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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5시 반 경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주최하는 미사가 시작될 서울시청 앞 광장 귀퉁이에서는 미사포 천 30마와 씨름하는 ‘아줌마’들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커뮤니티에서 오신 분들. 미사에 참석하실 시민들을 위해 직접 동대문에서 천을 떼어 왔다고 한다. 한 마에 1500원~2000원이라는 거금이 들었지만 시민들을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다.

나도 이들과 함께 천과 씨름하며 미사포 만들기에 나섰다. 자로 재고 말 것도 없이 가위로 자르는 통에 천은 울퉁불퉁하다. 그렇지만 이등변삼각형 꼴의 미사포 구색은 갖춰져 간다.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회원들이 미사포를 만들기 위해 천을 자르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회원들이 미사포를 만들기 위해 천을 자르고 있다.
ⓒ 조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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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성체 안 받았는데 써도 되나요?”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셨냐는 질문에 “미사하면 미사포 아니겠어요”라고 대답한다. 만들어진 미사포는 바로바로 시민들에게 나눠진다. 처음, 시민들이 머뭇거린다.

‘영성체를 받지 않았다’ 혹은 ‘신자가 아니다’는 대답과 함께 미사포 받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영성체를 받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심지어는 신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주최하는 이 미사에 진정으로 참여한다는 마음만 있으면 이 미사포를 쓸 자격이 충분하다”는 설명에 미사포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돕는다. 집회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한 시민은 미사포를 만드는 이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라며 거든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아이와 함께 미사포 만들기 프로젝트를 거들고 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아이와 함께 미사포 만들기 프로젝트를 거들고 있다.
ⓒ 조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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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여자들(http://cafe.naver.com/letemansei)"은 한 커뮤니티에서 촛불시국과 함께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모인 임시 커뮤니티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고 한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생활광고를 내고 있고, <씨네21>에 전면광고를 낸 적도 있다. 모두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모은 돈으로 한 것이다. 현수막과 손팻말도 만들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회원들이 자체제작한 스티커.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회원들이 자체제작한 스티커.
ⓒ 조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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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빠지지 않고 나올 거냐는 질문에 박안나 회원이 “당연하죠”라고 힘차게 대답한다. “아줌마들이 모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광우병에 민감하다.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영숙 회원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현재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주최하는 시국미사는 서울시측에서 시청앞 광장 잔디를 모두 벗겨내고 봉쇄하는 탓에 주춤한 출발을 보였으나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무사히 진행되고 있다.

오늘 아침 서울시에 의해 시청앞 광장 잔디가 모두 벗겨져 있다.
 오늘 아침 서울시에 의해 시청앞 광장 잔디가 모두 벗겨져 있다.
ⓒ 조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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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주최하는 미사가 시작되기 전, 묵주기도가 진행되고 있다. 묵주기도에 참여 중인 시민들 중엔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회원들이 나눠준 미사포를 쓴 여성들도 보인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주최하는 미사가 시작되기 전, 묵주기도가 진행되고 있다. 묵주기도에 참여 중인 시민들 중엔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회원들이 나눠준 미사포를 쓴 여성들도 보인다.
ⓒ 조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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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집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 #세상을바꾸는여자들,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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