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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시작했던 <스포트라이트>가 쓸쓸한 종영을 앞두고 있다. <온에어>에 가려 시청률에서 불안한 출발을 하더니 결국 <일지매>에 밀리며 시청률이 한자릿수까지 내려앉은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손예진과 지진희라는 환상의 투톱을 캐스팅하고 <하얀거탑>의 작가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 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와 PD의 불화, 쪽대본으로 인한 제작 시간 부족, 전문직 드라마의 한계, 중간에 작가가 바뀌며 이야기 전개가 급변한  것 등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분명히 <스포트라이트>는 흥행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면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는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지금부터 그 매력을 파헤쳐 본다.

 

 스포트라이트를 만드는 GBS 보도국
스포트라이트를 만드는 GBS 보도국 ⓒ MBC

 

1. 전문직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현직 기자들이 이 드라마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거 정말 내 얘기 같아"

 

서우진이 경찰서 마와리를 돌면서 취재하는 요령을 후배인 이순철에게 알려주는 장면이나

택시 안에서 화장을 고치는 장면, 또 경찰서 기자실에서 당직하는 장면 등 <스포트라이트>는 기자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과거 의사나 경찰, 변호사 등 전문직업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많았지만 기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거의 없었다. 기존 전문직 드라마들이 그 직업을 그저 인물 관계를 표현하는 배경으로만 사용했다면 <스포트라이트>는 철저히 사건 위주로 진행되었다. 사건이 끝나면 또 사건,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는 식이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이야기의 단절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사실 기자들의 일상이라는 것이 사건과 사건 속에 파묻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사실적인 진행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극중 등장하는 사회부장과 정치부장의 역할이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가지 사안에 대해 티격태격하면서 갈등관계를 만들어내는데 보도국장이 이를 중재하면서 갈등은 해소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뉴스를 만들어내는데 사회부와 정치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예 전문직 드라마로 시작한 바에는, 좀더 전문적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많은 부서와 더 많은 갈등이 표현되었다면 더 현실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 편이 좀더 드라마를 입체적이고 극적으로 만드는데 도움도 되었을 것이다.

 

2. 러브라인 없이도 드라마가 된다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전의 기획과정에서는 서우진과 오태석, 그리고 이순철의 삼각관계가 그려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서우진이 오태석을 흠모하면서도 오태석의 카리스마에 눌려 있을때 후배인 이순철이 서우진을 챙겨주면서 사랑의 트라이앵글이 그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러브라인은 모두 사라졌다. 유일한 러브라인이라면 서우진이 장진규 사건을 처리한 후 빠져나올 때 오태석이 안아주며 위로하는 장면 뿐이다. 그때 싹트기 시작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러나 이후 흠모하면서도 서로 표현하지 않는 관계로 바뀌었다.

 

사건 속에서 서로를 챙겨주면서도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두 사람.

 

그러나 그 표현되지 않는 감정이 오히려 드라마를 살리고 있다. 퉁명스럽게 내뱉는 오캡의 한 마디 속에 서우진을 생각하는 진정성이 보이고 실망하면서도 공과 사를 구분하는 서우진의 기자정신 속에서 사랑과는 다른 순수한 감정이 엿보인다.

 

러브라인이 삭제되면서 드라마는 좀더 추진력을 얻었다. 사건이 커지며 음모가 파헤쳐지는 과정이 그려졌고 그 과정을 시청자가 받아들이기 더 수월해졌다. 아마도 러브라인이 끼어들었다면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려는 이 드라마는 정말 그 모든 스토리와 인간관계를 짜맞추느라 제대로 마무리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또 드라마 중반부에 시도되었던 서우진과 채명은의 대결구도 역시 사건 중심의 이 드라마를 방해하는 한 가지 요소였다. 노골적으로 둘 사이의 대립관계가 계속됐다면 그렇고 그런 두 여자의 대결 드라마 중 하나가 될 뻔했다.

 

다행인 것은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대결구도가 옅어졌다는 것이다. 9시 스포트라이트 앵커 선발전이나 심층리포트 앵커 선발전으로 방향을 틀려던 드라마가 사건 위주로 전환되면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깔끔한 인간관계와 사건에의 천착. 이것이 <스포트라이트>를 돋보이게 만든 이유다.

 

3. 시의적절한 소재를 끄집어내다

 

회가 거듭될수록 <스포트라이트>가 시의성 있는 소재를 계속 끄집어낸 이유는 어쩌면 중간에 시청률 부진이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초반에 등장한 장진규 사건은 탈옥수 신창원을 모티프로 해서 눈길은 끌었을지언정 지금 2008년에 그다지 임팩트가 큰 사건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초반에는 무모한 취재방식으로 드라마가 진행되었다. 서우진이 다방 종업원으로 가장하여 취재한 것이나 무모하게 인질이 되어 모바일 인터뷰를 하는 장면 등에서는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취재방식을 너무 부풀렸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사건에서는 신선함이 살아났다. 그것이 시청률 의식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건 지난번 그 사건에서 따온 것이고 저건 그때 그 인물에서 따온 것이다." 상상 속에서 시청자들은 서우진이 되고 오태석이 되어 가슴 졸일 수 있었다.

 

MBC 이상호기자를 연상시키는 핸드백 사건, 김용철 변호사를 연상시키는 조변호사, 삼성을 연상시키는 영환그룹, 뉴타운을 연상시키는 뉴시티 사업, KBS 정연주 사장을 연상시키는 GBS 사장, SBS를 연상시키는 SNS, 조선일보를 연상시키는 명성일보, 그리고 광화문 촛불집회까지...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또 어떤 부분은 무모해보이지만 만듦새를 떠나서 이러한 민감한 소재를 담음으로써 드라마가 현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현실 풍자로서의 미학이라는 측면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이전 드라마가 시도한 적 없었던 과감한 현실비판을 시도했고 진중함을 바탕에 놓은 비판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어쩌면 지나치게 정공법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오히려 조금 더 유머러스하게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면 어땠을까, 더 세련된 드라마가 나오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트라이트>의 현실 비판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로 보자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현실을 담은 드라마 하나쯤 있는 게 뭐 어떤가?

 

PS)

아래는 대본에 있었지만 방송되지 않은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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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 집 (밤)

건배하고 술을 마시는 GBS와 명성 일행....

 

편집국장    (잔 내려놓으며) 내 문국장님을 믿으니까 하는 얘깁니다만... 저희도 어디 이러고 싶어서 그러겠습니까?

               사주가 있다는 건 저희 신문사의 태생적 한계가 아닙니까.

국     장    (끄덕이곤) 명성만 그러는 게 아니라...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같은 신문사도 유대인 소유로 세습 경영되고 있잖아요.

신 부 장     그래도 걔네들은 우리처럼 힘들진 않을 겁니다.

               게다가 요즘엔 우리 회사 세무조사를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

               참내... 왜 이딴 식으로 언론사를 길들이려고 하는지...

사회부장    (시비걸듯) 아니, 조세정의가 뭐야? 언론사도 당연히 세무조사 받아야지.

              언론사를 조사하면, 언론탄압이고, 종교단체를 조사하면 종교탄압인가?

              언론인도 종교인도 다 같은 국민 아냐?

정치부장    아... 좋은 자리에서 왜 그래? 뭐 우리라고 마냥 해피하진 않습니다. 민영화 얘기도 있고...

보도국장    (한숨 쉬고) 그런 게 언론탄압이지.

편집국장    (잔들며) 한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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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손예진#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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