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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진화'라는 과정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조·중·동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진화도 끝이 없어 보인다.

 

1980년 5월 광주학살 때 <조선일보>는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했다. 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 역시 <조선일보>는 시위대의 폭력성과 과격성을 집중 부각시키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그래도 광주시민을 학살한 군부에게 광주시민을 무력 진압하라고, 87년 6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라고 다그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조·중·동은 이제 시위진압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의 말이 곧 법이다. 그들의 지침이 곧 경찰의 진압 지침이자 체포영장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가 "청와대만 지키고 앉아있는 무능한 정권"이라고 질타하자 경찰은 그 다음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앞에 저지선을 쳤다. 광우병 괴담 사냥도, <PD수첩> 수사도 조·중·동이 먼저 지침을 제시한 사례들이다.

 

광주시민을 '폭도'로 불렀던 <조선>의 진화

 

어디 그 뿐인가. 이들은 내친 김에 촛불집회와 시위를 원천봉쇄하고 발본색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조·중·동은 물론 그 뒤를 좆고 있는 대다수 신문들은 2008년 6월 오늘, 경찰의 강경 진압을 촉구하고 있다.

 

그것도 어지간한 목소리가 아니다. 촛불집회와 거리의 시위를 원천봉쇄하고 발본색원하지 못하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 정권이나 더 이상 존재할 의미도 필요도 없다고 집권세력을 강압하고 있다.

 

조·중·동과 정부 여당이 지금처럼 보조를 잘 맞춘 적도 없다. 아니, 정부 여당이 지금처럼 조·중·동의 지침을 신속 정확하게 받들어 모신 적도 없을 것이다. 전두환 정권도 노태우정권도 김영삼정권도 조·중·동의 주문을 그대로 받들어 모시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전두환은 조·중·동을 장악했고, '물태우'라는 별칭을 얻은 노태우도 조·중·동에 휘둘리지는 않았다. 김영삼도 결국 봐주기는 했지만,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되레 조·중·동의 숨통을 죄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10년 만에 완전히 역전됐다. 10년 만에 권력을 찾은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조·중·동 같다. 그들이야말로 이명박 정권 그 위에서 군림하는 최고의 권력, 최대의 권력이 된 듯 싶다. 적어도 지금 돌아가고 있는 사정을 보면 그렇다. 권력 운영의 주도권 자체가 조·중·동에게 넘어간 것 같기도 하다.

 

권력의 절정에 선 조중동, 두개골 함몰된 시민에겐 관심없다

 

조·중·동의 진화는 권력의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절정'을 맞고 있는 듯하다. 언론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권력화이다. 그들의 지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지면에서 '시민'은 더 이상 보도와 논평의 주된 잣대가 아니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현장에서 시위대는 더 이상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다. 시위대에 둘러싸인 경찰, 폭행당하는 경찰, 무장해제된 경찰만이 그들의 주된 관심사다. 경찰의 폭행에 팔이 부러지고, 두개골이 함몰된 시민들은 아예 관심 밖이거나 부수적인 피해자로 배치될 뿐이다. 그들에게 시위대는 조·중·동에 적대적인, 따라서 폭력적인 시위대만 눈에 띌 뿐이다.

 

그들은 마침내 KBS·MBC를 넘어,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사이트뿐만 아니라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폭력시위를 부추기는 배후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30일 자 <조선일보> 미디어면에 실린 "폭력시위 거의 보도 안하는 방송"이라는 제하의 기사는 "KBS와 한겨레·경향신문이 경찰의 과잉 진압은 비판한 반면 촛불시위대의 불법 폭력시위를 정당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고 시작한다. 그 아래 기사의 제목은 "시위대 선동하는 '경향닷컴'"이다.

 

이들 신문이 시위대의 불법 폭력 시위는 외면한 채 경찰의 폭력성만을 집중 부각하는 등 편파적인 보도와 논평으로 불법 폭력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식이다. KBS·MBC,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사이트에 이어, <경향일보>과 <한겨레> 등 조·중·동에 반대하는 모든 목소리를 차제에 같이 진압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조·중·동의 여론몰이와 경찰의 강경진압, 검찰의 전방위적 압박 수사, 그리고 정부 여당의 강경 대응 방침은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맞춰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역방향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시계태엽은 이미 한참 감겨있는데 억지로 톱니바퀴를 역회전시키려는 모양새다. 작용이 크면 반작용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 물리의 법칙이자, 시계의 법칙이다.


태그:#조중동, #강경진압, #조중동 권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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