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뱃살 역류성 식도염 부른다’

얼마 전 신문에서 뱃살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러자 절로 바지 단추를 어떻게든 밖으로 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제 뱃살에 눈이 갔습니다. 잠시 ‘살을 빼야 하나?’라고 고민하기는 했지만 이내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군대 시절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함께 온 뱃살인데 뭐 그리 큰 문제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저와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덩치가 좋으시네요.”
“키가 커서 뭐 그리 뚱뚱해 보이지 않아요.”

등의 말을 해주었기 때문에 제 뱃살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남들도 별 문제 없어 보인다는데 뭐 그게 그리 큰 문제이겠습니까? 그런데 불과 며칠 전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다가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습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돌아오는데 한 여자가 잽싸게 어떤 쪽지를 손에 쥐어주고 도망치다시피 뛰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력제 광고 전단지인 줄 알았다
▲ 대머리 아저씨가 보인 사진 처음에는 정력제 광고 전단지인 줄 알았다
ⓒ 양중모

관련사진보기


무엇인데 이리도 급히 줄까 싶어 쪽지를 펴 보니 시원스레 머리가 벗겨진 외국 아저씨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제가 현재 중국에 있기에 그 광고 내용도 물론 중국어였습니다. 중국어 실력이 한 눈에 보자 마자 내용을 파악할 수준이 되지 않았기에, 대머리 아저씨만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대머리 아저씨라, 보통 대머리 아저씨 하면 정력이나 뭐 이런 쪽을 연상 시키게 되지 않나. 뭐야 그러면 이거 혹시 그런 성 관련 광고인가. 정력제 같은 거?’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었습니다. 제게 그 광고 전단지를 잽싸게 쥐어주고 뛰어간 그 여성이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아직 팔팔하도록(?) 젋은 저이기에 광고 전단지를 그냥 쓰레기통에 구겨 넣을까 하다가, 괜한 호기심이 생겨 살짝 광고 전단지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광고 전단지를 보면 볼수록 이상했습니다. 중국어로 '다이어트'라는 말이 써져 있는 등 원래 예상했던 광고 내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광고 전단지 뒤를 뒤집어 보는 순간 아래서부터 살며시 끓어오르는 분노가 느껴졌습니다.

광고 전단지 뒷면에는 배가 남산만큼 나온 모델 사진과 그 약을 복용한 후 살이 빠진 사람의 사진이 나와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그 여성의 눈에 제가 남산만한 배를 가진 사람으로 보였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친구가 선물해 준 옷이 무척 마음에 들어 입고 나간 날, 그런 광고 전단지를 받았다니 괜히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더구나 그 옷을 입으면 배도 안 나와 보인다고 좋아하며 친구에게 고맙다 인사를 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입니까.

받고 자세히 읽어보다가 화가 나서 광고 전단지를 구겼다.
▲ 구겨진 광고 전단지 받고 자세히 읽어보다가 화가 나서 광고 전단지를 구겼다.
ⓒ 양중모

관련사진보기


당장이라도 쫓아가 제가 그렇게 살이 쪘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미 그 여성은 사라진 후였고, 광고 전단지를 줘야 하는 급한 마음에 주었을 것이라 그렇게 믿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시내에 나갈 일이 있어 나간 김에 오랜만에 시내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제가 사는 곳은 다소 외곽 지역이라 도심 지역의 느낌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도시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역시 무언가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은 시내를 거닐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제 손에 누군가가 쥐어준 그 광고 전단지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입니다. 무언가 하고 살짝 살펴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제 손에 들린 그 광고 전단지에는 역시나 다이어트 관련 광고가 실려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 전에 다이어트 광고 전단지를 받을 때와 같은 옷을 입고 간 날인데 말입니다!

괜한 울분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잠시 화를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이어트 광고 전단지를 주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가장 다이어트가 필요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돌릴 것이고, 그러자면 그들 눈에 배가 툭 튀어나온 뚱뚱해 보이는 사람이 분명 공략 대상이 될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생각을 한다면 분명 제가 살이 쪘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것도 남들 눈에 다이어트가 필요할 정도로 심하게. 정말 그런가 싶어 중국 친구들에게 광고 전단지 얘기를 하면서 살짝 화가 났다는 얘기를 슬며시 건네 보았습니다. 그러자 이 친구들 그저 웃기만 할 뿐 긍정도 부정도 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툭 튀어 나온 뱃살을 보는 그 친구들 눈만 봐도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심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냐고요? 하, 이걸 어쩔까요. 저는 다른 건 다 참아도 먹는 것만큼은 진짜 못 참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최대한 배가 안 나와 보이는 옷을 입고 다니자고.

길을 가다가 또 다시 받은 광고 전단지
▲ 또 받은 광고 전단지 길을 가다가 또 다시 받은 광고 전단지
ⓒ 양중모

관련사진보기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뭐라고요? 어서 빨리 살을 빼는 것이 낫겠다고요? 사실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식욕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앞으로 다이어트 광고 전단지 한 8번만 더 받으면 정말 미친 듯 다이어트 해 볼 생각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은 미연에 이런 일을 방지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이어트 광고 전단지 받고 나면 기분이 정말로 최악이니까요!


태그:#다이어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