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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역 주변 손기정체육공원 부근의 육교에 부착된 광고물. 지나가는 행인(보통 어른) 평균 키를 넘길 정도로 높이 부착돼 있다.
 서부역 주변 손기정체육공원 부근의 육교에 부착된 광고물. 지나가는 행인(보통 어른) 평균 키를 넘길 정도로 높이 부착돼 있다.
ⓒ 오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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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 되어 버린 육교

육교의 목적은 차도를 건너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육교라는 조형물이 주변 경관과의 조화, 육교 위에서 풍경을 바라볼 권리 등은 단지 감성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때문에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개정안(일부개정 2008. 03. 21) 제4조(광고물등의 금지 또는 제한 등)에 의하면 "각호의 지역·장소 또는 물건중 미관풍치·미풍양속의 유지 또는 공중에 대한 위해방지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의 조성을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장소 또는 물건에는 광고물등(대통령령이 정하는 광고물등을 제외한다)을 표시 또는 설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6월 29일 기자는 서울 서부역 손기정체육공원 부근의 봉래초교 앞 육교를 지나며 마치 감옥에 갇힌 것 같았다. 광고판이 주는 압박감 때문에 사방이 막혀 있어서 육교 안을 보면 마치 커다란 박스를 갖다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용산구 관할인 봉래초교 육교는 완전한 감옥이라고 할 수 있다. 상행선뿐만 아니라 하행선을 향한 광고판이 모두 보통 어른보다 머리가 하나에서 두 개 정도 더 높게 설치된 것이다. 광고판을 설치한 쪽에서 볼 때 절박한 문제이지만, 육교를 향유하는 시민의 절박함 역시 중요하므로 이를 취재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서울특별시육교사용료징수조례'로 본 육교 광고판

2002년 1월 5일에 개정된 '서울특별시육교사용료징수조례'>의 부칙 중 별표1(허가조건(제3조 제5항 관련))에 따르면 "홍보물은 현판으로 제작하여야 하며, 홍보물의 규격은 육교의 길이와 일치되고, 높이는 난간 높이로 하여야 한다."(제1조)고 되어 있다. 앞서 보도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 조례로 볼 때도 위법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청의 건설관리과에 문의해 보니, 옥외관리규정은 '미관'이나 '미풍양속' 따위의 추상적인 선에서 명시돼 있기 때문에 현장 조사를 통해서 과태료 부과와 시정 조치 등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자는 관련 사진을 담당자에게 보내 주었다.

담당공무원은 이메일 답변을 통해서 봉래초교 육교의 광고판 건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시행일 : 2008. 6. 22)되기 전 허가된 사항"이며 서울특별시육교사용료징수조례 제6조(금지사항) 2항 중 "다만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조항을 들어 금지사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별표1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이 개정됐고, 법에 맞춰 조례가 개정중이기 때문에 7월은 옥외 광고물 부착 허가는 교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봉래초교의 광고판 역시 오늘(7월1일) 내로 현판을 제거한 후 현장사진(현판이 제거된 현장)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만약 공무원이 답변 내용과 같이 신속하게 민원을 처리해준다면 분명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겠지만, 현재 명시된 조례나 법률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법률이 시행됐다고 바로 지켜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기자가 서울역에서부터 구름다리를 지나 봉래초교 육교까지 지나는 동안 주변 경관은 매우 황량했고, 특히 구름다리 입구에는 심한 악취로 인해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 곳곳에는 이렇게 행인을 위협하는 곳이 너무나 많다.

[기사 그후] '키높이 광고판' 없앴습니다

취재기사를 내보낸 직후 용산구청으로부터 반가운 사진이 도착했다. 1일 오후 2시 현재 두 개의 광고판으로 꽉 막혔던 육교에서 광고판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이 조처로 용산구청은 전국 지자체 중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가장 신속하게 적용한 곳으로 남게 됐다.

 육교 광고판 제거 사진
 육교 광고판 제거 사진
ⓒ 용산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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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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