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약 2만 명의 시민이 또다시 광주 금남로를 촛불로 가득 채웠다. 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이한열 학생의 어머니도, 시국법회를 마치고 온 스님도, 기독교 목사님도, 원불교 교무님도 시민들과 함께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을 높이 들었다.

 

5일 저녁 7시 30분부터 광주 금남로에서 '국민승리의 날'로 이름 지어진 촛불집회가 다시 열렸다.

 

노동자들은 거리행진 후 촛불집회에 합류했고, 농민들 역시 차량시위를 벌인 뒤 합류했다. 원각사에서 시국법회를 마친 스님들도 촛불을 들고 함께 했다. 조선대와 전남대를 비롯한 대학교수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고 이한열 열사 추모제'를 마치고 온 배은심(고 이한열 학생 어머니)씨를 비롯한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소속 회원 약 30명도 자리를 함께 해 주위 시민들을 숙연케 했다.

 

살렘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고오주 목사는 자유발언을 통해 쇠고기 수입업체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동네마다 미국 쇠고기 판매금지운동을 벌이면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비상시국기독교대책위 소속 목사 5명도 자유발언에 나서 "1919년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든 종교인이 하나가 됐었는데 2008년엔 모든 종교인이 이명박 폭력정권을 향해 하나가 됐다"며 "촛불을 끄지 말고 제2의 자주독립을 이룰 때까지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행법 스님은 "귀한 생명을 경제 뒤로 세우려는 이명박 정권이 온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검사비 2만 원이 아까워서 온갖 쓰레기를 다 모아 대한민국에 수출하려는 이 망령을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행법 스님은 또 "촛불을 따라가다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면서 "촛불을 살리는 길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조선대·광주대·목포대·전남대 등 교수들과 함께 나온 나간채 전남대 교수는 "이 촛불의 행렬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면서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의 형제자매들과 제자들이 싸워온 이 길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자신을 "부산에서 온 아고리안"이라고 소개한 이는 "부산에서 38년을 살아왔다"며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은 너무 멀고 우리 국민이 나누는(것은) 이렇게 제가 친구 만나러 광주 온 것처럼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 두 명도 연단에 올라가 "시험이 끝나서 왔다"며 "많이 놀아야 하는데 공부하느라 힘들다, 이명박 아저씨가 0교시 자습 빼고 수업한다고 하는데 죽고 싶다"고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금남로에 운집한 시민들은 박수와 함성의 세기로 '광주시민이 뽑은 촛불집회 유행어'를 뽑았다. 시민들이 박수로 선정한 최고의 유행어는 "조중동이 신문이면 우리 집 두루마리 화장지가 팔만대장경이다"였다.

 

 

한편 밤 9시 30분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 3000여명은 촛불을 들고 광주지방검찰청을 항의방문하고 촛불로 청사를 에워싸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 5월 29일 장난감 먹물총을 쏘았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 소환장을 발부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시민들은 들고 간 촛불을 광주지방 검찰청사 앞과 벽 등에 나란히 놓은 뒤 밤 11시 무렵 지산동 네거리에서 자진해산했다. 경찰은 정복 경찰관 30여명만 현장에 배치해 시민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태그:#광주 촛불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