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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시청 앞 광장은 전경차량과 경찰들로 봉쇄됐다. 그리고 서울시 용역직원들과 경찰들은 합심해 30여일 이상 촛불집회의 근거지가 된 천막들을 뜯어냈다.

 

28일과 29일 경찰의 목표는 방송차량이었다. 28일 덕수궁 앞에서 음향장비를 실은 화물차 3대를 용산경찰서와 동작대교 주차장까지 운전하게 한 뒤 차량 열쇠를 압수했다. 지난 29일에는 인천 소재 음향장비 사무실에서부터 차를 뒤쫓아와 영등포 방향 목동교 약 300m 앞에서 강제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해 "정부의 공안탄압이 법적 절차와 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자행되고 있다"며 "집회 자체가 봉쇄되는 현 상황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민변은 경찰의 방송차량 탈취에 대해서는 어청수 경찰청장,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경찰의 방송차량 탈취, 법적 근거 없다"

 

경찰이 방송차량 탈취에 내세운 법적 근거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이었다.

 

29일 당시 탈취된 방송차량에 타고 있었던 오윤식 변호사는 "현장 지휘관에게 방송차량 탈취에 대해 항의하자 그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1항을 들어 '시위용품의 운반에 대해 제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1항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目前)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해지려고 할 때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할 것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때 등 총 3가지의 조건은 무시한 채 이뤄진 '위법한 공무집행'이었다.

 

당시 차량은 집회 장소인 서울 시청 앞 광장으로부터 수십㎞ 이상 떨어진 곳이었고 집회예정시간은 3시간 가까이 남아있었다. 차량에 실려 있던 장비도 쇠파이프나 화염병·각목 등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 아닌 음향장비였다. 또 경찰이 당시 차량을 막아설 때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었다.

 

민변은 이 같은 경찰의 행위가 직권남용죄라고 판단하고, "이 같은 행위를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 이후 경찰간부들은 이같은 범죄에 대한 공동정범 내지 교사범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청 앞 광장의 천막에서 위험 물품을 만들었나? 역시 법적 요건 충족치 못해"

 

지난 27일 이뤄진 천막 강제철거 과정 역시 민변의 검토 결과 법적 요건에 충족되지 못했다.

 

민변의 설창일 변호사는 "서울시는 시청광장 잔디 보호와 장기간의 광장 불법점거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아 철거했지만, 행정대집행법의 요건에 맞지 않는 강제철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선 설 변호사는 "행정대집행법에 의하면 행정청인 서울시 공무원이 천막 철거를 진행해야 하는데 보도된 사진들을 보면, 공무집행 방해 상황에 대비해 배치된 경찰이 직접 천막 철거에 나서는 등 법을 위반했다"며 "천막 철거 주체의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인재산인 천막 소유자 내지 점유자에게 서면으로 계고처분을 통지해야 하는데 일부 천막점유자는 계고장조차 받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계고장에 의한 통지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법원에 의해 발부받은 집행영장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철거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절차상 요건의 흠결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천막에서 위험한 물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낙후된 건물처럼 붕괴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설사 서울시가 '비상시 또는 위험이 절박한 경우에 있어서'라는 조건으로 허용되는 집행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이는 명백히 정치적인 이유로 진행된 강제 철거며, 나중에 어떤 책임을 지더라도 지금 상황을 타개해보자는 의도였다"며 "천막을 파손한 것에 대해 재물손괴죄로 형사책임을 물을 생각이며, 국가배상 청구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원천봉쇄 작전, 법 살펴봐도 정당화 안 돼"

 

한편, 민변 김종웅 변호사도 "경찰의 이 같은 행동은 분명히 집회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라며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살펴봐도 '단순한 불법집회가 예상되고 그에 참가하려는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해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는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의 1조 2항을 위배한 조치일 뿐 아니라, 집회의 자유에 대한 허가를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2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위반했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는 처벌 규정에 의한 고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원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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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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