것이든 아니든 주어진 현실이라면 웃으며 맞이하는 사람이 훨씬 그 현실을 긍정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웃는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분노를 저 깊이 묻어두고 웃는다.
 
 
장맛비가 잠시 풀잎에 꽃잎에 쉬었다 간다. 쉬었다 가면 그만일터인데 쉼터가 되어주어 고맙다고 작은 물방울 보석을 선물한다. 장맛비에 한껏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 싱그러운 이파리들이 한껏 치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활달한 청년을 닮았다.
 
투사의 이미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어둠 속에 촛불 하나 밝혀들고 걸어가는 활달한 청년을 닮았다.
 
 
비이슬은 자기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기를 주장하지 않는 듯하다. 투명하고 맑음을 잃지 않으면서 타인의 색깔을 오롯이 담고 있는 비이슬, 더불어 삶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조화로운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다른 것을 자기 안에 담을 수 있는 품, 그 작은 이슬 안에 온 우주를 품을 수 있는 품이 있다는 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 주인공도 때로는 조연이 되기도 한다. 자연은 조연이건 주인공이건 불평하지 않고, 그냥 자기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때론 그 누구와 눈맞춤을 하지 못해도 그들은 그들의 때를 살아간다. 그로 인해 윤회의 고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리라.
 
 
작은 물방울이 모여 실개천이 되고, 실개천이 모여 내가 되고, 내가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된다. 저 작은 비이슬 속에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가 있다. 촛불이 하나, 둘 모여 어둠을 불사르는 큰 불꽃의 바다를 이루는 것과 다르지 않다. 
 
촛불의 바다. 그렇다. 그것은 물대포나 거짓말이나 방패나 컨테이너 산성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것은 오히려 촛불의 바다를 넘실거리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태풍이 저 깊은 바다의 밑바닥 썩은 것들을 뒤집어 새롭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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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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