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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새벽, 경찰 방패에 찍혀 내지르는 시민의 비명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쨍하게 울려옵니다.동이 틀 무렵 집으로 돌아와 어렵게 눈을 붙였지만 심한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곤봉과 방패에 무참하게 구타당하는 시민들이 제 꿈속에서 살려 달라 외칩니다.

 

잠에서 깨어 오뚝하니 앉았습니다. 어젯밤의 악몽과 같은 기억이 좀체 가시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시간이 아주 오래전으로 되돌아 간 것만 같습니다.

 

어제(28일) 저녁 여섯시 반쯤 시청 앞에 왔습니다. 찌푸린 하늘은 물기만 머금고 있을 뿐 빗방울을 쏟아내진 않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시민들이 불어납니다. 삽시간에 시청 앞은 군중들로 가득 채워집니다. 사그라진 줄만 알았던 촛불이 20만의 불꽃파도가 되어 광화문의 밤을 넘실댑니다. 아... 민중의 정의로운 목소리는 이토록 크고 끈질긴데...

 

밤 아홉시가 다가오자 하늘은 기어이 비를 게워내고 맙니다. 저와 의원님 몇 분이 경찰차 맨 앞에 섰습니다. 격한 시민들을 진정시키고 경찰의 폭력진압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앞에 서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경찰은 우리를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쏘아댔습니다.

 

숨이 막히고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경들 속에서 쇠뭉치가 날아옵니다.옆에 있던 보좌진은 경찰이 던진 돌에 팔목을 맞아 비명을 지릅니다. 그것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입니다.

 

시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뜯어 말려도 우리 적은 의원들 힘으로는 제어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일이 나고 말지. 경찰의 폭력진압에 어미의 심정으로 걱정이 앞섭니다.여기 있는 젊은이들은 제 자식들입니다. 이 무리 중 제 아들도 끼어 있습니다.

 

역시 우려했던 바와 같이 경찰들이 폭력진압을 시작했습니다. 방패와 몽둥이를 휘두릅니다. 넘어진 시민을 방패로 찍어 내립니다. 그 모습이 흡사 광주 5.18 동영상을 보는 듯합니다.

 

시민들을 보호하려 거리로 뛰쳐나왔지만 경찰들 눈에 국회의원은 이미 우스운 존재입니다.의원들이 보는 바로 앞에서 인도에 있던 시민들에게 방패를 휘두르고 찍어 내립니다.

심지어 이를 항의하던 강기정의원을 곤봉으로 가격합니다. 아. 이게 법치국가 입니까?

군부 독재정권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회의원을 구타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습니다. 폭력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다그쳤지만 돌아오는 말은 모든 잘못은 과격한 시민들 때문이랍니다.

 

다시 거리로 돌아왔습니다. 빗줄기는 점차 거세지고 우리는 시민들 앞으로 섰습니다. 빗물 고인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폭력 같은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냈습니다. 빗물에 속옷까지 젖어 한기로 몸이 떨려왔지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 때 시민들이 우리에게 김밥을 주십니다. 따뜻한 커피를 주십니다. 그 날 새벽 빗속에서, 저는 세상에서 가장 맛난 김밥과 커피를 먹었습니다. 며칠 밤을 지새운 탓인지 비에 젖은 몸이 늘어져 내립니다.

 

동이 틀 무렵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피곤한 몸을 뉘였지만 잠이 오질 않습니다. 머릿속은 이런 저런 잡다한 상념으로 가득하지만 쉬이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로지 하나의 생각은 절망이 무거울수록 희망의 무게는 가볍다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상희 기자는 지난 30여년간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시민운동가 출신의 국회의원으로서 18대국회 비례대표로 선출되었다. 현재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으며 '미쇠고기재협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김상희#민주당#스크럼#인간띠#물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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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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