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얼마 전 클럽박스, 피디박스를 운영하는 나우콤을 비롯한 웹하드 업체 대표자들을 저작권침해죄 공동정범으로 대거 구속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온라인상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서비스제공자가 공동정범의 책임을 진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방조범의 성립 여부가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벌금형이 예상되는 사건에서, 그것도 서비스 제공업체의 대표자들을 수사단계에서 구속한다는 것은 공정한 법적용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구속사태가 촛불시위 생중계에 활용되는 아프리카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우콤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형법상 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동가공의 의사’(공모)와 ‘공동가공의 사실’(실행행위의 분담)을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비록 범죄행위에 기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 또는 정도에 따라 교사범 또는 방조범이 성립할 뿐이다. 그러므로 웹하드 서비스 자체가 저작권침해를 위해서 제공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 검찰의 입장은 결국 웹하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들과 서비스 제공자인 업체가 공모하여 공동으로 저작권 침해행위를 했다는 것이 된다.
물론 2인 이상이 범죄를 공모하고 그 가운데 어떤 사람이 범죄를 실행하는 경우에는 그 실행을 분담하지 아니한 공모자도 공동정범이 된다는 소위 ‘공모공동정범’ 이론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에 의하더라도, 검찰의 입장대로라면 웹하드 서비스 제공자인 업체가 사용자들과 적어도 공모는 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있었을까?
가정용 VTR가 처음 등장했을 때 미국 방송사업자들은 가정용 VTR가 불법복제도구라면서 소니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1980년대의 이야기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소가 웃을 이야기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2000년대 우리나라의 소리바다 사건에서 원고인 음반사들도 비슷한 주장을 했었다. P2P서비스 자체가 불법복제물의 공유라는 저작권 침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은 검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사소송에서 원고들에 의해서 제기된 것이었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들을 모두 배척했다.
소니사건에서는 VTR로 방송을 녹화하는 행위가 저작권침해가 아니라고 했고, 소리바다 사건에서는 P2P에 의한 파일교환이 저작권침해라고 한 점은 달랐지만, 재화(VTR)나 용역(P2P) 그 자체가 저작권침해의 도구는 될 수 없다는 결론에서는 일치한 것이다. 다만, 소리바다 사건은 형사재판도 진행되었는데, 법원은 소리바다의 방조책임을 인정하여 그 대표자들을 방조범으로 처벌하였다. 저작권자들의 항의가 있었음에도 소리바다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러한 법리와 사례에 비추어볼 때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웹하드 서비스 자체가 불법복제물의 공유라는 저작권 침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무리한 주장은 아마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공모’는 있어야 하므로, 검찰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에 공모가 있었다는 것은 입증해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애초부터 그러한 공모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시작은 저렇게 거창하게 했어도 소리바다 사건에서처럼 서비스 제공자에게 저작권침해죄의 방조책임을 지우는 선에서 마무리지으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조란 적극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해서도 가능하므로, 만약에 범죄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면 부작위에 의한 방조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제공자는 이용자들의 저작권침해행위를 방지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을까? 어떠한 재화나 용역도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마약과 같이 그 재화의 거래나 사용 자체가 범죄가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재화나 용역의 공급자에게 범죄발생 억지의무를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철물점 주인이 칼이나 망치 등 쇠붙이를 사가는 사람에게 그것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P2P 서비스든 웹하드 서비스든 서비스제공자가 그 이용자에게 일일이 저작권침해물을 이용할 것인지 여부를 물어볼 수도 없을 것이고 또 물어보아서도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웹하드 서비스의 특성상 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자들의 신고 등으로 이용자들의 저작권침해행위가 발생했음을 알았을 경우에 그 침해행위가 계속되는 것을 방지할 ‘구체적인’ 의무가 있음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파일이 저작권침해물인지를 사전에 일일이 조사하여 그 유통을 방지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소리바다 형사사건에서 방조책임이 인정된 이유와 일맥 상통한다.
대표자의 구속 직후에 나우콤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나우콤의 경우는 불법적 파일에 대한 업로드 대가를 지급하거나, 불법을 부추키는 광고를 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불법 유인 행위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들의 신고 등으로 저작권침해물로 밝혀진 파일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하여 삭제를 계속하고, 법령상 요구되는 기술적 조치를 충실히 시행하여 불법을 억지하려는 노력을 하여 왔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의 사실 여부를 필자가 알 수 없고, 또 그것은 결국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지만, 저작권자들의 항의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앞의 소리바다 사례에 비추어 나우콤의 경우는 방조책임의 성립 여부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셈이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크든 작든 기존의 법질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법이라는 것이 결국은 기존의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협의 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미래를 예측하여 법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새로운 기술과 기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에 사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는 것은 기술의 발전, 나아가 문명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기존의 이해관계만을 중시하여 법적용을 하게 되면 그것은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사회적, 국가적 손실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의 소니사건에서 법원이 방송사업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검찰은 영화파일의 불법공유를 조장하는 웹하드 서비스가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범죄’로 보고 있는 모양이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이 가장 발전해 있다는 것이 된다.
MP3재생기(재화)를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해놓고도 음원제작자와 서비스(용역) 제공자가 법정에서 끝없는 니전투구를 벌여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는 동안, 미국의 한 업체는 이 재화와 용역 두 가지를 결합하는 것만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영화제작자들과 웹하드 업체들이 또 유사한 싸움을 되풀이한다면, 결국 또 다른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지도 모르는 이 기술이 또 다른 어부에게 횡재를 안겨주는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이번에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호 공존하는 지혜를 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이 촛불시위를 둘러싼 최근의 시국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그러한 검찰의 손을 들어준 법원, 정확하게 말하면 영장담당판사의 조치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범죄혐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어떻게 인정되었는지도 의문이다.
법원은 근래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고수하며 검찰의 영장청구를 거듭 기각시켜 마침내는 검찰과 법원의 갈등조차 생기게 하지 않았던가. 구속적부심도 기각이 되었다고 하니, 그 동안 민주화 시대에 쌓아올려진 법원의 민주화가 뒷걸음질치는 것은 아닌가 더더욱 걱정이 된다.
정보의 생산자, 이용자, 매개자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로서 동등하게 존중되고 상호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일방에 대한 과도한 보호나 다른 일방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결국 정보산업, 지식산업 자체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정지석(hesus)은 법무법인 남강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