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충남 금산군 군북면 동편리 논란이 된 마을산 전경. 사진으로 보이는 능선 반대편 쪽이 마을산이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마을 공동임야 수십만 제곱미터가 하루아침에 몇몇 개인소유로 둔갑했다가 마을주민들의 항의로 되찾은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충남 금산군 군북면 동편리 주민들은 지난해 7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마을주민들이 몇몇 개인 명의로 돼 있는 마을소유 임야(20만 3901㎡, 약 6만여평)를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마을소유 명의로 바로잡기 위해 금산군청에 들렸다가 이미 특정인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게된 것.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지난 해 5월 소유권이 김 모씨 등 3명 앞으로 돼 있었다. 새로 소유권을 확보한 이들은 각각 군청 모 공무원의 부인인 김 모씨와 전 마을이장 부인, 전 공동소유자 중 한사람의 아들 등 3명이다.

명의 바로 잡기위해 군청갔더니 다른 사람 땅으로 '둔갑'   

큰사진보기
▲  등기부등본. 지난 해 5월 3명 소유로 돼 있던 땅을 지난 3월 '동편마을회' 명의로 되돌려 놓았다. 지난해 이전등기를 해놓고 매매시점은 1990년으로 해 놓았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지난 77년 당시 마을대표 3명의 공동명의로 해 놓은 마을 공동산을 매입해 소유권을 확보한 것으로 해 놓았다. 매입가는 모두 3천만원. 하지만 이 땅은 지금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도 땅 값이 1억원 가까이에 이른다. 또 계약당시인 지난해 기준 공시시가는 7100만원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때문인지 이들은 지난해 소유권 이전등기를 내면서 매매시점은 1990년으로 신고했다.  

마을주민들이 이들에게 마을 공동산을 사적으로 매매한 경위를 묻고 항의하자 '내 땅을 내가 팔고 사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펄쩍 뛰었다. 이들은 해당 임야가 '마을 공동소유'임을 입증하는 마을 대동계 서류를 제시하자 그때서야 잘못을 인정했다.

마을 대동계 서류에는 해당 임야지번 및 면적과 함께 '3인명(人名)'등 3명의 공동명의로 등기를 해놓았음을 암시하는 기록이 담겨있다. 또 회계장부에도 해당 임야세를 수 십여년 동안 마을 공동기금으로 지출한 기록이 남아 있다. 

공시지가 7천여만원 짜리 3천만원에 거래

이들은 마을주민들이 이같은 입증 서류를 제출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지난 4월, 해당 임야의 소유권을 '동편마을회'로 되돌려 놓았다. 

마을 관계자는 "마을 공동산이 오래 전 몇몇 개인명의로 돼 있는 점을 이용해 땅을 독차지하려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도 이들이 사실이 드러나자 '마을산인지 몰랐다'는 식으로 발뺌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관계자는 "같은 마을 사람들이 관련된 일인데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잘 해결돼 더 이상 법적으로 이를 문제 삼지는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부인 명의로 땅을 매매했던 군청 공무원은 "동편리 마을산에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데 마침 전 마을이장이 싸게 나온 마을임야가 있다고 소개해 재작년 경 부인 명의로 땅을 사게 됐다"며 "전 소유자들도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해 마을산인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큰사진보기
▲  개인소유로 넘어갔다 지난 4월 다시 되찾은 마을산 전경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임야 거래자들 "마을산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공시지가보다도 몇 배 싸게 땅을 사고도 거래시점을 1990년으로 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땅 값 흥정과 토지거래 신고는) 다른 공동소유자가 한 일이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동편리 주민은 "수 만평의 마을산을 한 순간에 어이없이 빼앗길 뻔했다"며 "그런데도 지금까지 마을 주민 누구에게도 사과 한 마디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