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일 오후 부인 민혜경씨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와 중국 칭화대에서 초청교수 자격으로 1년정도 머무르기 위해서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취재기자들과 만나 "사람도 만나고 책도 읽고 간만에 여유있게 지내면서 기를 보충하고 돌아오겠다"고 출국인사를 했다. 그는 "정치인 13년 동안 9번의 큰 선거에 출마했었다"고 회고하면서 "기자생활 17년까지 30년동안 능력보다 과분하게 국민의 사랑을 받아 늘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정국'에 대해 "우리 국민의 위대함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면서 "이런 국민의 에너지를 잘 뽑아내는 것이 정치인인데, 저도 나름대로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가 곧 기회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꿰뚫어서 대통령도 성공하고 국민도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 남북대화에 구경꾼이 아니라 당사자로 나서야"
정국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궤도에서 이탈한 상태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대단히 불행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북한과 중국은 경제분야에서 전면적인 협력을 약속했고, 북미관계도 좋아지고 있고, 북일관계도 개선될 수 밖에 없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라 당사자로서 북한과의 적극대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평화체제를 누가 만들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평화재단의 법륜스님이 '북한 식량지원'을 요구하며 38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면서 "조건을 붙이지 않은 인도적 대북지원은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비핵개방 3000'에 대해서는 "사업계획에 불과하다"며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그들이 거부하는데 실행이 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2개월 전부터 '팔상의학'에 따라 몸관리를 하고 육식을 피하고 있다는 정 전 장관은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자신의 팬클럽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오후 7시 30분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그는 2006년 5·31지방 선거에서 당 의장으로서 자신이 지휘했던 열린우리당이 대패하자 독일로 떠났었다. 대선과 총선에서 잇달아 패배한 현재는 그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정 전 장관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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