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두 달 가까이 계속하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시작으로 종교계가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가운데, 통합민주당 김부겸 의원(경기 군포시)이 한나라당에 여·야 협의가 한나라당의 살 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2008년의 대한민국은 이제 경찰국가, 공안국가
김부겸 의원은 지난 달 3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21년 전 어제, 6·29 선언이 나왔다. 그러나 2008년 6월 29일은 최루탄만 안 터졌지, 모든 것이 군사독재 시절의 시위 진압 방식과 똑같아 한국 민주주의의 일몰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은 지금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제가 묻는 것은 한나라당의 무책임이다"며 "지금 대한민국에 정치는 없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여야 정당 중에서도 여당이 먼저 해야 야당이 할 수 있음에도 여당이 정치를 포기해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국가 권력과 시민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나라당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나라당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처음부터 원내 장외 투쟁 병행론을 주장했던 저는 고시 강행을 보면서 장외투쟁 불가피론으로 돌아섰다. 왜냐하면 고시 강행은 곧 한나라당이 정치를 포기했음을 의미하고, 한나라당과 국회 안에서 뭘 도모한다는 것이 무망하다고 봤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한나라당으로부터의 국민 이반
"한나라당은 속으로 즐기고 있는 겁니다. 등원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일단 태풍만 지나가라는 건데 제가 보기엔 한나라당이 제 염통에 고름 든 줄 모르고 한가롭게 휘파람 불고 있는 꼴입니다. 그렇지않다면 왜 야당의 등원 조건을 선뜻 받지 않겠습니까?"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민주당과의 등원 협상을 한가롭게, 상대를 슬슬 무시하면서, 고압적 자세를 감추지 않은 채 할 공산이 큰데, 한나라당이 진짜 정신이 똑바로 박힌 당이라면 그런 태도가 훗날 더 큰 재앙을 예비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쇠고기 정국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정부의 일솜씨(Performance)가 국민들 눈에 낙제 수준이었던 것이 사태의 발단으로 촛불집회가 시작됐는데, 이것이 국민들이 50일씩이나 직접 행동에 나섰을 때는 단순히 정부의 일솜씨가 문제가 아니라 '정권의 정치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배후가 있다고 했고, 누구 돈으로 촛불을 샀느냐고 했다. 판단력이 없는 것이다"며 "판단력이야말로 정치의 기본이고 그 다음은 해법 찾기이고 그 다음은 결단력, 그렇게 해서 정치력이 완성되는 것인데, 이 정권은 그 어느 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이 정권의 실체가 집권 100일 남짓에 완전히 노출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대가로 첫째 불신이 만연할 것이며, 둘째 무슨 일을 하려할 때마다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셋째 대통령 권위는커녕 조롱과 무시의 대상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당정협의가 아니라 여야협의가 한나라당의 살 길
김 의원은 한나라당에 대해서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민주당을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다루려' 들텐데, 그러면 그럴수록 이반의 속도는 가속화되고 범위도 넓어질 것이다"며 "그게 아니라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관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청와대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며 "청와대는 청와대고, 당은 당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동반 추락이 뻔히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청와대는 어차피 그렇다 치고 한나라당마저 정치력의 부재를 드러내면, 그 땐 생각만 해도 악몽이다"며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못 할 주제넘은 충고지만 한나라당은 청와대에 끌려 다니지 말고 민주당과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끝으로 "이명박 대통령 하에서는 여야협의가 한나라당에 훨씬 중요할 듯 하다. 정치는 정당이 하는 것이고 민주주의는 여야의 수레바퀴로 굴러 갈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혜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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